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여러분들께서는 식사를 하실 때, 주로 입을 만족하십니까, 아니면 배를 만족하십니까? 당연히 입을 만족한다고 대답하시겠지만, 대부분의 한국인은 배를 만족하는 식사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입을 만족하는 식사와 배를 만족하는 식사는 상당히 다릅니다.

한국사람 대부분이 하는 배를 만족하는 식사를 먼저 볼까요? 우선 식사를 시작하기 전에 시장기를 먼저 느낍니다. 식사를 시작하면 입에서 맛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시장기를 없애면서 배가 뿌듯해질 때까지 빨리빨리 총력을 다 합니다. 숟갈, 젓갈을 쉬지 않고 움직이고, 동시에 입도 지속적으로 동작을 계속합니다.

남이 예기하는 소리도 건성으로 들리고, 자기가 내는 소리는 주로 '야, 맛있다'가 고작입니다. 계속 먹다가 배가 차서 포만감을 느끼게 되면, 남보다 가장 빨리 숟가락을 놓습니다. 음식이 한꺼번에 나왔을 때는 대개 10분 이내에 끝나게 되지요. 그리고는 그 때부터 아직도 식사를 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 재촉하기 시작합니다.

입을 만족하는 식사는 어떨까요? 일단 음식이 한꺼번에 나오지를 않습니다. 음식 하나 하나를 음미해 가면서 야금야금 먹습니다. 식사를 하면서도 계속 이 예기 저 예기 대화를 합니다. 음식의 종류는 몇 가지가 되지 않는데, 식사를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족히 2-3시간은 됩니다. 맛있는 음식을 계속 먹고는 있는 데도 별로 배부른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한국에는 드문 이런 식사를 하는 분들이 서구에는 많이 있습니다.

입을 만족하며 느리게 먹는 서양식에서 그래도 빨리 먹겠다고 하는 것이 패스트푸드이지요. 한국에서는 모든 음식이 패스트푸드입니다. 어떤 음식이던 빨리 먹으면 다 패스트푸드가 되는 것입니다. 특히, 각종 탕과 죽은 대표적인 한국식 패스트푸드이고요, 항상 국과 함께 먹는 것도 한국식을 패스트푸드로 만드는 주범이 됩니다.

그런데, 바로 이 배를 만족하는 식사법이 한국인의 비만율을 10년 만에 두 배로 올린 주원인이라는 것을 아십니까? 과거 못 먹고 못 살 때의 생존전략이었던 배를 채우는 식사가, 어느덧 영양과잉 시대에 와서는 우리 몸을 가장 병들게 하는 식사법이 된 것입니다.

오늘부터 입을 만족하는 식사법을 연습해 보겠습니까? 매우 쉽습니다. 식사 시간만 30분 이상을 잡으면 됩니다. 꼭 오래 씹으라는 것만은 아니고, 첫 술을 뜨고 마지막 수저를 놓을 때까지가 30분이 걸리면 됩니다. 그 시간 안에는 말을 많이 하던, 독서를 하던, TV를 보던, 아니면 밥 먹다 말고 바람을 쐬던 다 상관이 없습니다. 주위에서 아무리 눈치를 주어도, 다 일어나고 혼자 남게 되어도 끝까지 시간을 끌면 됩니다.

■ 유태우 교수 약력

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원격진료센터 책임교수

MBC 라디오닥터스 진행

KBS 건강플러스‘유태우의 내몸을 바꿔라’진행

<저서> 유태우교수의 내몸개혁 6개월 프로젝트

가정의학 누구나 10kg 뺄 수 있다

내몸 사용설명서, 김영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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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우 tyoo@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