국방부 지정 불온서적 찬반 논쟁서정갑 예비군대령연합회 명예회장 VS 김환영 평화재향군인회 사무처장

■ 서정갑
"전교조에 배운 장병에 불온서적 지정은 꼭 필요하다"
"북진 흡수 통일 때까지 유지해야"


■ 김환영
"알 권리 박탈이야말로 전력 약화"
"장병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기회 줘야"


국방부가 <나쁜 사마리아인>을 비롯한 책 23권을 불온서적으로 지정해 파란이 일고 있다. 국방부는 북한 찬양과 반정부×반미, 반자본주의로 나눠 볼온서적을 지정해 이들 책이 군내로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저자인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등 저자 13명과 16개 출판사, 3개 출판단체는 국방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해 갈등이 커지고 있다. 노엄 촘스키의 <정복은 계속된다>를 비롯한 불온서적에 선정된 책들의 판매량이 급증하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군을 잘 아는 보수와 혁신계 예비군단체의 가장 활동적인 운동가들을 만나 군내 불온서적 지정의 필요성에 대해 묻는다. 책에 대한 상반한 인식을 통해 문화를 대하는 우리사회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 “전교조에 배운 장병에 불온서적 지정은 꼭 필요하다”, “북진 흡수 통일때까지 유지해야”_서정갑 예비군대령연합회 명예회장

“무지의 소치다”서정갑 예비군대령연합회 명예회장은 군내 불온서적 지정의 필요성에 시작부터 단호한 태도로 말한다. 18일 오후 3시께 서울 충정로 문화일보사에서 만난 서 회장은 “군은 대학이나 회사, 관공서 등 일반 사회조직과 다른 특수집단”이라며 “전교조에 배운 세대의 장병에게 불온서적 지정은 꼭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 불온서적은 지정은 꼭 필요한가

꼭 필요하다. 군은 정신력과 사기를 먹고 사는 집단이다. 군의 사기나 정신력이 해이해지면 일반 소비집단보다 못하게 된다. 직업이나 종교 떠나서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결합한 집합체가 군대다. 하나로 묶지 않으면 조직이 통제돼지 않는다. 일원화된 정신교육, 강도높은 훈련을 하려면 불온서적 지정은 꼭 필요하다.

▲ 전투력과 상관관계가 있나

분명히 있다. 정신교육은 전시에 전투력에 분명한 영향을 미친다. 이상한 서적 들어와서 하나의 목표 지향하는 데 방해물이 되게할 수는 없다. 전쟁이 일어났는데 주적을 북한이 아니라 미국이라고 생각하는 장병이 있다면 어떻겠는가. 한국전에서 미군 5만여명이 전사하고 10만여명이 부상당했다. 우리나라의 존재는 미국이 있어서 가능했다.

▲ 안보상황 때문에 필요하다는 말인가.

지금은 주적인 ‘북괴군’과 대적하기 위해 총부리 겨눠야 하는 상황이다. 불온서적으로 총부리가 우리 우방인 미국을 향해서 겨눠질 수 있다. 전교조에게 배운 젊은 세대가 주력인 지금의 군대에서 불온서적 지정은 더 강화돼야 한다.

▲ 다양성 유지가 군의 전투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군대는 일반 대학이나 회사, 관청 등 사회집단과 다르다. 군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하나 더하기 하나가 둘이 아니라 셋이라 해도 상관이 지정하면 목표를 향해 가는 게 군이다. 그래야만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 (다양성을 말하는 것은) 군대를 부정하는 무지한 세력들이 하는 말일 뿐이다.

군이란 신비스러워야 하고 적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돼야 한다. 국민에게는 신뢰와 헌신의 표상이지만 적에게는 공포와 전율의 대상이 돼야 한다. 일사분란한 지휘체계를 만들겠다는 데 이유 달지 마라.

▲ 미군은 다양성을 존중하지만 군사력은 최고이지 않은가

미군과 한국군을 비교하지 마라. 미군은 봉급체계에 의해 움직이는 직업군인제다. 돈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 돈으로 지휘한다해도 과언 아니다. 미군은 명령에 불복하면 바로 감봉한다. 한국군에서 체벌보다 무서운 체벌이다.

▲ 금서가 아니라 양서를 지정하자는 목소리도 있는데

유토피아적인 이상주의자들의 말일 뿐이다. 남북의 현실 고려하지 않고 자기 제멋대로인 자유분방한 사고에서 나온 것이다. 안정적인 민주주의 국가에서라면 정설이고 맞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시기상조다. 유토피아 말할 때가 아니다. MBC, KBS 등 공영방송이 허위선동하는 시점에서는 부적절하다. 오히려 경계해야 한다.

▲ 언제까지 지정해야 하나

북진으로 북한을 흡수 통일할 때까지는 군내 불온서적 지정을 유지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휴전선에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양민(故 박왕자 씨)이 북한군에 총살된 상황에서 뭘 주저하겠는가. 남북 통일시에나 허용 가능할 것이다.

