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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처증' '의부증'은 일종의 '애정결핍증'





박수룡 www.npspecialist.co.kr

연극 '부부 사이의 작은 범죄들'




배우자의 정조에 대한 의심 때문에 부부 관계가 악화되어 진료실을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의심을 받는 남편은 직업 활동은 물론 모든 사회 활동에 심각한 제약을 겪는다.

점점 외부 활동을 줄이고 집에 있는 시간을 늘려도 의심의 눈초리가 가벼워지는 것은 그때뿐이며, 다음에 무슨 약속이라도 잡으려면 장황하게 사정 설명을 해야 한다. 부인이 의심을 받는 경우에는 시장이나 미용실에 가고 오는 시간을 정확히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착오가 있으면 엄청나게 시달린다. 경제권을 빼앗겨 일일이 허락을 받아야 돈을 받아 쓸 수 있는 것은 기본이고, 언제 폭력을 당할 지 모른다. 당장의 불편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이런 상태를 언제까지 견뎌야 하는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흔히들 ‘의처증’이나 ‘의부증’이라고 말하는 경우는 정신의학적으로 ‘편집증’에 해당되며, ‘부정망상 장애’라고도 한다. 이 장애에 빠진 환자들은 자신의 배우자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거나 저지를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단속’을 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이들은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나름의 논리로 배우자 부정의 가능성을 확신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객관적인 설명이나 반대 논리에 대해서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이들은 대개 융통성이 없고 남을 잘 믿지 못하는 편으로, 자신에게 남이 한 행동이나 작은 실수를 절대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집착이 심하며 남에게 시비를 잘 걸고 그래서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대개는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여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못하는데, 그 중에는 성취에 대한 욕망이 강하여 대단한 노력으로 사회생활에서 어느 정도 이상의 성공을 이룬 사람들도 있다. 여성의 경우에는 지나치게 의존적이거나 샘이 많고 독점욕이 많은 편이다.

이들의 이런 태도는 연애기간에 이미 나타났던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들은 흔히 자기가 배우자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라면서 자신의 증상을 합리화한다. 이들의 배우자도 자신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간섭을 그 동안 외롭게 지내다 보니 사랑이 좀 지나친 것으로 오해하고 지나치기 쉽다. 심하다 싶어서 몇 번 헤어지려고도 했지만 결국 다시 만남이 이어져 결혼까지 이르게 된 경우들도 많다.

일반적으로 이들은 다른 면에서는 정상적인 것으로 보이므로, 배우자와 가족 외의 사람들은 그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더 심각한 점은 이 병이 한번 나타나면 치료가 어렵다는 것이다.

우선 본인이 자신의 병을 인정하지 않으므로 치료를 받으려 하지를 않는다. 대개는 상담을 받으면서 지속적으로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데, 마지못해 병원에 오는 경우에는 치료에 비협조적인 경우가 많으므로 그 효과가 좋지 않은 편이다. 다행히 어느 정도 좋아진다고 하더라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평생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치료를 꾸준히 받게 되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절반은 성공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의 배우자나 가족들이 해야 할 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치료가 계속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환자는 물론 환자의 배우자와 가족들 모두 고통을 받게 되며, 때로는 단순한 다툼을 넘어 가정폭력이나 살인까지 이르게 된다. 이때의 가해자는 대개는 환자 본인이지만, 오랫동안 시달려온 배우자나 가족이 저지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우리는 서로를 구속하면서 모든 것을 공유해야만 마음이 놓이는 집착 상태를 사랑으로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상대에게서 확인 받아야만 직성이 풀린다면 그것은 사랑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애정결핍증’이다. 쉽지 않더라도 각자 자신의 할 일을 하면서 서로의 발전을 격려하고 지원해주는 것이 건강한 사랑이다.

박수룡 백상신경정신과의원 부부치료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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