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매출액의 20% 과세추진에 세수 확대 아니라 세원 소멸 맞서

기획재정부 발표 세제개편안에 카지노 사업자에 개별소비세를 부과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을 두고 카지노 업계가 부당성을 주장하며 반격에 나서 정부와의 대립이 날로 격화하고 있다.

정부는 1일 발표한 2008년 세제개편안에서 개별소비세 과세 대상에 카지노 사업자를 추가하는 내용의 세법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세란 재화의 소비 또는 화폐의 지출에 대해 과세하는 조세다. 소비세는 최후단계에서 소비자에게 일일이 과세하는 것이 원칙이나 징수가 까다롭기 때문에 간접과세로 매겨지는 게 보통이다. 이번 개편안 역시 ‘순매출액의 20%’를 과세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한국 카지노관광업협회는 5일 낸 성명에서 “이번 개편안이 적용되면 대부분 적자에 허덕이는 카지노 업계가 도산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들은 이번 조처가 카지노 업계를 도산위기에 처하게 할 뿐 아니라, 해외카지노를 기준으로 한 과세율이 비현실적이라는 점, 내국인 출입이 불가능한 외국인전용 카지노에 사치성 소비규제 목적의 과세가 부당하다는 점, 강원랜드의 경우 이미 입장료에 소비세가 포함되어 있어 이중과세라는 점 등을 반대의 이유로 꼽았다.

이번 조치가 ‘세수 확대’가 아니라 ‘세원 소멸’을 부를 것이라는 게 카지노 업자들의 주장이다. 협회는 현재 강원랜드와 서울지역 외국인전용 카지노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가 만성적자에 허덕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 14개 중 12개 업체가 10년째 적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2007년 영업적자액이 260억원대에 이른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우선, 업계는 적자기업에 대한 과세는 조세원칙에도 어긋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절대 다수의 업체가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세금이 2배 이상으로 늘게 되면 결국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협회는 재정부가 미국 등의 예를 들며 순매출액 기준 20% 과세가 적절하다고 한 점에 대해 ‘비현실적’이라며 맞서고 있다. 해외 카지노는 기본적으로 내ㆍ외국인 모두 출입이 가능하고 각종 규제에서 우리보다 훨씬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규모면에서도 우리와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시장이라는 이유에서다.

재정부가 내국인의 사치성 소비 규제를 명분으로 소비세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서도 업계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내국인 출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외국인전용카지노는 말할 것도 없고, 내국인 출입 카지노인 강원랜드의 경우에도 고객 출입일수 및 배팅규모 제한, 도박중독예방사업 등 사회적 비용부담 등으로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그동안 외화획득을 통해 관광산업 발전에 기여해온 만큼 내국인 대상의 여타 사행산업과 함께 규제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매상의 94%가 외화인 고부가가치 관광산업으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 및 관광수지 개선에 기여해왔다는 것이다.

카지노 관광업협회는 “현재 순매출액의 1~10%를 부담하고 있는 관광개발진흥기금을 순매출액 기준이 아닌 영업이익 기준으로 과세해 달라는 것이 업계의 오랜 바람이었다”면서 “정부의 안정적인 세원확보를 위해서라도 과세율 현실화를 통해 업체의 경영정상화를 지원하는 것이 먼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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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안은 과세표준을 매출액에서 상금 지급금액을 제외한 ‘순매출액’으로 설정하되, 순매출액의 1~10%에 이르는 현행 관광진흥개발기금 부담금을 폐지하도록 하고 있다. 준조세를 줄이고 조세를 늘린 셈이다. 업계는 이를 세부담이 실질적으로 ‘2배’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중 과세’ 논란 역시 대두됐다. 강원랜드의 경우 카지노 입장과 카지노 용품 구입시에 이미 개별소비세가 부과되고 있는 만큼 매출액에 이를 재차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주장이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으로 목적세를 통합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과세정상화를 실현시킬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카지노 사업자의 순 매출액에 대해 미국 미시간주, 마카오, 영국은 각각 24%, 35%, 영국은 2.5~40%의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사행산업에 대한 사회정책적 측면을 고려한 법안이 외국인이 주로 이용하는 국내카지노 실정과 맞지 않는다는 업계의 주장에 재정부는 주춤하는 모습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사행성 방지 차원은 세재 개편의 큰 이유는 아니며 근본적인 과세정상화를 목적으로 세제개편안을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적자기업에 과세하는 것은 조세원칙에도 맞지 않다는 업계의 주장에 대해서는“소비세는 적자 여부에 따라 과세하는 것이 아니며 적자, 흑자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기업이 소득세와 별도로 소비세를 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지노 업계는 "세제개편안이 실시되면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납부금은 552억원에서 1천226억원으로 670억원 정도 증가하지만 업체 파산으로 종업원 1천600명이 실직하고, 파산업체가 유치하던 외국인 관광객 20만명과 2억4천만달러 상당의 외화를 벌어들일 기회를 잃는다"고 불만을 토로하며 18일 문화체육관광부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반발하고 있다. 재정부의 세제개편안은 정기국회를 통해 최종 확정될 경우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가게 된다.


김청환 기자 ch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