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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는 기능적 질환이 많다





유태우



기능적 질환이란 신체의 구조나 조성 상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 신체의 각종 장기 또는 기관의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병입니다. 기능적 질환에 반하여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신체에 이상이 있는 질병은 기질적 질환이라고 합니다. 기질적 질환은 검사에 반드시 이상이 나타나고, 기능적 질환은 검사에 대부분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이 차이점이지요.

기능적 질환은 한마디로 본인은 아파 죽겠다고 하는데 절대로 안 죽는 병입니다. 반면에 기질적 질환은 본인은 별로 아프다고 하지 않는데도 실제로는 중병이 되거나 죽는 병이지요. 보통은 증세가 심하면 암 같은 심각한 질병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가 됩니다. 한 예로, 기질적 질환인 위궤양은 증세가 거의 없거나 있더라도 그리 심하지 않은 반면, 기능적 질환인 기능성위장장애는 거의 모두가 아프고, 그것도 매우 심하게 아프지요.

기질적 질환은 흔히 알듯이 당연히 검사로 진단하고 약이나 수술로 치료를 합니다. 반면에 기능적 질환은 원인이 한국인에게 특이한 스트레스와 몸의 민감함이기 때문에, 몸을 둔감하게 하기와 몸을 민감하게 한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치료이지요. 물론 치료의 초기에는 기질적 질환이 아님을 확인하는 검사와 증세를 개선하는 약을 이용하게 됩니다.

서양인에게는 기질적 질환이 많지만 한국인에게는 기능적 질환이 많습니다. 서양의학의 교과서는 대부분이 자신들에게 흔한 기질적 질환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한국인에게 흔한 기능적 질환은 대부분 간과하기가 일쑤이었지요. 그래서, 정확한 병명도 붙여지지를 않고 ‘신경성’이라고 치부된 적이 많았습니다. 물론, 불구가 되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환자가 받는 고통은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이 무시되었던 것이지요.

한국인에게 기능적 질환이 많은 이유는 한국인이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방법이 서양인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서양인은 어려서부터 자기를 충실히 표현하고, 할 말을 다 하라고 교육을 받는 반면,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은 소위 ‘대’를 위해서 자신은 죽이고 말은 아끼라는 교육을 주로 받습니다.

스트레스가 있을 때 서양인은 털어 놓고 말로 풀거나 화를 내는 반면, 한국인은 되도록 참고 꿀꺽 삼켜 버립니다. 삼킨 스트레스는 그대로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의 기능을 방해하는 것이지요. 그 한 예가 화병인데요. 서양인의 화는 남을 괴롭히는 것이지만, 한국인의 화는 자신을 괴롭히는 것입니다. 스트레스에 대한 합병증도 다르지요. 서양인은 심장에서 화를 내뿜으니까 심장병이 많지만, 한국인은 꿀꺽 삼켜 열을 받으니까, 혈압이 올라가고 뇌졸중이 상대적으로 더 잘 생깁니다.

스트레스를 삼키는 것을 어려서부터 하다 보면 몸과 마음은 민감해지기 시작합니다. 몸과 마음이 민감하다는 것은 같은 상황에 대해 지나치게 반응을 하여 몸의 여러 가지 변화와 증세를 일으킨다는 것이지요. 혈압만 재려면 혈압이 올라가는 사람, 기다리지를 못하는 사람, 지저분한 꼴을 참지 못하는 사람, 일이 완벽하게 처리되지 않으면 못 견디는 사람, 쉬지를 못하는 사람 모두 몸이 민감한 사람들입니다. 만성두통, 피로, 위장병, 불면증, 만성통증 등의 기능적 질환이 발현된 사람들도 몸이 민감한 사람들이지요.

민감한 몸은 한국인의 문화와 관습에 의해 후천적으로 길러진 습관인데도, 많은 사람들은 이를 성격이 그렇다, 체질이 그렇다라고 고칠 수 없는 유전적이거나 운명적인 형질로 받아 들입니다. 그런 믿음과는 달리, 후천적 습관은 몸은 둔감하게 하기라는 재훈련을 통해 쉽게 바꿀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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