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순환 원리 '수승화강' 실천하면 심신 가뿐"의식을 배꼽 아래에 집중하면 '화'가 내려가면서 기운 안정돼음과 양의 기를 교류하는 성생활은 중요한 삶의 원리관계 갖되 사정 않는 '접이불루'로 진정한 절정 도달

대한민국 남자들은 불쌍하다. 여자들이 들으면 콧방귀 뀔 지도 모르지만 사실이 그렇다. 몇 가지 근거를 들어볼까.

우선 한국 남성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국민이라는 게 무색할 만큼 노동시간이 길다. 노동시간만 길면 다행이지만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비롯되는 스트레스는 더욱 무섭다. 게다가 퇴근 후 각종 회식 등으로 몸은 늘 파김치가 되기 일쑤다.

가정에서는 또 어떤가. 좀 쉴라치면 아내의 눈초리가 차가워진다. 아이를 돌보거나 설거지, 청소를 하는 것 정도는 이제 당연한 의무다. 남녀평등 문화 속에 가사분담을 하지만 결국 집안을 지탱하는 것은 남성들의 몫이다. 더욱 답답한 건 어렵사리 가장 역할을 해나가도 칭찬을 받기는커녕 겨우 본전치기라는 점이다.

갈수록 증가하는 30~40대 돌연사는 오늘날 한국 남성들의 건강 현주소를 나타내는 명확한 지표 중 하나다. ‘위기의 남자들’이 따로 없는 셈이다. 이처럼 지치고 힘든 한국 남성들의 기(氣)를 살리기 위해 한 한의학 박사가 건강지침서이자 생활처방전을 펴냈다. 성(性)의학 전문가로도 활동 중인 이재형 미트라한의원 원장의 <대한민국 남자 몸 사용설명서>가 그것. 한국 남성들의 건강과 성 문제에 대한 이 원장의 진단과 해법을 들어봤다.

-남성들이 겪는 일상적 스트레스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과도한 스트레스는 인체의 면역력을 저하시켜 각종 질병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대항능력을 떨어뜨린다. 하지만 이는 소극적 관점에서 본 것일 뿐이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스트레스가 사람의 활력, 즉 생명력을 갉아먹는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한의원을 찾는 남성들에게서 주로 어떤 건강상의 문제점들이 발견되는가.

“만성 피로를 호소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고혈압 등의 심혈관계 질환, 불면, 당뇨, 간염, 간경화도 많고 발기부전, 조루 때문에 고민하는 남성들도 흔한 편이다.”

이재형 원장은 한의학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그가 구사하는 치료법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한약재나 침, 뜸 등 전통적인 한방치료 외에 심리치료, 명상치유, 성의학 등을 환자의 병증에 따라 병행하거나 결합한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성의학적 치료법이다. 그는 성ㆍ불임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이 원장이 여느 한의사와 달리 여러 영역을 넘나드는 독특한 의술체계를 구축하게 된 것은 그의 삶의 궤적과 연관이 있다. 그는 미국 듀크대 의과대학 통합의학센터에서 서양의학을 전공한 의사들과 1년간 그룹스터디를 한 바 있으며, 인도 전래의 수행법인 탄트라(tantra)를 오랫동안 수련해오기도 했다.

-남성들의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특별한 비방이 있는가.

“생명력을 살리는 일이 근본적인 해법이다. 모든 동양의학에서는 생명의 근원이 성(性) 에너지임을 설파하고 있다. 동의보감 역시 첫 장에서 정(精), 기(氣), 신(神)을 세 가지 보물로 간주한다. 정은 생명의 근원적 에너지, 기는 사랑과 감성 에너지, 신은 지혜 혹은 영성(靈性) 에너지를 말한다. 이 중 정이 바로 성 에너지의 토대다. 촛불에 비유하면 촛농은 정, 촛불은 기, 촛불의 후광은 신에 각각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하나의 동일한 에너지가 모습을 달리하는 것이다. 이런 점으로 보더라도 성생활은 흔히 말하듯 삶의 ‘일부’가 아니라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성생활에 건강의 해답이 있다는 뜻인 것 같은데.

“사람은 성관계를 가질 때 진정한 오르가슴을 느끼게 되면 ‘무아지경’, 즉 에고(egoㆍ자아)가 없는 상태로 빠져든다. 이때 사람은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되는데, 한마디로 죽을 듯이 행복한 최고의 순간이다. 이걸 제대로 경험하면 사람은 관대하고 여유로우며 평화로워지는데, 그때 바로 삶의 근원적인 활력이 생기는 것이다. 문제는 현실에서 이런 오르가슴을 느끼는 것은 아주 찰나이거나 아예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점이다.”

