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식품 패스트푸드 GMO 멀리하고 친환경·슬로푸드는 가까이

'식탁의 안전'이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계기로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넘쳐 나는 먹을 것 속에서 온전히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음식을 가려내는 데 많은 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안전을 걱정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을 향해 '과장된 두려움', '사실의 왜곡', '과학에 대한 무지'라는 표현을 써가며 비난하는 이들도 있다. 일부에선 미국산 쇠고기수입 반대집회에 반대하며, 미국산 쇠고기 시식파티까지 준비하고 있다. 유전자변형식품(GMO)의 위해성 논란에 대해서도 시각이 엇갈리긴 마찬가지다.

먹거리 안전에 대한 두려움은 정당한 것일까, 아니면 과장된 것일까? 어떤 음식을 먹어야 안전할까? 먹거리 안전성을 우려하는 이들은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지 불안하고 혼란스럽다.

안전한 식품 소비운동을 펼치는 개인 및 단체가 제시하는 먹거리 선택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을 살펴본다.

■ 수입식품은 안심하고 먹을 수 없다

최근 들어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리가 식품의 안전을 좌우한다며 ‘로컬푸드’를 소비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들은 식탁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수입식품을 멀리하라고 말한다.

물론 값싸고 맛있는 수입식품을 왜 반대하느냐고 비난하는 이들도 있고, 생산방식에 따라 국내에서 생산된 식품이 수입된 것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이하 우리농) 김현정 사무국장은 “성장과정에서 사용하는 농약은 비나 바람에 의해 어느 정도 씻겨나가기도 하지만 긴 운송기간 때문에 살포하는 농약은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오랜 기간 뜨거운 배 안의 컨테이너 박스 속에서 썩지 않게 하기 위해 뿌리는 농약과 방부제의 위해성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언젠가 수입된 밀과 우리밀을 가지고 비교실험을 했더니, 우리밀 속에 들어간 벌레는 살아 남는데 반해 수입밀 속에 넣은 벌레는 독성에 못 견뎌 죽었어요. 수입밀에서 기준치의 290배에 달하는 농약이 발견돼 충격을 주기도 했었죠.”

수입식품은 유기농 방식으로 생산됐다 하더라도 긴 유통기간 때문에 강력한 농약과 방부제가 사용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로컬푸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쪽의 주장이다.

또한 거리가 멀수록 식품안전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의 의견이다.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된 식품일수록 소비자들의 검역과 통제가 보다 용이하기 때문에 안전성을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려대 사회학과 김철규 교수는 “현대 식품체계는 식품의 마일리지(mileage) 확대 혹은 거리의 증가를 특징으로 한다”며 “이러한 식품체계 하에서 생산지와 식탁의 물리적 거리와 사회적 거리가 급격하게 증가하게 됐고, 생산에서 소비까지 과정의 투명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고 말한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어느 시점에서 얼만큼 농약, 동물성 사료, 호르몬제, 유전자 변형 등이 사용되는지 보통의 소비자들은 알 방법이 없어진다는 게 로컬푸드를 옹호하는 집단이 내세우는 이유다.

■ 대량생산 식품은 No!

전통적인 식품생산 방식에서 벗어나 대량생산을 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나라를 포함해 많은 지역에서 식량부족 문제가 급격히 줄어들게 됐다. 그런데 식품안전을 주장하는 측에선 식품의 대량생산체계가 엄청난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경고한다. 대표적인 것이 유전자변형식품(GMO)이다.

물론 유전자변형식품이 지구의 식량난을 해결하는 희망이 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또, 아직까지 유전자조작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식품이 사람의 건강에 직접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충분한 증거는 없다.

그러나 친환경단체 등은 수 천년 동안 먹어서 검증된 식품과 달리 유전자변형 식품은 안전성 검증 없이 처음 먹게 된다는데 근본적인 위험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농 김현정 사무국장은 유전자조작 음식을 먹은 쥐의 간과 신장이 정상 크기와 달리 굉장히 커지고, 뇌가 축소됐다는 연구결과나 유전자조작 옥수수를 먹인 닭의 사망률이 그렇지 않은 닭의 사망률보다 2배 가량 높다는 연구결과, 그리고 인도에서 유전자조작 목화를 먹인 양들이 고름 섞인 피를 토하며 대량 사망한 사실 등을 예로 들었다.

유전자조작 식품을 먹인 동식물에서 이 같은 이상이 나타나는데, 그러한 성분이 인체에 축적될 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한 연구자료조차 없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에게 위험을 입증하라는 건 말도 안 된다는 것이다.

