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성은 단순히 자손 번식을 위한 본능적 행위가 아니라 남녀 관계에서 핵심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다. 성은 그 자체가 가지는 쾌락적 요소 외에도 상호간에 강한 일체감을 경험할 수 있게 하므로 남녀를 결속하여 주는 뛰어난 매개체지만, 그런 만큼 성적 부조화 는 남녀 관계 자체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도 있다.

부부가 겪을 수 있는 성적 부조화들 중 대표적인 것은 여성의 경우 불감증, 질 경련, 성교 통증 등이며, 남성의 경우 발기부전, 조루, 사정장애 등이다. 이런 증상들이 나타나면 우선 신체의학적인 이상이 있는지 검진을 받아야 한다.

신체의학적인 이유 외에 이러한 증상들을 가져올 수 있는 요인들 중 일부는 두 사람의 관계 내부에서 비롯되며, 나머지 요인들은 각자의 성장과정이나 실생활에서 겪는 개인적 경험의 차이 때문에 생겨난다.

사회가 개방화 되면서 성적 자유가 넘쳐나는 것 같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성에 대해서 불편하게 느낀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이 성적으로 좀 더 완벽하게 상대를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런 불안은 앞에서 말한 증상들로 나타날 수 있는데, 일단 이런 증상을 경험하면 다음 성 관계 때에도 또 실패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증상이 반복되기가 더 쉽다. 이런 상황에 있는 남녀는 성 관계를 하나의 과제처럼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벗어나 일종의 유희처럼 가볍게 즐기도록 함께 노력하는 것이 좋다.

서로의 몸을 탐색하여 각자의 성감대를 자극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반드시 삽입이나 사정까지 이르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태도가 바람직하다. 성 관계도 단순히 성기의 결합만으로 여기지 말고, 남녀가 나눌 수 있는 여러 대화 수단의 일부로 여기는 것이 좋다.

최근 소위 ‘섹스리스 sexless’ 문제 때문에 헤어질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부부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이런 경우는 위의 증상들이 반복된 결과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시간이나 장소의 불편, 임신이나 성병에 대한 염려, 직업적 및 사회적 성취욕이 지나쳐서 받는 스트레스 등이 원인일 수도 있다. 또 과도한 성 문화의 범람으로 통상적인 성 관계에 대해서 흥미를 잃었거나 성적 취향의 차이 때문에 나타나기도 한다.

상담을 해보면 상대에 대한 분노나 열등감이 원인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비록 두 사람 모두 별 문제를 삼지 않으며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성 장애의 원인을 해결하려고 이런 요인들을 잘 분석하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이 더 가까워지고 행복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성에 대한 남녀의 차이가 결혼하고 난 후에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기 때문에 부부의 불화로 이어지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통상적으로 남성은 여성에 비해 ‘성적 모험심’이 강한 편이다. 때문에 남성은 다양한 여성을 경험하고 싶어하기도 하고, 또 자신의 부인과도 여러 가지 성적 시도를 해보고자 한다.

남성은 여성에게 자신의 성적 환상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도 좋지만, 상대가 불편해 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물론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려고만 하기 전에 상대가 가질 수 있는 위험이나 수치심에 대해 배려해야 한다.

반면 여성은 대체로 안정된 관계의 확인을 통해서 행복을 경험하는 편이다.

때문에 남성의 다양한 욕구를 알게 되면 대단히 혼란스럽고 불안해지겠지만, 실제로 그 욕구를 다 충족시킬 수 있는 여성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부부관계에 대해서 자신감을 잃을 이유가 없다. 대신 남성의 성적 환상을 거부감 없이 들어주고 함께 이야기할 수만 있어도 충분하며, 남성이 잘못 알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고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랑하는 남녀라도 당연히 많은 점에서 서로 다르다. 이러한 차이점을 잘 알고 적절하게 해결하는 부부는 다른 곳에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행복을 누릴 수 있다.



박수룡 백상신경정신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