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원인 찾아 서서히 치료해야… 달리기·케겔운동 적극추천

남편의 외도를 알고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상실감을 맛본 A(40대·여)씨. 남편의 외도가 자신이 출산 후 여성으로서의 매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여성 성기 수술인 일명 ‘이쁜이수술’을 받았다. 격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조루증을 앓게 된 대기업 직원 B(30대·남)씨는 성 불감증을 겪는 아내를 위해 조루증 수술을 받았다.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바라는 마음에 조급히 성기수술을 받거나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수술이나 발기부전 치료제가 부부간 성생활의 장애를 극복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를 제조하는 제약회사 화이자가 2006년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27개국 25~74세 남자 6,291명과 여자 6,272명을 대상으로 성생활 만족도에 조사했다.

‘현재 성생활에 매우 만족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한국 남자는 9%, 여자는 7%에 불과해 조사대상국 중 한국인의 성생활 만족도가 꼴지를 차지했다. 비슷한 종류의 설문조사에서 한국인의 성적은 늘 최하위권을 맴돈다. 성기수술이나 발기부전치료제가 부부간 성기능장애 치료에 최선의 방법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국내 유일의 성의학 전문의 부부(강동우ㆍ백혜경)가 운영하는 강동우 성의학클리닉은 성문제로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일체 성기수술이나 발기부전 치료제를 권하지 않는다. 강동우 원장은 “다이어트를 하듯이 부부간 성문제도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해 서서히 치료해야 한다. 단박에 복잡한 부부관계를 해결해 주는 마법은 없다”고 강조한다.

강 원장과 부인 백혜경 원장 모두 정신과 전문의 자격증을 딴 후 국내 의과대학에서 가르치지 않는 성의학을 배우기 위해 미국 킨제이 성 연구소와 보스턴의대 성의학 연구소에서 연수를 마쳤다. 미국에서 정신과, 산부인과, 비뇨기과, 내분비내과를 두루섭렵한 강 원장과 백 원장은 통합적으로 성(性) 관련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부부간에 생기는 성 트러블의 원인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합니다. 호르몬분비에 이상이 생겨 발기부전 같은 성기능 장애가 생겼을 수도 있고, 서로 성행위 방식을 잘 몰라서 일수도 있으며, 부부간의 갈등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일어나는 것일 수도 있지요. 그런데 많은 이들은 성 트러블 하면 무조건 성기가 작아서 혹은 출산 후 질의 크기가 커져서 생기는 것으로 착각합니다. 그래서 음경에 쇠구슬을 박아 넣거나 이쁜이수술을 하면 부부의 성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지요. 진짜 원인을 찾아 치료할 생각은 안 하고. 성의학을 공부한 의사가 보기에 참 비과학적인 믿음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강 원장은 우리나라의 수많은 부부들이 '섹스리스 부부(성행위를 하지 않는 부부)'나 발기부전, 성욕저하, 조루증, 지루증, 성교통, 외도 등 부부간 성생활의 장애를 겪는 가장 큰 이유로 우리나라의 잘못된 성 인식을 지적한다.

한편으론 보수적인 유교문화 속에서, 다른 한편으론 성적 유혹이 넘쳐나는 환경 속에서 자란 이들은 성 개념에 대해 이중성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성적 쾌락은 무조건 나쁘다는 인식 속에서도 즐기고 싶은 욕망을 뿌리치지 못한다.

그래서 남성의 경우 성적 쾌락을 정상적인 부부 사이에 떳떳하게 즐기지 못하고 성매매업소를 찾거나 불륜을 저지르는 등 음성적으로 즐기기 쉽다. 각종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 남자들의 성매매 이용율은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여성은 성을 임신의 도구로만 인식해 출산 후에는 성관계를 소홀히하는 경우가 여전히 비일비재하다.

부부간의 애정표현이나 성행위를 한심하거나 천박하다고 여기는 인식도 팽배하다.