단국대의대 예방의학과 권호장 교수는 “유전자조작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식품이 유전공학적으로 인간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종류의 단백질을 생산함으로써 알레르기 질환이나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농 김 사무국장은 또, 대규모 닭 생산을 예로 들며 대규모 축산이 갖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짧은 시간 내에 많은 닭을 키우기 위해 좁은 닭장 속에 가둡니다. 모든 생물은 지나치게 좁은 공간에 가두면 위협을 느끼며 생물독을 발산한다고 해요. 닭장 속에 갇힌 일부 닭들이 부위를 잘라버리는 등 폭력적 성향을 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에요. 또, 달걀을 빨리 낳게 하기 위해 성장호르몬제를 투여하고, 대규모 축산체계 속에 키우는 동물들은 전염병에 취약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항생제를 먹이고, 소독제를 뿌리게 됩니다. 이런 닭을 사람이 먹는 것이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 비만과 심각한 영양불균형 초래하는 패스트푸드

패스트푸드의 위험성은 일반인들에게도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슈퍼사이즈 미’(Super Size Me·2004)는 감독 스스로 맥도널드의 수퍼사이즈 메뉴를 30일 동안 매일 세끼를 먹고 몸에 일어난 변화를 기록한 영화다. 패스트푸드만 먹던 감독은 한달 후 몸무게가 11kg이나 늘었고, 콜레스테롤 수치 또한 위험한 수준으로 높아지는 변화를 경험했다. 두통과 우울증도 찾아왔다.

전직 유명 과자회사의 간부가 쓴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안병수 저·2005)에서도 과자와 가공식품이 건강에 얼마나 해로운지를 폭로하고 있다. 저자는 가공식품이 암이나 심혈관 질환, 당뇨병의 발병율 증가와도 관련이 깊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패스트푸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측에선 ▦사용되는 재료의 성분이 불분명하며, ▦제조과정이 비위생적이고, ▦패스트푸드의 주 원료가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 정제된 설탕, 소금, 화학조미료이기 때문에 심각한 영향 불균형을 가져온다며 패스트푸드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 대안은 로컬푸드와 친환경식품, 슬로우푸드

안전한 식품을 먹을 권리를 주장하는 이들은 식품의 세계화와 산업화에 따른 위험성에 대한 대안으로 로컬푸드와 친환경식품 소비 그리고 슬로우푸드를 제안한다.

유기농 식품은 화학비료와 호르몬제, 항생제, 유전자변형 등으로부터 안전하다. 다만, 친환경적인 공정을 통해 재배되고 생산되었는지 알기 위해 나라에서 인증한 ‘친환경 인증 마크’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협 식품안전지수 현승은 연구원(한의사)는 “같은 친환경 제품이라도 대기업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냐 아니면 생활협동조합에서 하는 직거래 방식이냐에 따라 안전성과 신뢰도는 많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어떤 친환경적인 공정을 통해 재배되고 생산됐는지 소비자가 직접 알 수 있는 유기농 식품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생협의 경우 소비자의 먹거리 불안을 해소시키고, 보다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친환경유기식품유통인증협회’(이하 유통인증협회)와 ‘생산유통인증시스템’을 도입했다. 유통인증협회는 생산자와 물류센터, 매장에서 소비자까지 관리하고 있다. 농산물 생산지에 산지관리 담당자를 수시로 파견해 친환경인증에 맞는 방법으로 재배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그 정보를 수시로 구매 담당자들에게 전달한다.

우리농은 농촌의 생산자과 도시의 소비자가 만나는 도·농 교류프로그램과 직거래시스템을 만들어 식품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유전자변형 농산물과 식품을 피하려면 ▦수입식품과 가공식품은 되도록 피하고, ▦유기 농산물을 이용하며, ▦육류 소비를 줄인다, ▦가급적 집에서 도시락을 싸간다, ▦생협이나 유기 농산물을 취급하는 단체의 회원이 돼 먹거리를 이용하라고 조언한다.

이밖에도 ▦가급적 국내산 유기농산물 이용하고, ▦제철 음식을 먹으며, ▦가공식품을 삼가고,

▦외식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식탁의 안전을 지키는데 최선이라고 안전식품을 주장하는 이들은 전한다.

무엇보다 먹거리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음식소비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단국대의대 예방의학과 권호장 교수는 “먹거리 안전성이 위협 받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지나치게 많은 먹거리를 소비한다는데 있다. 먹거리를 늘리기 위해 전통적인 생산방식에서 벗어나 농약을 과도하게 사용하고, 가축에 항생제를 투여하며, 유전자를 조작하게 되고, 해외로부터 먹거리를 수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품안전성을 위해서는 식품소비 자체를 줄이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