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의 차이에 대해서 말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성에 대한 태도의 차이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늘어난 지금에는 남성과 여성의 성적 취향에 과거에 생각했던 것만큼 큰 차이가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적지 않은 차이가 남아 있어서 남녀간의 불화를 일으키곤 한다.

남성은 여성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적 자극에 민감하고, 성적 충동을 적극적으로 해소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각적 자극에 약하다. 많은 부인들이 자신의 남편이 길에서 다른 여성을 쳐다보는 것이나 음란물에 탐닉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아니라, 자신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것처럼 불쾌해 한다. 노출이 심하거나 몸매가 잘 드러나는 옷을 입은 여성들은 자신들이 남성에게 얼마나 대단한 성적 자극이 되는지 잘 모르고 있다.

다행하게도 대부분의 정상적인 남성들은 보는 것만으로 성적 환상을 충족하는 데서 멈춘다. 남성이 하루 중에 얼마나 자주 성적 자극을 받는지를 알게 된다면 여성들의 입장에서는 대부분의 남성이 대단히 음란한 것으로 판단할 것이다.

여성들을 성적으로 자극하기 위해서는 시각적인 요소 외에도 촉각이나 청각 등 다양한 자극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여성은 성 관계 자체보다는 상대에게 사랑 받는 느낌을 통해서 깊은 만족을 얻고 싶어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성의 있는 애무, 그리고 적절한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비로소 성적으로 고조되기 시작한다.

여성은 성관계가 시작되더라도 상당히 오래 성적 자극이 지속되어야 극치감을 경험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남성은 2분 30초의 시간이면 성적 만족을 얻을 수 있지만, 여성은 적어도 13분의 노력이 필요하다.

아마도 남성과 달리 여성은 성관계의 결과로 빚어지는 임신과 분만 그리고 양육까지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남성처럼 성을 쾌락적인 면에서만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때문으로 보인다. 여성들에게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성적 쾌감 이전에, 자신의 남편이 앞으로도 변함없이 자신을 사랑하고 자녀들에게도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다 할 것인가 하는 것이 중요한 초점이 된다.

남성의 성적 만족은 자신의 성기에 대한 자극과 사정에 집중되어 있다. 남성은 자신의 성행위로 여성을 만족시키는 것을 일종의 성취로 여기는 경향이 있으며, 자신에 의해서 여성이 성적 극치에 이르는 것을 보면서 자신의 능력을 확인한다.

때문에 여성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성기의 마찰로 여성을 만족시킬 수만 있다면 되는 것처럼 일방적인 강요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남녀 성기의 해부학적 구조로 보면 여성의 성기는 남성의 성기에 비해 수용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남성의 공격적이고 일방적인 삽입에 의해서 고통을 겪을 수 있으며, 실제로 물리적인 상처를 많이 받는다. 남편의 무리한 성기 삽입으로 고통을 경험한 부인은 이후에 성관계를 거부하거나 성적 불감증으로 남편에 대한 무의식적 거부감을 나타낼 수도 있다. 때문에 남성은 성관계에서도 여성을 위한 세심한 배려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여성이 대화를 통해서 상대와의 유대감을 확인하려는 것과 비슷하게, 대부분의 남성들은 부부간에 문제가 있더라도 성적 만족을 통해서 부인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많은 여성들은 이런 남성들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할 뿐 아니라 심하면 혐오감을 보이기도 한다.

때문에 아내와 더 많은 성적 경험을 나누고 싶은 남편은 평소에 자신이 아내를 얼마나 사랑하며 또 가정적인 남자인지를 먼저 증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마찬가지로 부인도 남편의 성충동을 이해하면서 함께 좋은 성 파트너가 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수룡 백상신경정신과의원 부부치료클리닉 원장



박수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