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맥주축제·겨울눈축제·라면 유명… 개척촌서 역사 한눈에

메이지 시대 초기에 계획도시로 만들어진 거리, 삿포로. 바둑판 모양으로 잘 정돈된 도로에는 굽은 길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반듯한 시가지가 인상적이다.

도시의 중심부에는 푸른 녹지가 풍부하고 친근한 느낌의 구릉이 자연스럽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상쾌한 숲 그늘이 있어 쾌적한 여행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삿포로는 여름 여행지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삿포로를 찾는 관광객들이 시내를 구경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도보여행이다. 삿포로 역에서 출발해 홋카이도 대학 부속 식물원, 홋카이도청 구청사, 시계탑, 오오도리공원 등을 돌아보게 된다. 시간이 부족한 여행객이라면 이 코스만 다니고도 삿포로 구경의 절반을 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핵심만을 골라 가는 코스인 셈이다.

밝고 개방적인 삿포로의 기질을 그대로 담고 있는 JR삿포로 역에서 출발한 도보여행의 첫 기착지는 홋카이도대학 부속 식물원. 그곳에는 삿포로가 개발되기 전 원시림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리고 가까운 곳에는 일본 사람들 사이에서 "아카이 렌가(赤レンガ)"라는 애칭으로 친숙한 홋카이도 구청사(北海道구廳舍)가 연못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구도청사 안에는 도립 문서관이나 행정정보센터가 있으므로 흥미가 있는 사람은 한 번 찾아가 봄직 하다. 그리고 구도청사 앞에는 삿포로의 명물 가운데 하나인 관광마차가 운행되고 있는데 어렵게 삿포로를 찾은 관광객들은 한 번쯤 타 볼만 하다.

삿포로의 몇 가지 명물 가운데 하나인 시계탑(時計台)까지도 가볍게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시계탑에 도착하면 낭만적이고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시계탑은 1877년 삿포로 농학교의 연무장(演武場)으로 세워진 서양식 건물로 탑 위에 있는 시계는 마다 메이지 시대의 종소리를 울리고 있다.

이 건물 안에는 삿포로역사관이 있는데 이곳에는 삿포로의 역사와 시계대, 삿포로 농학교 관계자료 등 400여점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1912년까지 삿포로에서 운행되던 길이 4m, 폭 1.8m의 실물크기로 만든 마차철도(馬車鐵道)의 모형이 공개되고 있다.

도께이다이 구경 후 자연스레 이어지는 코스는 오오도리공원(大通公園). 오오도리 공원은 시내 중심부를 동서로 관통하는 길이 1.5km, 폭 50m의 그린벨트 산책로이다. 동쪽 끝에는 방송 송신탑이 서 있으며 서쪽 끝에는 올림픽 자료와 북방 문학자료가 전시되어 있는 삿포로 시립 자료관이 있다.

홋카이도 개척촌(위), 모이와산에서 본 삿포로 시내(아래)

라일락과 아카시아 가로수 아래 잘 손질된 잔디와 다양한 종류의 꽃들, 그리고 커다란 분수와 각종 동상, 문학비, 노래비, 조각품 등을 볼 수 있는 거대한 휴식처이다.

이곳에서는 5월의 라일락 축제에서 7-8월의 여름 축제, 12월 초순-1월 초순의 화이트 일루미네이션 삿포로 프라자, 2월의 눈축제 등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축제가 벌어진다. 이 가운데 주목을 끄는 축제는 여름 축제와 겨울 눈축제이다. 여름 축제 기간에는 일본의 유명 맥주 메이커가 대부분 참가하는 맥주축제가 벌어진다.

삿포로에 어둠이 밀려오기 시작할 때 스스키노 거리로 가면 또 다른 분위기를 만날 수 있다. 무려 5천 개나 된다고 하는 음식점과 오락시설이 문을 열고 있는 이곳은 홋카이도 최대의 환락가로 알려지고 있다. 스스키노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관광명소는 라면 골목.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16개 정도의 작은 라면집이 맛 대결을 벌이고 있다.

삿포로 라면의 대표적인 맛은 된장라면. ‘미소라멘’이라 부르는 이 라면은 돼지 된장국에 숙주나물을 듬뿍 얹은 독특한 라면으로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 편이다. 현재 삿포로 시내에는 무려 1천여 개의 라면집이 전쟁을 벌이고 있을 만큼 삿포로는 라면 천국이다.

19세기 중반인 메이지 시대부터 개척이 시작된 홋카이도의 역사를 한 눈에 보려면 홋카이도 개척촌을 찾으면 된다. 외국 관광객들이 우리나라를 찾았을 때 한 번 쯤 들러보는 용인민속촌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 개척촌은 삿포로 시내 동쪽에 있다.

나무와 돌로 만들어진 옛 건물이 줄지어 있는 중심도로를 따라 여름에는 말이 끄는 철도가, 겨울에는 말이 끄는 썰매가 운행되고 있다. 그리고 개척 당시의 생활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학교, 병원, 주택 등에서 백 년 전 일본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

■ 아이들과 함께라면 홋카이도 대학으로 가 보자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Boys be ambitious).' 라는 유명한 말이 남겨져 있는 곳이 홋카이도 대학. JR 삿포로 역 북서쪽으로 5분 거리에 있다. 이 유명한 말을 남긴 사람은 미국 출신의 윌리엄 스미스 클라크 박사로 1876년 홋카이도 개척회사의 초빙으로 이곳에 와서 기독교적인 개척정신을 불어넣었다.

홋카이도 대학의 전신인 삿포로 농업학교를 세우는데 힘을 기울인 그는 초대 교장도 지냈다. 현재 홋카이도 대학 안에 그를 기리는 흉상이 있다. 홋카이도 대학 안에는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가운데 하나라는 100년 된 미루나무 가로수 길이 유명하다.

■ 정보상 약력

1960년생. 자동차전문지 카라이프 기자를 거쳐 여행과 자동차 전문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을 지낸 후 현재는 협회 감사로 있다. 여행전문포털 와우트래블(www.wawtravel.com), 자동차전문 웹매거진 와우(www.waw.co.kr)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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