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달산서 시작 등대 낙조로 마무리… 영국군 묘지도 유명

가족끼리 떠나는 섬 여행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기상이 나빠지면 이내 닫혀버리는 뱃길도 그렇고 변변찮은 숙박시설 때문에 여러 가지 불편함이 많다.

그렇지만 사면이 바다로 고립된 ‘섬’이라는 공간 속에서 우리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우리는 한가족’이라는 일체감을 확인할 수 있어 좋고 섬이 주는 이색적인 풍광과 낭만을 만날 수 있어 더욱 좋다. 쉴토가 있는 주말이라면 용기를 내어 섬으로의 가족 여행을 한 번 떠나보자.

남해의 외딴 섬 거문도. 여수에서 뱃길로 115km 정도나 떨어져 있어 는 섬이지만 쾌속선으로 불과 1시간 4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이다. 거문도는 동도, 서도, 고도, 세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동도와 서도가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고, 두 섬이 가운데 아래의 작은 섬 고도를 끌어안고 있는 형국이다. 거문도의 한 가운데 있는 작은 섬 고도는 영국군 묘지가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묘는 항구에서 오른쪽 산등성이로 쪽으로 600m 정도 떨어진 지점에 있다. 영국 해군이 주둔한 3년간 해군 사병과 해병대원 10명이 사망하여 이곳에 묻혔는데, 현재는 세 명의 묘지만 남아 있다.

거문도 여행에서는 가장 권할만한 가족 체험꺼리로는 거문도 종주 트래킹이 있다. 서도 북쪽에 있는 음달산에서 시작되는 거문도 종주 산행은 한 나절을 꼬박 잡아야 하지만 거문도의 아름다운 바다 쪽 풍광을 감상하며 여유 있게 섬 산행을 즐기는 것도 섬으로 떠나는 가족 여행에서 기억에 크게 남을 일이다.

코스는 음달산→불탄봉→억새 군락지→기와집 몰랑→신선바위→보로봉→거문도 등대까지 온 후 등대에서의 낙조를 감상하는 일정이 풀코스이다.

신선바위(위), 거문도등대(아래)

이 트래킹 코스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곳은 동백나무 울창한 숲을 통과하게 되는 는 불탄봉에서 기와집 몰랑까지 이어지는 산길로 여름에 가면 동백꽃은 없지만 그 짙고 윤기 넘치는 진록의 동백잎은 땀나는 이마에 시원한 숲 그늘을 덮어준다. 동백이 한창인 2,3월에 이 길을 찾는다면 동백꽃으로 터널을 이루고 있는 장관을 기억에 담을 수 있을 것이다.

동백나무 향기에 취해 산등성이를 따라 가다보면 어느새 신선바위에 이르게 된다. 사철 강한 바닷바람이 불어대는 신선바위는 어른 열댓 명이 큰 대(大)자로 누워도 넉넉할 만큼 너른 바위이다. 이곳에 올라 멀리 거문도 등대가 있는 풍경을 감상하거나 하얀 포말로 부서지는 파도가 있는 해안선을 감상하다보면 산행 내내 지겹게 따라다니던 더위는 이내 멀리 물러가 버린다.

신선바위에서 섬 트래킹 코스의 종착점인 거문도 등대까지 가지 않고 서도 동쪽 길 내려서면 부드러운 곡선을 이룬 피서철의 천국 유림해수욕장을 만날 수 있다. 이 곳을 지나 오르막길을 가면 산을 돌아가는 지점에 나무 벤치 두 개가 놓여 있는 전망대에 이른다. 섬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고 명물 삼호교가 눈앞에 깔리며 작은 배들이 다리 사이로 드나드는 거문도 특유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서도의 남쪽 끝자락에서 밀물 때면 물에 잠기는 길을 건너면 거문도의 상징처럼 자리 잡고 있는 거문도 등대를 찾을 수 있다. 남해를 항해하는 많은 배들에게 친절한 안내자가 되고 있는 등대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더 짙고 거친 느낌이다. 하얀 등대 앞에 서 있는 관백정(觀白亭)은 여수시에서 1993년에 세운 전망대로 이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가 시야에 들어오기를 기원하면서 망망대해를 감상할 수 있다.

거문도를 간 김에 욕심을 부려 를 찾아가 보자.

■ 바위섬의 파노라마 … 탄성이 절로

백도

(百島)에서 섬 하나가 모자라 한 획이 덜 그어진 (白島)라고 했다는 전설이 있는 이 섬도 내친 김에 한 번 찾아가보자. 거문항에서 유람선을 타고 푸른 바다를 50분 가까이 가르면 멀리서부터 의 신비로운 경관이 드러난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작은 바위섬들이 이리저리 겹쳐 보여주는 파노라마는 진정 변화무쌍하여 어느 각도에서 보든 탄성을 토해낸다.

1979년에 명승 제 7호로 지정된 는 모두 39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져 있지만 편의상 크게 상 일대와 하 일대로 나눈다. 대표적인 볼거리는 병풍바위, 석불바위, 서방바위, 바둑판바위, 매바위 등으로 이 곳 이외에도 섬 구석구석에 숱한 절경을 간직하고 있다.

이들 중 하의 서방바위와 각시바위는 각각 남근과 여근 모양을 하고 있어 해학적 감탄을 자아낸다. 상에서 하로 옮겨가며 감상하게 되는 기암괴석군을 한바퀴 도는 시간이 전혀 지루하거나 따분하지 않으며, 오히려 조금이라도 눈을 떼기가 아쉬울 정도이다.

■ 정보상 약력

1960년생. 자동차전문지 카라이프 기자를 거쳐 여행과 자동차 전문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을 지낸 후 현재는 협회 감사로 있다. 여행전문포털 와우트래블(www.wawtravel.com), 자동차전문 웹매거진 와우(www.waw.co.kr)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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