둘째, 조루나 지루증, 발기부전, 성교통 처럼 성기능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강 원장은 수술이나 발기부전 치료제가 근본적인 개선을 시켜줄 수 없다고 말한다. 성기능의 문제 역시 스트레스나 부부간 불화, 우울증, 호르몬분비의 이상, 혈관문제, 신경계의 결함, 성기 근육의 문제 등 매우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되기 때문이다. 그는 "두통이 계속되는데, 두통약만 먹는 것이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있겠느냐?"는 질문으로 답을 대신한다. 만성두통은 뇌종양이나 고혈압, 스트레스 등에 의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성에 대한 강박관념이 성적 장애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다. 2006년 화이자 제약이 실시한 성생활 만족도에 관한 설문조사에서 한국 남자 91%, 여자 85%가 "섹스가 인생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처럼 섹스가 삶의 중요한 일부임을 인정하면서도 실제 성생활에 만족하는 비율이 낮은 이유가 뭘까. 강 원장은 성에 대한 과도한 강박관념을 지적한다.

"한국남성들은 무조건 성기가 강하고 커야한다 혹은 성관계 시간이 길어야 한다, 매번 아내를 만족시켜 줘야한다 같은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부담을 느끼며 하는 성행위는 성적 쾌락에 쥐약이에요."

그에 따르면 남성이나 여성의 성기는 모두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는 탄력적인 신체부위라 크기의 개념이 없다. 남성의 경우 흥분하면 성기가 팽창하고, 단단해 지며, 여성의 경우 질 근육이 탄력을 받아 저절로 조여진다. 그런데도 부부생활의 만족도는 성기의 크기 등에 의해 좌우된다고 믿는 이들이 태반이다.

"남성의 외소음경은 발기했을 때 성기 크기가 5cm미만일 때를 말합니다. 지금까지 보스턴의대 성의학 연구소와 킨제이 성 연구소, 그리고 저희 성의학 클리닉에서 진료하고 연구한 환자를 통틀어 외소음경 환자는 단 두명 뿐이었어요. 다시말해, 작은 성기 때문에 성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환자는 실제 아주 희박해요. 여성도 마찬가지고요. 성행위를 많이 하거나 출산을 해서 질이 커졌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정말 잘못된 지식입니다. 매일 대변 본다고 항문이 늘어나 대변이 줄줄 새는 사람 보셨어요?"

강 원장은 성기능장애를 유발하는 원인에 따라 치료법은 다르지만 성에 대한 잘못된 개념과 콤플렉스를 개선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긴장을 풀고 즐거운 마음으로 성행위에 임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그와 함께 혈액순환을 개선하는 달리기가 성기능에 명약이라고 강 원장은 적극 추천한다.

그는 출산 등으로 질 근육이 손상됐다면 보조적으로 케겔 운동을 하거나 성기에 전기자극을 주는 바이오피드백 치료가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케겔 운동은 남녀 모두에게 좋습니다. 여성의 경우 질 입구를 둘러싼 질 주위 근육과 항문을 둘러싼 항문 괄약근을 한번에 10초 정도 조였다 푸는 연습을 하루 100번 정도 반복해 주어야 합니다. 어떤 이들은 조이고 2~3초를 견디지 못한채 이완시키는데, 이는 성기능 강화에 아무런 효과가 없어요. 또, 성행위 중에 이 운동을 하면 성적 흥분이 깨지고, 소변을 나눠 누는 방식으로 하면 방광과 요도에 매우 해롭습니다."

강 원장은 또, 특별한 질환이 없어도 정기적으로 성병 검사를 꼭 받으라고 당부한다. 예전과 달리, 요즘의 성병 중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것들도 많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저희 병원 환자 10명 가운데 6명이 성병에 감염돼 있었어요. 대부분 감염된 사실을 모르고 있더군요. 성병에 걸린 줄도 모르고 오랫동안 방치해 두면 골반염이나 전립선염 같은 위험한 질병으로 발전해요."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