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대선후보 지명 대회가 시작된 9월 2일. 갤럽은 8월30일~9월1일 여론조사 결과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처음으로 50% 지지도로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의 42%를 앞질렀다고 발표했다.

뉴욕타임스는 8월23일까지 베스트셀러 논픽션 부문에서 제롬 코시의 ‘오바마의 나라’가 4주째 랭킹 1위 자리를 지켰다고 보도했다. 코시의 책은 오바마의 낙선을 겨냥해 쓴, 다시 말해 ‘오바마 역풍’을 불어 넣기 위한 것이다. 발간되자마자 37만부가 팔린 이 책을 보수단체들이 계속적으로 집단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역풍’ 속에 8월 24일 45%로 매케인과 동률이었던 오바마의 지지도가 1주일 만에 5%포인트 뛰어오른 것은 무엇 때문일까? 코시가 노렸던 ‘역풍’이 잠잠해진 것일까? 그의 오바마 벗기기가 근거가 없고 너무 극렬 우파의 ‘음모의 이론’에 치우쳐서 일까?

대답이 될는지 모르겠다.

제롬 코시<1946년 오하이오 클리블랜드 태생. 웨스턴 리서브대 학사(68년), 하버드대 정치학 박사(72년), 72년 공화ㆍ민주 대선반대 운동, 2004년 존 케리 평전 ‘최고 사령관이 되기엔 부적절’ 공저, 윌드 데일리넷 칼럼리스트>. “오바마는 회교도며, 공산주의에 매도된 극렬좌파며 해방신학 신봉자며 반미주의자”라는 코시의 추적은 3월 18일 필라델피아에서 한 오바마의 연설 내용에 기인한다.

그는 오바마의 ‘보다 완벽한 나라’라는 제목의 연설을 요약했다. 그 연설은 오바마가 20년을 다녔던 삼위일체 통합교회의 목사 제임스 라이트와 결별한 이유를 말한 것이다.

<<그(오바마)는 그의 할머니와 결별한 것처럼 라이트 목사와 더 이상 결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 세상의 어느 누구보다 나를 사랑한 할머니, 그러나 할머니는 길거리에서 옆을 지나는 흑인에게서 공포를 느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한차례 이상 인종적이고 소수민족을 멸시하는 듯한 행태를 보였다. 나는 위축됐고 할아버지, 할머니를 마음속으로 결별해야 했다.”(오마바)

나는(코시)는 오바마의 연설을 들으며 놀랐다. 그는 어릴 적부터 흑인으로서 느낀 ‘분노’의 감정 속에서, 모든 것을 희생하며 자신을 키워온 할머니까지 ‘결별’하며 대선에 나선 것이다. 또한 자신에게 ‘흑인의 분노’를 키워준 라이트 목사와 결별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나는 “그의 할머니와 라이트 목사가 그에게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알게 하는데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들과 결별하다니 이상스럽다.>>

이런 코시의 추론에 전혀 다른 관점을 가진 한국의 정치학 박사도 있다.

연세대에서 정치사상사를 가르치는 김성호 박사<1966년 서울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88년), 시카고대 정치학 박사(97년), 미국 정치철학부문 최우수 박사학위 논문상 수상(98년), 연세대 교수(2002~현재). 동아일보 객원논설위원(2007년)>, 그는 9월1일자 동아일보 ‘동아광장’에 “오바마, 미국 민주주의의 힘” 이란 기고문을 썼다. 이를 요약한다.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한 오바마의 인생역정은 잘 알려져 있다. 오바마를 이해하는 데 있어 행적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어록이다. 그 중에서도 나는 지난 3월 18일의 필라델피아 연설에 주목한다.

당시 오바마는 정치적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가 다니던 흑인교회의 담임목사 제임스 라이트가 인종차별을 비판하며 ‘저주 받을 미국’이라 극언을 한 것이다. 대권을 꿈꾸는 오바마의 정치자산이자 최대 취약점인 인종문제가 전면에 부각되는 순간이었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자는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오바마는 정면승부를 결심한다. 그리고 바로 제헌의 역사적 현장을 기리는 헌정기념관에서 건국의 원죄인 인종문제에 대해 토로한다. 역사에 남을 이 연설에서 오바마는 미국 민주주의 정신을 제헌 이래 변함없는 헌법 전문에서 구한다.

“우리 합중국 국민은 더 완벽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이 헌법을 제정한다.”

이 짧은 구절로부터 오바마는 인종문제를 위시한 수많은 모순을 안고 출발한 미국이 ‘완벽한 나라’가 아니라는 미국인의 진솔한 자아비판을 읽어낸다. 동시에 그런 반성적 성찰 위에 서있기에 미국의 민주주의가 쉼 없이 진보해 왔음을 상기시킨다. ‘완벽한 나라’가 아니라는 솔직한 자성이 ‘더 완벽한 나라’로 가기 위한 ‘합중국 국민’모두의 행진을 추동해 왔다는 얘기다. 자신은 동의할 수 없지만 라이트의 실언도 진보를 위한 자성의 일환으로 보자는 뜻이다.>>

하버드대 정치학(코시)와 시카고대 정치학(김성호), 미국인 박사와 한국인 박사의 시각과 인식이 이렇게도 다를 수 있나.

겉으로 나온 명백한 실체는 있다. 제롬 코시는 오바마 후보의 성장, 종교, 사상, 정책에는 ‘좌파+중동회교도 테러리즘+흑인 극렬주의+반미주의’의 음모가 숨어있다고 주장한다.

김성호 교수는 “미국의 성장은 민주주의에 대한 자성에 비롯됐다”는 객관적 시각이다.

어떻든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는 “흑인, 라틴, 황인종, 백인종이 하나가 되어 ‘완벽한 나라’를 만들자”는 오바마의 주장을 대변하는 것일 것이다.

그 결과는 11월4일 이후에 나온다. 이를 지켜보자.


박용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