-진정한 오르가슴을 느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정(射精)은 진짜 오르가슴이 아니다. 순간적으로 긴장을 이완시키는 효과가 있는 반면 그 대가가 크다. 일정한 주기로 정액을 배출하는 게 건강에 좋다고도 하지만 그건 아니다. 2006년 미국 워싱턴대 연구팀은 남성의 성 에너지라고 할 수 있는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ㆍ고환에서 추출되는 남성호르몬)이 부족하면 조기사망률이 높아지고 기억력이 저하될 뿐더러 일상적 건강도 나빠진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적도 있다. 정액은 성관계를 가질 때 생식호르몬으로 작용하지만 평상시에는 신체장부에 에너지를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정액을 배출하고 새로 만들 때는 몸의 에너지를 쥐어짜야 하는 만큼 몸이 힘들어진다.”

대부분 남성들은 사정을 섹스의 완결로 여긴다. 그런 터에 이 원장의 오르가슴론(論)은 선뜻 와 닿지 않거나 애써 무시하고 싶을 게다. 하지만 그는 ‘접이불루’(接而不淚ㆍ관계는 갖더라도 사정하지 않음)가 진정한 오르가슴으로 가는 길임은 물론 건강과 생명을 유지하는 비결임을 누누이 강조한다. 사정은 기(혹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방출하며 일시적 쾌감만을 느낄 뿐이지만, 접이불루는 남녀가 서로 교감하며 기를 교류하는 충만한 기쁨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원장은 성생활에서 접이불루가 건강 비법이라면 일상생활에서는 ‘수승화강’(水昇火降)이 건강을 유지하는 원리라고 강조한다. 수승화강을 우리말로 풀이하면 물 기운은 올라가고 불 기운은 내려간다는 뜻이다. 한의학에서는 심장을 불 기운(火), 신장을 물 기운(水)으로 보는데, 심장의 불 기운이 내려가고 신장의 물 기운이 올라가며 순환을 이뤄야 생명이 건강하게 유지된다는 것이다. 태양열이 땅에 닿아 물을 증발시키고, 증발된 물이 구름이 되어 다시 비를 땅에 내리는 자연의 이치와 똑같다.

-수승화강을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사람들은 피곤할 때 얼굴을 문지르거나 팔을 어깨 위로 쭉 뻗거나 하는 동작을 취한다. 이렇게 하면 목과 어깨 위로 올라온 열기를 내리는 효과가 있다. 화강이 이뤄지면 수승은 자연스레 따라오는데, 화강을 하려면 의식을 신체의 어느 부위에 두느냐가 중요하다. 의식이 가는 곳으로 호흡과 기혈이 따라가면서 열이 나기 때문이다. 수승화강의 실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식을 배꼽 아래에 두는 것이다. 특히 배꼽 아래쪽에 있는 단전과 꼬리뼈 바로 위쪽에 있는 명문(命門)에 늘 의식을 두는 것이 좋다. 명문에 의식을 두기 위해서는 항상 척추를 바로 세우는 한편 엉덩이에 힘을 줘 바짝 끌어당기는 듯한 자세를 취하면 된다. 아울러 생각이 복잡해 머리 쪽으로 의식이 몰리는 것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연애시절 아무리 뜨거웠던 사랑의 감정도 결혼 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식기 마련이다. 또한 언제까지나 달콤할 것만 같았던 성생활에도 갈등과 위기가 올 수 있다. 이런 남성(물론 여성에게도 해당된다)들은 인간 삶의 ‘근원적인 치유’의 길을 찾아왔다는 이 원장의 조언을 가슴 깊이 새겨볼 것을 권한다. “성은 음과 양의 기의 교류이며, 매우 중요한 삶의 원리다. 성(생활)이 잘 될 때 건강도 살아나고 가정도 화목해지는 법이다.”

■ '접이불루' 경지에 이르는 단계

성관계를 가질 때 사정(射精)을 뜻대로 조절할 수 있는 접이불루. 결코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도인들이나 오를 수 있는 경지는 아니라는 게 이재형 원장의 설명이다. 믿음을 갖고 훈련하면 평범한 남성들도 통상 3개월 안팎에 핵심을 터득할 수 있다는 것. 다음은 이 원장이 귀띔하는 접이불루 4단계 완성법.

▦1단계: 회음부 주변의 에너지를 다스리는 훈련을 한다. 항문조이기 운동, 케켈운동(골반근육운동), PC근육(골반저근)운동 등이 효과적이다. 단, 수축과 이완이 반복되는 리듬에 맞춰 운동해야 한다.

▦2단계: 목과 어깨의 긴장을 풀어주는 훈련을 한다. 목과 어깨는 교감신경의 작용으로 쉽게 긴장하고 잘 굳는 곳이다. 이곳을 풀어주면 반대로 성기능과 관계 있는 부교감신경이 활발해진다.

▦3단계: 조식(調息), 즉 들숨과 날숨을 일정하게 하는 단전호흡법을 연마한다. 단전은 생명의 중심이자 정기의 근원으로 호흡을 일정하게 유지하기만 해도 힘을 높일 수 있다.

▦4단계: 지식(止息)의 단계다. 지식이란 들숨과 날숨 끝에 잠시 숨을 멈추는 것을 말한다. 지식이 순리에 맞게 잘 이뤄지면 이때부터 내공이 깊어진다. 3단계의 호흡법에 잘 맞추다 보면 4단계는 자연스레 이뤄진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