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도' 강한 과일·탄산음료·식초 등에 서서히 녹아내려산성음식 섭취 후 3분이내 양치질하고 알칼리성 음료 섭취를

여름철엔 치아 부식증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갈증을 풀기 위해 과일과 과일주스, 탄산음료를 입에 달고 살기 때문이다.

치아는 산(酸)에 닿으면 부식한다. 치아 부식증은 산성 물질이 치아에 접촉하는 빈도가 높은 경우에 치아 표면의 단단한 층이 화학적으로 녹아 치아 두께가 얇아지거나 길이가 짧아지는 현상이다.

포도, 레몬, 파인애플 등 신맛이 강한 과일과 과일주스, 콜라, 사이다 등의 탄산음료에는 강한 산성 성분이 들어있다. 이온음료도 탄산음료 못지않게 산도가 강하다. 식초를 넣어 먹는 냉면도 산도가 강하다.

이처럼 산도가 강한 식품을 섭취하면 치아 부식이 일어나게 된다.

백상치과 조영수 원장은 십여 년 전, 산업구강보건협의회에서 근로자들의 구강상태를 조사하던 중 염색이나 도금 등 산을 취급하는 업종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치아가 녹아내린 사실을 발견했다. 산(酸) 증기가 치아 표면에 접촉해 생기는 직업성 치아 부식증이었던 것이다.

이를 계기로 조 원장은 치아 부식증이 얼마나 심각한 치아 질환인지 인식하게 됐다.

치아 부식증은 산을 취급하는 근로자들에서 나타나는 직업성 치아부식증과 위산의 식도역류로 인해 치아의 안쪽 면이 녹아내리는 내인성 그리고 탄산음료나 과일 등을 많이 섭취해 생기는 식이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가 녹아내리는 치아 부식증은 충치보다 더 심각한 치아 질환이에요. 어금니나 치아 사이사이 등 대개 움푹 패인 부분이 썩는 충치는 때우기가 쉬운 반면, 부식증은 사실상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요. 3대 치아질환으로 충치, 잇몸 질환, 부정교합을 꼽는데, 치아 부식증도 3대 질환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아주 먼 옛날엔 치아 부식증이라는 질환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식생활의 변화 등으로 치아 부식증 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치아질환 환자 수로 보면 치아 부식증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치아 부식증의 또 다른 위험성은 환자가 증세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외국의 한 운동선수가 레몬 조각을 입에 넣고 연습하는 습관이 있었답니다. 레몬은 과일 중에 산도가 가장 높은 과일인데요. 어느날 그의 이가 몽땅 녹아내렸어요. 치아 부식은 이처럼 부지부식간에 진행되기 때문에 더 위험합니다."

산에 의해 치아가 녹으면 처음엔 아무 증세를 느끼지 못한다. 그러다 치아 표면의 부식 정도가 심해지면 차거나 뜨거운 음식물이 입안으로 들어갔을 때 시린 느낌을 받게 된다.

치아 부식증은 치료가 어렵다.

"치아가 녹아 내린 부분은 레진이나 지르코니움 같은 물질로 때우거나 이를 만들어 씌웁니다. 그러나 음식을 씹다가 깨지기 쉬워요. "

치료 가격은 사용 재질에 따라 치아 1개당 35만원에서 60만원 선이다.

조 원장은 치아 부식증엔 예방만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산도가 강한 음식을 섭취했을 때는 3분 이내에 반드시 양치질을 해줘야 한다. 양치질이 여의치 않으면 구강청결제나 물로 희석이라도 해줘야 치아가 부식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탄산음료나 이온음료 보다는 가급적 녹차나 감잎차 그리고 알칼리성 음료수를 마시는 게 좋다. 또, 불수도포나 불소피약을 사용해 얇아진 치아표면을 어느 정도 단단하게 해 주는 것도 부식증 예방차원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이다.

■ 여름철 치아관리 이렇게
당분 섭취·딱딱한 빙과류·뜨거운 국물 피하라

여름엔 강한 산성 음식 섭취로 인한 치아 부식증 외에도 치아 건강을 위협하는 환경적 요소들이 많다.

다량의 당분이 들어 있는 빙과류와 아이스커피, 맥주 등의 섭취로 인해 충치가 발생하기 쉽다. 당분이 들어 있는 음료수나 아이스크림 등을 먹었을 때는 양치질을 해주거나 물로 입가심을 해줘야 한다.

맥주는 당분이 없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원재료인 보리를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다량의 설탕을 넣는다. 때문에 맥주를 마신 뒤에는 반드시 양치질을 해줘야 한다. 맥주를 마실 때는 당분이 적고 섬유소가 많은 오이, 토마토, 당근 등 채소 안주를 곁들이는 것이 좋다.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는 씹는 과정에서 치아 표면을 닦아주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갈증을 느낄 때는 살균작용을 하는 침의 분비가 줄어들기 때문에 치아가 상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되므로 물을 자주 마셔주면 치아건강에 도움이 된다.

또, 딱딱한 빙과류를 먹으면 치아가 마모되거나 깨질 수 있다. 특히, 어린이들의 치아는 매우 약하기 때문에 빙과류를 먹을 때 더욱 조심해야 한다. 너무 딱딱한 제품은 당장 먹지 말고 조금 녹여서 먹는 것이 치아건강을 위해 좋다.

삼계탕 등 뜨거운 음식도 치아건강에 적이다.

85도 이상의 뜨거운 국물의 잦은 섭취는 충치나 시린이의 원인이 되거나 잇몸을 약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치아배열이 고르지 못하거나 충치가 있는 경우, 보철물을 씌운 경우라면 뜨거운 국물 섭취에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