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상담실을 찾거나 이혼을 하게 되는 중요한 이유들 중의 하나가 배우자의 ‘외도’다. 지금까지 외도 사례는 남편의 외도로 상처받은 부인이 진료실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근래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활발해짐에 따라서 외도는 더 이상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다. 부인이 외도의 주체로 되어 상처받은 남편들이 진료실을 방문하는 사례들도 빠르게 늘고 있다.

원래 외도는 아내를 일종의 재산으로 취급하던 남성 위주의 가부장적 사회체제에서 만들어진 개념이었다. 당시에는 부인의 외도만이 가혹한 처벌의 대상이었으며, 남편의 외도는 문제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여성의 인권이 보장되고 가정복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현대에는 결혼과 가정이 단순히 의식주를 해결해주는 수단을 넘어서 가족구성원 모두의 행복과 발전을 위한 토대가 될 것을 요구한다. 따라서 이제는 남편의 외도가 잠깐의 유희 때문이든 업무상 일어난 일이든 상관없이 더 이상 용인되지 않게 되었다.

일부 남성들은 이러한 상황의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적응하기를 거부하고 있지만, 거대한 시대적 흐름은 되돌려지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는 ‘영웅호걸은 호색’이라거나 ‘예술을 한다’는 등의 이유로 일부 특정 집단은 외도를 할 수도 있는 것으로 주장되기도 했다.

또 많은 문학 작품이나 예술에서 성은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것이므로 이에 대한 구속은 옳지 않은 것으로 표현되어 왔다. 또 최근 들어 ‘결혼’이라는 제도에 얽매이지 않는 사랑과 자유로운 성을 미화하는 듯한 영화와 드라마가 등장하자, 많은 사람들이 자신도 그런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유혹을 받게 되었다.

이런 경향은 사랑과 성은 법적 제도로서 구속할 수 없는 개인의 자유이며, 나아가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경험이 개인의 인격적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는 ‘자유연애주의’적 견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름대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위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사람이거나, 심지어 자신이 외도 당사자인 사람도 자신의 배우자가 다른 이성과 친밀한 관계에 빠지는 것을 용인하지는 못한다. 이렇게 보면 위의 ‘이상적 낭만’과는 반대로, 성 경험을 포함하여 가능한 모든 면에서 배우자가 자신에게 충실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라는 주장이 더 현실적인 것 같다.

이런 ‘도덕적 요구’에 의하면 피상적인 쾌락의 추구 대신 배우자에 대한 상호 헌신이 가정의 안정뿐 아니라 개인의 인격 완성에도 도움이 된다. 한 상대에게 성적 정절을 충실하게 지켰을 때 비로소 본인이나 배우자가 진정한 사랑의 기쁨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 경험을 배우자에게만 한정해야 한다는 일부일처 제도는 확실히 자연상태의 인간에게는 부적절한 요구인 것 같기는 하다. 그러나 진료실에서 보면, 결혼제도의 타당성 여부와 관계없이 배우자의 외도 때문에 고통을 겪는 사례가 너무나 많다. 또 외도로 인하여 결국 가정해체의 위기에 빠지기도 한다.

설령 외도 당사자는 외도를 통하여 어느 정도의 행복을 얻게 되었을지라도, 그 결과와 주변인들에게 미치는 후유증을 포함하면 결코 ‘이문이 남는 장사’가 아닌 것 같다.

실제로 외도는 단순히 한 개인의 성적 태도나 일시적인 충동에 의한 것만이 아니다. 따라서 외도 사건을 겪는 부부가 단순히 행위 당사자의 성적 행위만을 문제 삼아서는 적절한 해결점을 찾기가 어렵다.

그런데 외도 사건을 겪는 많은 부부들은 당면한 고통을 어떻게 처리하여야 할 지를 모르기 때문에 나름대로 해결하고자 하는 많은 시도들을 해보지만 결과적으로 오히려 더 많은 상처를 받고 결국 절망에 빠지게 된다. 원만하고 안전한 해결을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외도 이전에 부부가 경험한 개인적 삶과 공동의 결혼 생활에 대한 폭넓은 점검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주어진 시련을 함께 극복해 갈 것인지 또는 각자의 분리된 부분을 인정하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외도 역시 잘 해결하면 행복을 위한 반전의 계기가 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평생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우리가 살면서 겪게 되는 많은 장애들 중의 하나인 것이다.

박수룡 백상신경정신과의원 부부치료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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