▲ 대안은 무엇인가

지난 좌파정권 10년간 해이해진 군의 안보관을 원상복귀하려면 더 희생해야 한다. 전교조는 역사 교재에서 미국을 1950년 6월 25일 한반도에 들어온 침략자료 규정하고 있다. 북한 김정일 입장에서 작성된 교재로 가르치고 있다.

군은 지금보다 불온서적 통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 주변에서 이러쿵저러쿵하는 얘기 귀기울이지 말고 군사적 판단에 의해서 행동해야 한다. 민에서 하는 말에 이렇게 저렇게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다른데 귀 기울일 필요가 없다.

▦ “알권리 박탈이야말로 전력약화”,“장병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기회 줘야”_김환영 평화재향군인회 사무처장

“시대착오적이다.”김환영 평화재향군인회 사무처장은 군내 불온서적 지정은 “일부 정치군인들이 정권이 바뀌었다고 멋대로 기준을 만들어, 내놓고 아부하는 것일 뿐”이라고 꼬집는다. 18일 오후 5시께 서울 한강로 평화재향군인회에서 만난 김 처장은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은 “구체성 없는 법률을 포괄해석해 장병들의 알권리를 제한하고 스스로 판달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며 “증오심을 키워서 정신전력을 올리려 할 것이 아니라 어떤 나라도 잠재적 적국일 수 있다는 생각과 민족공동체의 안위를 중심으로 대적관을 정립해 나가는 것이 군인다운 태도”라고 말한다.

▲ 군내 불온서적 지정은 꼭 필요한가

그렇지 않다. 국방부가 근거로 내세우는 군 인사법 47조 2항의 내용은 ‘군인의 복무에 관하여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가 전부다. 군인복무 규율 16조 2항에는 ‘군인은 불온유인물, 도서, 도화 등 기타 표현물을 제작, 복사, 소지, 운반, 전파 또는 취득하여서는 안된다’라고만 돼있다. 포괄입법으로 구체성이 없다. 뭐가 불온하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 국방부는 정신전력 유지에 꼭 필요하다는데

정신전력 향상에 도움되지 않는다. 정신전력이라 하는 것은 보통 군인정신, 군기, 사기, 단결력 등을 의미한다. 그런 것과 불온서적이라는 도서를 막는게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지 국방부가 생각해본적 없는 것 같다. (불온서적 목록에는) 국내외적으로 유명한 책이나 해외석학의 책도 있다.

군인은 반자본주의자 얘기나, 자본주의를 반성하는 사람들 얘기도 들어봐야한다. 더 좋은 생각과 군의 경쟁력은 거기서 나온다. 실제로 사관학교에서는 북한의 논리를 반박하기 위해 주체사상의 내용도 배운다.

▲ 지금의 안보상황 때문에 필요하다는 논리가 있는데

지금을 준 전시상황으로 인식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북한에 가서 관광, 교류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현실 인식이 잘못됐다. 냉전적 사고방식일 뿐이다.

▲ 특수집단인 군의 속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는 어떻게 보나

군이 자꾸 국민과 멀어져 정치적 소외를 자초하는 것은 국가전체적으로도 손실이다. 사랑할 군이 없어진다. 정치인이 원하는 것 초점 두지 말고 싸워서 이기는 군대 만들어야 한다.

▲ 군대에서 관리해야할 불온물은 정말 없나

군사적 유언비어란 전시에 적이 10만 대군이 좌측으로 오고 있는데 우측으로 오고 있더라하는 식이라든가 핵무기 없는데 있다고 거짓말한다더라 하는 내용정도는 돼야 한다. 하지만, 현 상태에서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23개 도서를 유언비어라 할 수 있나.

북한에 대해 좋은 혹은 나쁘다는 견해 갖고 있는 것은 유언비어가 아니다. 반미적 견해 역시 군사적으로 유언비어라 할 수 없다. 군사적이 아닌 것을 군사적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정치적인 것을 군사적이라고 거짓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가

군이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는 게 우선이다. 불온서적 지정은 정치적 중립에서 벗어나 보수정치권을 옹호하는 행태다. 군사독재와 다를바 없는 상황이다.

인권의 차원에서도 문제다. 장병의 알권리를 이유가 불분명하며 위헌소지가 있는 법률에 바탕해 제한하는 것 아닌가.

▲ 구체적인 대안이 있나

주적론이나 대적관 교육을 하지 말자. 증오심만으로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냉철하게 적의 의도 판단하고 이성적으로 움직여야 이긴다. 적을 때려잡겠다고 흥분하는 것은 군사전략과 관계 없다. 불온서적 몇 개 차단한다고 군 전력이 올라가나.

북한 외에 어떤 나라든지 잠재적 적국이 될 수 있다. 군은 그것에 대비하려 뭉친 것이다. 북한만 적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군대 말아먹는 일이다. 군인답지 않다.

민족공동체 차원에서 대적관을 형성해야 한다. 어떤 세력이든 민족공동체를 위협하는 세력에 대항하겠다는 대적관이 옳다. 민족공동체 파괴에 대항해 분연히 일어났던 광복군의 정신이 우리 군 정신전력의 토대가 돼야 한다. 이는 남북대치 상황의 안보관과 배치하지 않는다.


김청환기자 ch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