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도를 하는 사람들 중에는 비교적 상습적으로 외도를 하면서 들키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업무적인 접대 외도 정도는 남들도 다 하는 것이니까 라든가 스트레스의 해소 또는 좀 더 쾌락적인 경험을 찾아서 별 죄책감 없이 외도를 한다. 배우자가 알게 되어 따지려 들면, 처음에는 좀 미안해 하다가 나중에는 도리어 더 큰소리를 치며 위협하여 배우자에게 이중의 좌절감을 안겨준다.

이들은 배우자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부부상담을 받기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정신병자로 취급 받는 것 같아서, 또 자기 가정생활에 대해 다른 사람의 간섭을 받기가 싫어서이다. 어쩌면 이들은 향락적이고 상업적인 현대문화의 희생자일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인격적 태도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할 필요가 있음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주변을 돌아보면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거나 자신을 목숨처럼 아껴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자각을 하고 난 후 적절한 치료를 거치면 이들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새 삶을 살게 된다.

다른 부류로는 정말로 ‘어찌어찌 하다 보니까’ 외도에 까지 이르게 된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의 외도 상대자는 대개 주변의 인물인 경우가 많다. 자주 보다 보니까 또는 서로 힘든 부분을 이야기하다 보니까 느꼈던 친밀함이 성적 관계까지 발전된 경우다.

때로는 서로 조심하여 단기간에 끝이 나기도 하지만, 때로는 몇 년까지도 지속되다가 마침내 ‘꼬리’가 밟히게 된다. 배우자는 ‘믿은 도끼’에 배반 당한 충격에 격분하여 수시로 괴롭힌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 때문에 참고 견디지만 나중에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한편 ‘자신을 사랑했기 때문에 상처를 받은’ 외도 대상자를 모른 체 할 수도 없다. 원래 가정을 깰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발각된 후에 즉시 정리하겠노라고 했지만, 사람의 마음은 말처럼 쉽게 정리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좋게 정리할 시간을 주었으면 좋겠는데, 배우자는 사사건건 감시를 하며 타협의 여지를 주지 않고 힘들게 한다.

그 고통이 너무 커서 나중에는 정말 ‘차라리 이혼하는 것이 서로를 위해서 낫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쩔 줄 몰라 하는 자기 자신에 대해 깊은 자책과 회의감에 빠진다. 그래서 자신이 바라거나 배우자가 요청해서 부부상담을 찾게 된다.

외도 사건의 바람직한 해결을 위해서는 부부치료 외에도 부부 스스로 노력할 점들이 있다. 그 중에서 외도 당사자가 부부관계의 회복을 위해서 지켜야 몇 가지 점들이 있다.

1. 가능한 한 정직하게 말한다.

2. 너무 구체적인 사항은 덮어둔다.

3. 배우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위로한다.

4. 외도 상대자를 위해 변명하지 않는다.

5. 외도 상대자와의 연락은 즉시 중단한다.

6. 귀가 시간이나 일정을 알려준다.

7. 가사를 분담하여 배우자의 수고를 던다.

8. 인내하되 용서와 화해를 요구하지 않는다.

부부가 외도 사건을 극복해내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정신과 치료를 동반해서도 3-6개월이 걸리며, 모든 것이 잘 되어간다 해도 진정한 용서와 화해는 몇 년 후에나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일시적인 노력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그 대신 오랫동안 노력한 대가는 분명히 있다. 그런 노력을 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면 아마 자신의 마음에 대해 진지하게 되돌아 보는 기회가 필요할 것이다.


박수룡 백상신경정신과의원 부부치료클리닉 원장 www.npseciali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