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수면제 복용 말고 원인에 따라 항우울제와 인지행동치료 병행

고 최진실 씨는 심각한 불면증을 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기장에 그는 "잠이 들었다가도 새벽 1시면 눈이 떠져 더 이상 잘 수가 없다. 그때 너무 막막한 기분이 든다"며 괴로움을 토로했다. 더욱이 사채설과 관련한 악성루머로 인해 불면증이 극심해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몇 년 전 자살한 영화배우 고 이은주 씨 역시 오랫동안 우울증과 불면증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수년 사이 자살한 연예인들이 불면증을 앓고 있었다는 보고가 있다.

■ 우울증에 의한 불면증 자살 확률 높여

정신과 전문의들은 우울증으로 인해 불면증을 앓는 사람은 매우 흔하다고 말한다. 신윤경 정신과 전문의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의 50~90%가 불면증을 호소하고,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들 중 약 20~30%가 우울증을 가지고 있는 등 우울증과 불면증은 매우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불면증은 형태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누워도 쉽게 잠들 수 없는 경우, 중간에 자주 깨는 경우, 새벽에 너무 일찍 깨서 다시 잠들기 어려운 경우다. 이 중 우울증 환자에게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불면증은 세번 째 , 즉, 새벽에 너무 일찍 깨서 다시 잠들기 어려운 경우다.

강북삼성병원 신경정신과 임세원 교수는 "일반적으로 밤이 되면 감성적으로 변하고, 충동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우울증이 있는 사람이 이런 감정 상태에서 밤새 우두커니 깨어 있다 보면 안 좋았던 일에 대한 생각에 더 골몰하고, 그에 대해 감정이 격화되거나 부정적인 사고에 빠지는 것을 스스로 조절하기 어려워 진다"고 말했다. 우울 증으로 인한 만성 불면증은 우울감, 불안, 초조, 충동성, 관민함 등을 증가시키며, 이로 인해 자살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될 확률도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울증로 인한 불면증은 방치하지 말고 반드시 치료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우울증으로 인한 불면증을 앓을 경우 항우울제를 복용하면 우울증과 불면증을 동시에 개선시킬 수 있다.

박용한 원장은 "최근에는 항우울제와 수면제를 함께 복용하는 것이 우울증에서의 불면증을 치료하는데 더 효과적이라는 보고들도 있다"며 "약물복용만으로 불면증이 개선되지 않는 환자의 경우,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면 우울증과 불면증을 개선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불면증 앓는 청소년, 그렇지 않은 청소년 보다 자살률 2배 이상 높아

우리나라 사람 100명 중 17명이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불면증은 매우 흔한 증상이다. 그러나 불면증 자체가 병은 아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우울증이 아닌 경우에도 만성 불면증을 앓으면 신체건강은 물론 정신건강도 크게 위협 받는다. 수면부족은 판단력과 집중력, 기억력 등 인지기능을 저하시키고, 우울감과 초조, 불안, 충동성 등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젊은 사람이 불면증이 지속되면 우울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피츠버그 대학의 대니얼 바이스 박사가 19세~20세 남녀 591명을 대상으로 20년에 걸쳐 실시한 장기간의 조사분석 결과, 불면증이 2주이상 계속된 사람 중 17~50%가 나중에 우울증으로 이어졌다. 이 연구결과는 우울증이 불면증을 야기할 뿐 아니라, 불면증이 우울증을 야기하는 확률도 높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강북삼성병원 임 교수는 "이러한 경향은 특히, 청소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며 청소년기 불면증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수면의학 분야의 최고 권위지인 '수면(Sleep)'지 최신호에 실린 연구결과에 의하면 불면증이 있는 청소년의 경우, 그렇지 않은 청소년에 비해 우울증과 약물중독에 빠지는 비율이 현저히 높았고, 자살률도 2배 이상 높았다.

미국 노스 텍사스 대학의 의대팀이 12세~18세의 청소년 4,494명을 대상으로 6년간 연구한 결과, 불면증이 있는 청소년들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에 비해 성인(18세~25세)이 되었을 때 자살사고를 2.1배 더 많이 보였다.

임 교수는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불면증은 정신건강을 위해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청소년 시기의 불면증의 경우 치료가 더욱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만성적인 불면증에 시달린다고 무조건 수면제를 복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수면제를 장기 복용할 경우 깊은 수면을 방해해 오히려 수면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불면증을 야기하는 원인은 우울증, 코콜이 증상, 하지불안 증후군, 천식, 당뇨 등 알려진 원인만 수십가지가 넘고, 치료 방법도 다양하다. 따라서 불면증 치료에 앞서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

불면증의 정확한 원인 파악을 위해 수면다원검사가 실시된다.

박정신과의원 박용한 원장은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노인성 불면증 등의 수면장애 원인이 밝혀진다"며 "개별 질환에 따른 적절한 치료로 만성적인 불면증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움말: 강북삼성병원 신경정신과 임세원 교수, 박정신과의원 박용한 원장(<수면건강과 수면장애> 번역), 정신과 전문의 신윤경(<수면건강과 수면장애 번역>)

◇ 건강한 수면을 위한 10계명

1. 잠자리에 드는 시간과 아침에 일어 나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하라.

2. 잠자리에 소음을 없애고, 온도와 조명을 안락하게 하라.

3. 낮잠은 피하고, 자더라도 15분 이내로 제한하라.

4. 낮에 40분 동안 땀이 날 정도의 운동은 수면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늦은 밤에 운동은 도리어 수면에 방해가 된다)

5. 카페인이 함유된 음식, 알코올 그리고 니코틴은 피하라.

(술은 일시적으로 졸음을 증가시키지만, 아침에 일찍 깨어나게 한다.)

6. 잠자기 전 과도한 식사를 피하고 적당한 수분 섭취를 하라.

7. 수면제의 일상적 사용을 피하라.

8. 과도한 스트레스와 긴장을 피하고 이완하는 것을 배우면 수면에 도움이 된다.

9. 잠자리는 수면과 부부 생활을 위해서만 사용하라.

(즉, 잠자리에 누워서 책을 보거나 TV를 보는 것을 피하라.)

10. 잠자리에 들어 20분 이내 잠이 오지 않는다면, 잠자리에서 일어나 이완하고 있다가 피곤한 느낌이 들 때 다시 잠자리에 들어라. 즉, 잠들지 않고 잠자리에 오래 누워있지 마라. 이는 오히려 과도한 긴장을 유발하여 더욱 잠들기 어렵게 만든다.

출처: 대한 수면 연구학회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