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에 대해 우리가 흔히들 잘못 알고 있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마땅히 다 병이 생기고, 쇠약하게 되며, 외모가 나빠진다는 믿음이지요. 그래서 노안, 노환, 노망이라는 질병 용어가 생겼고, 노인이 되면 다 체력이 떨어진다고, 노쇠하고 노약하다는 표현이 생겼습니다.

물론, 나이가 들면 더 잘 생기는 병들이 있기는 합니다만, 이는 그 연령대에 더 흔하다는 것뿐이지, 그 나이가 되면 다 걸린다는 뜻이 아닙니다. 마치 아이들이 잘 걸리는 병을 어린이병이라고 부르지 않듯이, 나이가 들어서 생겼다고 노인병이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지요.

책이나 신문의 작은 글씨를 볼 때 눈의 수정체가 수축을 하여 굴절력을 높임으로써 잘 볼 수가 있게 되는데, 그 수축력이 떨어진 것을 우리는 노안이라고 했었지요.

과거에는 60대가 넘어서야 주로 발생했지만, 요즈음은 40대에도 흔히 발생하고, 심지어는 30대에도 옵니다. 더 이상 노안이라는 용어는 적절하지가 않고, 수정체 경직증 또는 수정체기능저하 등의 용어로 바꿔야 합니다.

노안과 마찬가지로 과거에는 나이가 든 사람들에게 흔했던 병이 요즈음 젊은 사람들에게도 흔히 발생합니다. 고혈압, 당뇨를 비롯하여, 심장병, 뇌졸중, 치매 등의 발병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이지요.

이렇게 젊은이들이 소위 노인의 병에 걸리는 반면, 나이가 들어도 노환은커녕, 젊은이 못지 않은 체력과 외모를 뽐내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을 여러분들도 흔히 목격하고 있지요? 나이가 들었다고 모두 병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질병, 건강, 외모에 나이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결정요소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어떻게 운용하느냐 하는 것이지요. 10년을 써도 새 차 같은 차가 있는 반면, 단 1년을 써도 폐차 직전인 차가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몸과 마음을 나쁘게 운용하는 대표적인 방법 중의 하나가 스스로를 나이 들었음 또는 노인이라 치부하는 것입니다. ‘너도 내 나이가 돼봐!’, ‘한 10년만 젊었어도 내가 무엇 무엇을 할 수 있을 텐데!’ 라든가, 더 나아가서는 아예 노약자로 대접받기를 기대하는 것이지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누가 자리를 양보해 주지를 않나 눈치를 주기도 하고, 젊은이들이 부축해 주지 않으면 서운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요.

같은 연령대에 있는 사람들 하고만 친하려고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물론 나이가 비슷하면 가치관과 생활방식이 비슷해서 편하다라는 장점도 있습니다만, 다른 연령대의 다른 가치관을 이해하지 못하는 편협성이 더 커지게 마련이지요. 같은 연령대의 모임이나 동기회를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같은 취미, 종교, 이념이나 이웃끼리 등 다른 연령대와 만나는 기회를 종종 만드는 것도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일에 있어서도 나이 들었다고 남의 위에 서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이제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라면 젊은 사람 밑에서도 하는 것도 자연스럽습니다. 일이 나이의 고하를 결정한다면, 오히려 내가 그 젊은 사람보다도 더 젊다는 선언이 되는 것이기도 하지요.

나이 20세의 특권은 0세부터 20세까지 밖에 되지 못하지만, 나이가 60세이면 0세부터 60세까지 어느 연령이나 다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 진료실에서는 85세 이하이면 나이가 들었다거나, 나이 때문에 라는 얘기는 아예 하지를 않습니다.

여러분들, 노인이라 불리고 싶습니까?

■ 유태우 교수 약력

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원격진료센터 책임교수

MBC 라디오닥터스 진행

KBS 건강플러스‘유태우의 내몸을 바꿔라’진행

<저서> 유태우교수의 내몸개혁 6개월 프로젝트

가정의학 누구나 10kg 뺄 수 있다

내몸 사용설명서, 김영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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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우 tyoo@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