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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생활 지키는 동거·부양·협조·정조의 의무







박수룡 원장







최근 어린아이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흉악범죄가 보도되면서, 소위 ‘사이코패스(psychopath)’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이들은 흔히 폭력적이고 냉혹하여 일반인들이 상상하지도 못할 범죄를 저지르곤 한다.

흔히 이들과 같은 부류로 혼동하는 ‘반 사회적 인격장애자’는 어려서부터 각종 비행을 저지르고 사회에 적응을 하지 못하며 일생에 걸쳐 수많은 전과를 저지르곤 한다. 그러나 ‘사이코패스’는 반드시 범죄자가 아닐 수도 있으며, 몇 가지 점들만 빼면 일생 동안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가기도 한다. ‘사이코패스’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생략하겠으나, 가정폭력과 연관하여 몇 가지 사항을 거론하고자 한다.

이들은 평소에는 완전히 정상적인 사람이다. 학업 성적이나 종사 직업도 일반인과 전혀 다르지 않다. 이들도 자신의 기분이나 목적에 따라서는 타인에게 얼마든지 친절할 수도 있다.

이들은 상당히 영리한 면이 있어서, 죄의식을 전혀 느끼지 않으면서도 필요하다면 반성하는 모습도 보인다. 또 타인의 고통이나 슬픔에 대해서 공감하지는 못하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그 상황에 적절한 반응을 만들어 보일 수도 있다. 때문에 그들의 본 모습이 완전히 드러나기 전까지는 그들을 분간해내기가 어렵다.

‘사이코패스’의 가장 큰 특징은 타인과의 공감능력의 결여에 있다. 그리고 자신의 욕구 해결을 위해서는 타인을 희생시킨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범죄를 저지르지 않더라도, 가까운 가족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타인의 고통은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자신이 당한 고통은 크게 느낀다. 또 자신의 불행을 자신 외의 사람들 탓으로 돌리고, 오히려 가족들이 죄의식을 가지게 만든다. 이들은 자신의 고통을 극화하여 표현하는데 능하기 때문에, 이들의 이야기를 들은 여성들은 동정심을 느끼고 이들을 도와주고 싶어진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여성들이 가정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끝내 벗어나지 못하고 또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꺼리게 된다. 이런 여성들은 언젠가는 자신의 희생이 결실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무의미한 희생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필자의 상담실에서도 가정폭력을 당하는 부인들이 혹시 자신의 남편이 ‘사이코패스’가 아닌지 질문을 하곤 한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폭력 남편이 다 ‘사이코패스’인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가정폭력은 부부의 갈등이 심한 상황이었거나 가해자의 분노나 절망감 등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비록 반복되는 경우라도 일단은 가해자로서의 반성이 뚜렷하다. 이런 경우는 치료를 통하여 부부갈등의 원인을 찾아 해결하거나 적절한 의사소통과 감정표현 방법을 교육하는 것으로 가정폭력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가정폭력이 상습화되고 또 그 정도가 점점 심해진다면, ‘사이코패스’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이들은 반드시 감정적인 흥분이 없이도 폭력을 가하고, 폭력을 끝내고 나서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행동한다.

그러면서 배우자가 잘못한 부분을 과장되게 지적하여 반발할 수 없게 만든다. 가정폭력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하더라도 피해자의 일방적인 자해소동처럼 침착하게 설명을 하여 경찰이 돌아가게 만든다. 이들은 가정 내에서의 확고한 지위를 누리는 것을 포기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주변의 도움을 거절한다.

설령 부부치료에 오더라도 자신들의 갈등상황을 설명하고 해결책을 바라기보다는 자기 배우자가 얼마나 형편없는 사람인지를 설명하는 데에 더 열심이다. 배우자와 가족이 겪는 고통에 대한 인간적인 호소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아쉽게도 이런 사람들을 치료하는데 효과적인 프로그램은 아직까지 없다. 이들이 자신의 상황에 대해 갈등을 느끼지도 않으며 치료에 대한 필요성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가해자로부터 피해자가 스스로를 격리하여 보호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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