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 대변인 류첸차오는 10월4일 국경절 연휴 중인데도 이례적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 정부와 국민은 중국의 이익과 중-미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결정을 강력히 반대한다”였다.

미 국방부가 3일 패트리어트 지대공 미사일, 아파치 헬기 등 64억6000만 달러(7조9000억원)어치를 판매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3일은 미 국무부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가 평양에 가 ‘핵검증 분리안’을 협의하고 서울에 돌아온 날이다. 힐 차관보는 함께 갔던 성 김 한국과장을 서울에 둔 채 도쿄로 떠났지만 미 국방부(펜타곤)의 발표는 엄청난 것이었다.

펜타곤 발표는 북한과 협의한 ‘영변 핵 검증?미국의 테러리스트 명단삭제?우라늄농축의 시리아 핵 연계, 기타 의심시설 검증”이라는 ‘분리안’을 부시 대통령이 받아들인다는 것과는 먼 것이었다. 그래선지 힐이 서울에 남겨둔 성 김은 5일 미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만약 부시가 힐이 가져온 ‘분리안’을 수락했다면 힐은 이 안을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제출, 이를 합의하고 테러리스트 명단에서 북한을 빼는 조치가 이뤄졌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북한 핵을 외교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한반도를 비핵화했다”는 부시의 북한 핵 해결 업적이 역사에 남게 될 것이다.

이를 지켜본 중국은 7일 대미 군사교류 잠정중단의 의사를 미국에 전했다.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은 무기수출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대만과의 군사관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미 국방부 스튜어드 업턴 대변인은 “중국이 11월로 예정된 고위급 군인사의 미국 방문을 비롯한 양국 간 군사협력을 취소 또는 연기하겠다는 뜻을 알려왔다”고 확인했다.

북한은 이런 부시와 힐, 중국과 부시간의 ‘틈새’를 엉뚱하게 해석하는 행동에 나섰다. 북한 입장을 일본에서 대변하는 조선신보는 힐의 평양 방문에서 논의된 것을 10월6일자에 해설 보도했다. 이를 요약한다.

<<평양에서 이뤄진 협상의 초점은 단순한 기술실무 문제가 아니다. 힐 차관보가 이번 방문 기간 리찬복 인민군 판문점 대표를 만난 사실을 눈 여겨 봐야 한다. 핵문제가 본질적으로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안전보장에 관한 문제라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있다. 현 시점에서 조미(북미)가 적대관계 청산의 이정표를 세워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조선반도에서 전쟁상태가 지속되는데 조선이 핵무기를 스스로 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원래 핵문제를 해결하려면 군사문제 논의는 불가피하다. 이번에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6자구도는 붕괴의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북한은 7일 서해에서 공대함 미사일 발사를 했다. 유명한 외통부 장관은 이런 북한의 해석은 “힐 차관보가 협의한 것과는 이야기가 다르다”고 국회에서 밝혔다.

누구도 미국의 대만 무기 수출이 6자회담에 미칠 파장, 6자회담의 앞길에 대해 분석하지 않았다. 미국의 중국 분석가들도 손을 놓고 있다. 정말 중국과 미국, 미국과 북한, 그리고 3자의 한국과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대답을 지난 8월30일 번역되어 나온 <중국의 대북조선 기밀파일>에서 찾아본다. ‘기밀파일’은 2006년 10월께 중국의 대외연락부에 속한 중국 공산당 관료들이 쓴 “북한에 대한 솔직한 보고서”다. 이 책은 ‘조선진상’으로 발간되려다 출판사들의 자체검열로 출판되지 못했다.

일본의 문예춘추사는 여기에 최신 보고를 추가해 2007년 10월 <대북조선. 중국기밀파일>로 번역해 엮어 냈다.

한국판으로 옮긴 전북대 박종철 교수(중국 사회과학원 박사)는 “북한의 핵, 김정일 정권, 미국의 대북정책, 한국과 일본에 대한 중국의 인식이 아직도 통제되고 있는 언론의 자유를 넘어 보려는 시류를 보여주는 것이다”고 보고 있다.

‘기밀파일’ 중 2006년 3월 6자회담이 결렬되었을 때 대외연락부에 제출한 중국의 한반도 전문관료들의 비밀 보고서를 요약한다.

<<…중ㆍ 미간에는 중대한 차이점이 있다. 여기에는 네 가지 시각이 있다. 첫째, 우선 타이완 문제이다. 중국통일의 가장 큰 장애는 미국이다. 이런 요소 때문에 중국 국내에서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크게 증강하고 민족통일을 달성하려는 목소리가 높아져 가고 있다. 향후 타이완 문제에서는 중국이 어떤 방법으로 미국과 합의에 도달할지가 관건이다.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관계가 될 것이다.

둘째, 중ㆍ 미 에너지 쟁탈전이다. 최근 몇 년 아프리카나 중동, 남미와 같은 곳에서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를 둘러싼 중ㆍ 미 간 쟁탈전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이 지속되는 한 싸움은 앞으로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인권문제의 인식, 정치체제의 상이점 등이다.

그렇다면 향후 중ㆍ 미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에 관한 전망에는 세 종류가 있다. 첫째, 중ㆍ 미관계는 좋게도 나쁘게도 되지 않는다. 협력 속에 대립, 대립 속에 협력이 있는 관계가 될 것이다. 협력이야말로 중요해지고 대립은 부차적인 것이라 생각하지만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 그 중에서도 타이완의 정치정세 변화에 따라 중ㆍ 미관계가 협력에서 적대로, 심지어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둘째, 중국이 국력, 특히 군사력을 증강하면서 미국은 기존 타이완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고 압박을 받는다.

셋째, 미국은 대중정책을 조정하는 동시에 극동아시아 전략, 즉 일본과 한국에 대한 정책도 수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중국과 미국은 대립할 것인가? 북한은 어떻게 행동할까? 이에 대해 궁금한 이들은 <중국의 대북조선 기밀파일>을 읽기를 바란다.



박용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