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들어 남녀의 차이가 많이 없어졌다고는 해도 원시시대부터 남녀가 함께 살며 생존해오던 방식은 오늘날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남녀의 차이점들 중에서 어떤 점들은 서로를 편하게 하지만, 어떤 점들은 상당한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따라서 남자와 여자의 일반적인 성격과 행동 특성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인식하면 원만한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원시시대에서 남성은 부족의 생존을 위해서 주로 사냥하거나 전투를 하는 일을 맡아왔다. 남성은 주어진 목표에 전념을 하도록 훈련되어 왔기 때문에 한 번에 한 가지씩 해결하는 것에 익숙하다. 한참 PC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남편과 약속을 한 부인은 차라리 그 약속을 믿지 않는 것이 낫다.

남편은 그런 말을 했었는지 아예 기억조차 못하기 십상이다.

마찬가지로 휴일에 잠만 자는 남편에게 잠깐 밖에 나가서 음식물 쓰레기를 비우고 오면서 슈퍼에서 두부 한 모를 사오라고 시키는 아내는 그 일이 남편에게는 얼마나 복잡한 일인지를 잘 모를 것이다. 십중팔구 그 남편은 아내의 심부름을 완수하지 못하고 돌아와 아내의 잔소리를 듣게 될 것이고, 속으로는 다음에는 아예 집 밖에 나가 있어야겠다고 다짐할 것이다.

반면에 여성은 자녀를 양육하거나 수확에 관련된 일을 맡아왔다. 그래서 여성은 주변의 작은 변화를 잘 알아차리며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직관력이 뛰어나다. 조금 과장하자면 남편 직장의 여사원이 바뀐 것 까지도 알 수 있을 정도다.

실제로 한 남편은 자신이 부인 모르게 외도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자신은 이미 부인이 알고서 여러 번 그만 두라는 언질을 주었던 것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또한 여성은 대체로 훌륭한 멀티플레이어(multi-player)이다.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면서 거실 텔레비전의 연속극을 다 듣는다. 게다가 작은 방에서 아이들이 싸우는 것을 말리는 것까지 할 수 있다. 남성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재주다. 시댁과 친정 집안의 대소사를 빠짐없이 다 꿰는 것도 대부분 여성의 몫이다.

또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여성은 어려서부터 언어적 능력이 뛰어나다. 여성은 다양한 언어적 표현과 표정을 이용하여 상대에게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전달이 잘 되었을 때 깊은 만족을 느끼며 상대와의 친밀감을 경험한다. 이 때문에 아내는 남편에게서 고맙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말을 수도 없이 반복해서 듣고 싶어하는 것이다. 아내가 원하는 것은 공치사가 아니라 남편과의 대화를 통해서 부부 관계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남성은 한 번 했던 말을 또 하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말 하기를 꺼리는 것은 더 이상 아내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남편들의 머리 속에서는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이 이미 돈을 주고 구입한 물건을 또 사들이는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남성에게 있어서 대화라는 것은 문제가 있음을 알리거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이런 남편은 아내가 말 좀 하자고 하면 긴장되고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마치 벌이라도 받을 것처럼 위축되거나 아예 처음부터 기세 등등하게 나와 아내의 입을 막으려 든다.

아내는 남편의 이런 ‘장애’를 잘 이해하여 이야기를 꺼낼 때 최대한 부드럽게 시작하는 것이 현명하다. 반면 남편은 아내의 잔소리를 무조건 두려워하거나 피하려 하지 말고 아내의 푸념과 하소연을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아주 효과적이다. 이것이 남녀 모두 자신의 배우자를 영원한 후원자로 만드는 비결이다.


박수룡 www.npspeciali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