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진료실을 찾아온 50대 중반의 여성입니다. 저를 찾아 오기 전 몇 년간 갑자기 오르는 혈압과 이에 동반된 견딜 수 없는 두통, 가슴 옥죄임, 불안감 등 때문에 응급실을 1년에 서너 번은 방문하는 분이셨지요.

가족 중에 혈압으로 쓰러진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도 그럴까봐 혈압약을 복용하면서도 항상 불안해 하였습니다. 자신은 혈압을 느낄 수 있다고 하였고,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재보면 반드시 혈압이 높아져 있다고 하였지요.

또 다른 역시 50대의 남자분입니다. 혈압이 잘 잡히지를 않아 하루에 무려 8알의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었지요. 지난 몇 년간을 약을 여러 차례 바꿔왔고 증량해 왔습니다. 평소 증세는 심하지 않았지만 혈압만 재려고 하면 가슴이 뛰면서 스스로도 그 순간에 혈압이 올라가는 것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이 두 분 혈압의 공통점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본태성 고혈압과는 다른 민감성 고혈압이라는 것입니다. 본태성 고혈압이 유전, 비만, 과다한 염분 섭취, 음주 등 기질적 원인을 갖고 있다고 한다면, 민감성 고혈압은 스트레스에 민감해진 우리 몸이 그 주된 원인이 됩니다.

본태성 고혈압은 혈압이 높아도 별 증세가 없지만, 민감성 고혈압은 두통, 뒷목 뻣뻣함, 가슴 옥죄임과 두근거림, 식은 땀, 불안 등의 증세를 동반하게 됩니다.

혈압 측정 시 급작스럽게 혈압이 상승하는 것도 민감성 고혈압의 전형적인 특징 중의 하나이지요. 본태성 고혈압은 혈압약에 잘 듣지만, 민감성 고혈압은 약을 잘 복용해도 몸이 민감해지는 상황에서는 혈압이 올라가게 됩니다. 그래서, 약을 더 많이 먹게 되는 경우가 흔한 것이지요.

민감성 고혈압은 약 없이 완치할 수 있습니다. 모든 질병이 그렇듯이, 그 결과가 아니라 원인을 고치는 것이 진정한 완치의 방법이지요. 결과인 혈압만 낮춘다고 병이 없어지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완치의 과정은 두 단계로 나누게 되는데, 첫째는 민감한 몸을 둔감하게 하는 훈련으로서 2주에서 4주 정도가 걸립니다.

몸의 민감함은 유전이나 체질, 또는 성격이라기 보다는 후천적으로 습득된 것입니다. 따라서, 재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것이지요.

요점은 평소에 자신을 민감하게 하는 모든 사항에 대해 그 반대로 몸으로 행하는 연습을 하라는 것입니다. 예로, 오늘 할 일이 100이면 일부러 80만하기, 일부러 져주기, 지하철이나 버스 등을 기다리면서 초조감이 느껴지면 일부러 다음 차까지 기다려보기, 일부러 약속 시간 15분 늦게 가서 무안함 당하기, 일부러 못된 짓 해서 욕먹는 연습하기 등입니다.

둘째는 아예 더 근본적인 치료로서 다시 몸을 민감하게 하는 원인을 찾아서 개선하는 것입니다.

몸이 둔감해 졌다고 하더라도 원인이 있으면 다시 민감해 지겠지요? 현재 삶의 스트레스, 과거의 상처, 질병에 대한 숨겨진 두려움, 미래에 대한 불안함 등이 그 주된 것인데, 이들을 찾아 내어 치료를 하는 것입니다. 이 두 단계를 거쳐 민감성 고혈압의 완치는 3개월 내에 완성하게 됩니다.

■ 유태우 교수 약력

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원격진료센터 책임교수

MBC 라디오닥터스 진행

KBS 건강플러스‘유태우의 내몸을 바꿔라’진행

<저서> 유태우교수의 내몸개혁 6개월 프로젝트

가정의학 누구나 10kg 뺄 수 있다

내몸 사용설명서, 김영사 2007


유태우 tyoo@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