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만원 기본 패키지서 천만원 넘는 종합검진까지 다양기본 검진 이상소견 여부·가족력등 고려 후 정밀검진을

아프지 않아도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아 보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암을 포함해 웬만한 병은 조기에 발견되면 치료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은 이제 건강검진을 건강에 대한 일종의 투자로 여긴다.

수십 만원대의 기본 패키지에서 천만원이 넘는 고가의 종합 검진 패키지까지 검진 프로그램도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검진 프로그램이 쏟아지면서 사람들은 더 혼란스럽다. 나에게 진짜 필요한 검진은 어떤 것일까. 검진의 효과는 반드시 가격에 비례할까. 어떤 검진에 투자해야 건강에 최대의 이득을 가져올까.

■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정밀검사가 답일까

뚜렷한 증세가 없을 때 질병을 찾아내기란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바늘 하나를 찾아내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병원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여러 가지 검사항목을 모아 놓은 정형화된 종합검진 프로그램이다. 이용자 입장에선 어떤 검진을 받아야 할지 고민할 필요 없이 주요 검진을 두루 받아볼 수 있다.

종합검진의 또 다른 장점은 개별 검진을 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검사를 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검진 기관마다 항목과 가격이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 종합검진은 대개 신체 계측(신장, 체중, 체지방), 심폐기능, 대소변, 일반 피검사, 위장 질환, 복부 초음파, 부인과, 종양표지자, 영양평가 등이 포함되고, 가격은 종합병원의 경우 30만~50만원 선이다.

기본 검진으로 당뇨병, 부인암, 전립선질환, 고혈압, 간, 담낭, 췌장의 종양 발견, 폐 결핵 및 폐암, 위장질환 등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기본검진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며 불만을 터뜨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기본검진에서 대장암 검사는 초음파와 혈액 종양표시자(CEA) 수치 검사로 이뤄진다. 그런데 보다 정확한 검진을 위해서는 대장내시경과 대장 조직검사가 필요하다. 실제, 주변에서 기본검진에서 대장에 이상이 없다는 결과만 믿고 있다가 뒤늦게 암이 발견돼 낭패를 본 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간암도 비슷하다. 초음파와 종양표지자(AFP) 검사를 통해 약 70%는 암 발병 여부가 밝혀진다. 그러나 간경화 등 합병증이 있는 간암 환자의 경우엔 이 두 가지 검사만으로는 정확한 진단이 어려워 CT나 MRI촬영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게 소화기내과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유방암의 경우, 기본검사에서 초음파와 디지털 유방촬영기를 이용하지만 유방 조직이 치밀한 젊은 여성들은 작은 종양 발견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그래서 검진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유방 MRI나 유방 탄성-도플러 검사, 혈액 검사 등의 추가 검진을 실시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정밀 진단 패키지를 이용하려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어차피 건강검진의 목적이 질병의 조기 진단으로 의료비를 절감하고 치료효과를 높이겠다는 것이니 비싸도 정밀검진을 받는 게 비용대피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정밀검진은 일반검진의 가격을 크게 웃돈다.

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센터는 한번의 검사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 전체의 암을 조기 발견하는 전신 PET-CT검사를 남자는 215만원, 여자는 220만원에 제공한다.

고대안암병원 검진센터의 경우 기본검진에 헬리코박터균, 대장내시경, 조기 폐암 발견에 쓰이는 저선량흉부 CT 등을 추가한 정밀 종합진단 프로그램이 1,145000원, 정밀종합진단에 전신암검사(PET), 뇌 MRI를 추가한 프로그램은 2,745,000원이다.

기본검진에 스트레스 평가, 뇌 MRI, 전립선비대평가, 전신 PET-CT, 관상동맥CT, 골밀도, 남성호르몬, 골반CT, 운동부하검사, 뼈 스캔 등을 두루 포함시킨 숙박검진 패키지는 500만원이 넘는다. 일부 대형병원에선 1천만원이 넘는 숙박검진 패키지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모든 사람이 정밀검진을 받을 필요는 없다고 충고한다. 아무리 대형사고를 막는 예방차원에서 하는 투자라지만 불필요하거나 부적절한 정밀검진은 피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암의 에너지원인 포도당에 방사선 표지자를 주입해 그 물질에 암을 모이게 해서 미세한 암과 잠복기 암을 발견하는 PET-CT 검사는 기존의 암 병력이 있는 수진자가 암의 재발을 확인하는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기존의 암 병력이 없는 환자의 조기발견에는 효과가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대장암도 마찬가지다. 조기발견에

PET보다는 대장 내시경이 훨씬 효과적이다.

또, 일부를 제외하면 기본검진으로 질병유무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데도 굳이 비싼 정밀검진을 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정밀검진을 받기 전에 기본검진에서의 이상 소견이 여부, 가족력, 연령, 생활습관, 장비의 용도와 기대효과 등을 충분히 따져보라고 조언한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