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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 하는 부인, 달아나려는 남편





박수룡



0년 넘게 각각 살아온 남녀가 만나 부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서로 조화를 이루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또한 자신과 다른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 차이점 때문에 생기는 불편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 합의를 이루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누구에게 일방적으로 맞추기를 강요하면 부부갈등이 그치지 않는다. 이처럼 계속되는 부부갈등의 패턴 중의 하나가 ‘쫓아다니며 잔소리하는 부인과 틈만 나면 달아나려는 남편’이다.

이런 경우는 마치 부인은 자신이 겪는 어려움과 걱정을 남편에게 말하여 좋은 가정을 이루려고 하는데, 남편은 돈만 벌어다 줄 뿐 집안의 사정에는 무책임한 것처럼 보기 쉽다.

하지만 이도 남녀의 특성 차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착시현상일 수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남성들은 지나칠 정도로 과도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단지 자신이 책임을 지고 해야 할 일들을 한번에 한가지씩 전념하며 처리하고 싶어하는 것뿐이다.

그래서 직장에 있을 때에는 부인에게서 집안일로 전화 받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런 일은 부인이 알아서 처리해주기를 바라며 그것이 마땅히 아내가 할 내조라고 생각한다.

친구들끼리의 회식자리가 늦어져서 걱정되어 부인이 전화하는 것도 자신이 알아서 할 텐데 공연히 참견하여 흥을 깨는 것으로 여긴다. 이런 남성은 정말로 가정에 무슨 일이 생겨서 부인이 상의를 하려고 할 때, 마치 집안에 잘못된 것이 있는데 그것은 남편인 당신의 책임이라고 하는 것처럼 듣는다.

그래서 대부분 부인이 바라는 대로 차분하게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위로를 해주기보다는 우선 빨리 그 상황을 벗어나려고 한다. 결과적으로 원하는 도움을 얻지 못한 부인은 이 남자가 집안 일에는 조그만 관심도 기울이기를 싫어한다고 여기고 언성을 높이게 된다.

남성들이 이런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남성들의 오랜 목표지향적 성향과 관계가 깊다. 친밀한 관계를 중요시하는 여성들과 다르게 남성들은 문제에 대한 해결 능력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한다. 주변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자신이 상황을 잘 통제하고 있으며, 그만큼 자신이 유능한 존재라고 느낀다.

때문에 부인이 가정에서의 문제를 제기하면 남편은 자신이 무언가 잘못했다는 것처럼 여긴다. 그래서 어떻게든 아내가 그런 생각을 하지 않거나 적어도 아예 그런 말을 못 꺼내게 하려는 것 같은 행동을 한다. 이런 남성들도 사실은 아내의 불만이나 불행에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으나, 다만 그 처리 방식이 아내의 방식과 전혀 다를 뿐이다. 이런 남성들은 자신의 겪는 어려움을 아내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남성들의 이런 행동은 반드시 자존심 때문이거나 아내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자기가 말을 해서 아내까지 힘들게 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가까운 사람과 이야기하면서 마음의 짐을 더는 것과는 아주 상반되는 태도다. 때문에 만약 부인이 나서서 도와주려고 하면 오히려 자존심 상해하기도 한다.

때문에 이런 남편을 가진 아내들은 단도직입적으로 무슨 문제가 있는지 묻지 말고 가족을 위해 애쓰는 남편에 대해 감사하면서 위로를 전하는 것이 좋다. 만약 대신 해결해 줄 수 있는 경우라도 마치 안 그런 척 하면서 남편을 도와주어야 한다. 자존심만 센 남편을 실제로 이끌면서 남 보기에는 남편이 다 하고 있는 것처럼 꾸미기란 보통 부인들에게 이중으로 어려운 일이다.

반대로 남성들은 평소에 자신의 직장이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 미리 아내에게 이야기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남편들은 아내에게 큰 소리만 치기 보다 평소에 자신의 약한 면을 보여주고 힘든 점도 털어 놓는 것이 좋다. 이처럼 남편들이 아내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면, 대부분의 아내는 더 큰 신뢰와 응원으로 보답을 해올 것이다.

박수룡 백상신경정신과의원 부부치료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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