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100명당 1명꼴로 심장기형 발견임산부 초음파 검사만으로도 판별 가능

완/헬스앤클리닉_서울 아산병원 선천성 심장병 센터

제목: 선천성 심장병 조기발견·수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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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화 기자

성인뿐 아니라 아이들도 심장병을 앓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성인심장질환이 당뇨, 흡연, 스트레스, 비만 등에 의해 후천적으로 생기는 반면, 소아심장질환은 90% 이상이 선천적인 심장 형태기형 때문에 생긴다.

신생아 100명당 1명 꼴로 선천성 심장기형이 발견되므로, 매년 6000~7000명의 심장기형아가 탄생하는 셈이다.

태아의 심장이 임신 3주에서 만들어져 8주째 완성되므로, 임신초기에 결정된다.

선천성 심장기형을 일으키는 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히 뚜렷이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가족 중 선천성 심장병이 있거나 ▲산모가 당뇨를 앓는 경우 ▲산모가 임신기간 동안 풍진에 감염될 경우 ▲산모가 알코올 중독이거나 향정신성 약물을 복용한 경우 ▲다운증후군과 같은 염색체 이상이 있을 때 나타나기 쉽다.

지난 91년 세브란스병원에 국내 최대규모의 심장센터가 생긴 것을 계기로 국내 심장치료 기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선천성 심장병이 불치의 병이었던 예전과 달리, 요즘엔 조기에 발견해 수술해 주면 생존할 확률이 매우 높다.

선천성 심장병 중 가장 흔한 종류인 심실중격결손증(우심방과 좌심방 사이의 벽의 구멍을 통해 혈류가 새는 질환)의 경우, 수술 성공률이 거의 100%에 달한다. 또, 최근에는 비수술적 치료법도 발달해 피부절개 없이 다리 정맥을 통해 심도자를 넣고, 그 안으로 심방중격 결손을 막아주는 장치를 심장 내부까지 운반해 심장의 뚫린 곳을 막거나 막힌 곳을 넓혀주는 방법도 개발됐다. 또, 최소 절개법을 이용해 수술하고 있기 때문에 전보다 수술 위험성도 많이 줄었다.

선천성 심장병의 치료 관건은 조기진단과 수술이다.

선천성 심장병의 진단은 청진기나 심장 초음파, 흉부 X-ray 촬영, 심전도 검사로 간단히 할 수 있다. 선천적인 심장형태기형이 있을 경우 대부분 감기나 소아과 정기검진 시 청진기로 심잡음이 들린다. 청진기로 심잡음이 들리지 않는 경우라도 앞서 언급한 선천성 심장병의 원인이 되는 요소가 있는 경우, 심장 초음파나 CT촬영 등의 추가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또, 아이가 호흡이 빠르거나 젖을 잘 빨지 못하고, 안면이나 수족이 붓거나 자주 감기에 걸린다면 심장병을 의심해볼 수 있다.

서울 아산병원 선천성 심장병센터 소아심장과 박인숙 교수는 매년 4000회 이상의 심장초음파를 실시하고 있으며, 선천성 심장병의 정확한 진단으로 정평이 나있다.

아산병원 선천성 심장병센터는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연간 400건 정도의 개심술(심장을 열고 하는 수술)과 약 100건의 비개심술을 시행하고 있다. 1992년 국내 최초로 심장 이식수술에 성공했다. 이 병원 소아심장과 김영휘 교수는 2년 전, 국내 최초로 생후 2주된 복잡 심장기형 신생아에게 ‘하이브리드 기법 심장 수술’을 실시해 성공시켰다.

김영휘 교수는 “선천성 심장병을 가지고 태어난 아기 중 수술이 필요치 않은 경우도 있으나 80% 가량은 외과적 수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전문가로부터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은 아기는 가능한 빨리 수술하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조기 수술을 해주지 않고 방치하면 성장에 문제가 생기고, 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습니다. 아이가 좀더 자라면 수술해줘야지 하고 미루는 부모도 있는데, 어른이 되면 대체로 수술 위험과 후유증이 증가하게 되고, 수술시기를 놓쳐 아예 수술을 못하게 되는 일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선천성 심장질환자에게는 병원선택도 중요하다. 의료진의 풍부한 수술경험과 최신의료장비 그리고 소아과, 흉부외과, 내과 간의 협진이 잘 이뤄져 있는 병원을 골라야 한다. 복잡심장기형처럼 수술 성공률이 높지 않은 고위험군 환자라면, 노련한 의료진이 포진해 있는 병원을 찾는 것이 더욱 절실하다.

김 교수는 수술 성공률이 높아진 요즘 수술 후 심리적 지지와 전염병 예방접종, 합병증 모니터링 등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줄 수 있는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진단기술이 발달한 요즘엔 임산부가 초음파 검진만으로도 태아의 심장기형 여부를 대부분 알 수 있다”며 “하지만 선천성 심장 이상이라도 수술 없이 저절로 낫는 경우도 많고, 고위험 복잡심기형 환자를 포함해 대부분 수술로 고칠 수 있으므로 초음파 검진만으로 무조건 아이를 인공 유산시키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