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누구나 참여 가능 '의미있는 사건' 한곳에 모으기 올해로 5번째

인터넷은 흔히 ‘정보의 바다’라고 불린다. 맞는 말이다. 인터넷에선 이제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정보들을 언제든 맘만 먹으면 찾을 수 있다. 그만큼 많은 정보들이 쌓여있다.

생활속의 사소한 궁금증부터 우리 정부가 공개하기도 전에 미국 정부가 자국내에서 공개한 한미 쇠고기 협정문의 내용을 확인할 수도 있다. 숨길래야 숨길 수 없는 정보의 개방, 공유, 참여의 장이 바로 인터넷이다. 이를 두고 웹2.0이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웹2.0이란 말이 나왔으니, 2.0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짚어보자. 가장 큰 것은 주체의 변화라고 풀이할 수 있다. 거대한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에서 정보의 생산주체는 누구였나.

그건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운영자의 몫이었고, 이를 당연히 생각해왔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이용자, 즉 네티즌은 운영자들이 생산하는 정보를 그저 검색해서 보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제 달라졌다.

네티즌들이 정보 생산의 주체가 된 것이다. 어마어마한 양의 정보를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생산해내고 있고, 이를 자유롭게 공유하고 있다. 이제 인터넷은 ‘읽는 공간’이 아니라, ‘쓰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이 거대한 변화를 일러 ‘웹2.0’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기록하고 공유하는 장이 돼 버린 인터넷. 그곳에서 아주 특별한 ‘기록 행사’가 있어 소개한다. 바로 다음세대재단, 다음커뮤니케이션, 한국인터넷진흥원이 함께 기획한 ‘e하루 616(www.eharu616.org)'’ 행사다.

6월16일 하루, 인터넷의 역사를 기록해보자는 운동이다. 인터넷에 하루하루 쌓이는 모든 컨텐츠는 역사 그 자체다. 이미 기록의 주체가 된 네티즌들에게 그들의 시선에서 의미가 있는 ‘사건’을 한곳에 모아보자는 뜻이다.

‘나만의 시선’이 시사하는 바는 가치 부여의 자율성이다. 인터넷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 어떤 내용이라도 그날의 역사로서의 가치를 갖는다는 뜻이다. 특정 웹사이트의 첫 화면부터, 친구와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 오늘 내 웹브라우저에 기록된 즐겨찾기 목록 등등.

이 행사는 이번이 처음 열리는 것은 아니다. 벌써 다섯 번째다. 과거의 기록을 보면 지난일이 주마등처럼 새롭게 다가온다. 꼭 1년전인 지난해 6월16일, 그날 네티즌들이 기록한 역사는 어떤 것일까. 한 블로거의 눈에 비친 1년전 ‘e하루 616’의 감상 소감을 한번 보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국 씨가 조세포털 혐의로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는 동안, 한화의 류현진 선수는 3게임 연속 완투하며 괴물투수 위용을 과시했다. 코스닥은 5년만에 800선을 돌파했다며 활짝 웃었지만,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집단탈당 사태로 몸살을 앓았다. 자녀교육 문제로 위장전입했음을 사과하는 이명박 당시 대선 경선 후보의 사진 위로 노도같은 촛불 물결이 오버랩되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기록은 이와 같다. 지난 일을 회상하며 오늘을 다시보게 되는 그런 것 말이다.

‘e하루 616’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6월16일, 그날에 사이트에 접속해 자신의 기록을 남기면 된다. 행사 사이트는 이미 열려있다. 사전 이벤트도 진행되고 있다. '홍보대사 되기'에 참여해 'e하루 616' 배너를 자신의 블로그에 걸어 행사를 널리 소개하는 일도 좋을 듯 하다. 내게 인터넷은 어떤 것인지, 다른 사람들의 의견과 생각을 접해볼 수도 있다.

전혀 새로운 그 무엇인가를 만났을 때,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분석하고 평가한다. 한달째 밤마다 펼쳐지는 ‘촛불들의 운집’, 이를 두고 시위다, 문화제다, 불법 난동이다 말하는 사람들마다 벗어날 수 없는 과거의 경험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개방과 공유, 참여의 세대들에게 이는 자연스럽게 ‘촛불 문화제’여, ‘촛불 축제’이지만 웹2.0의 대세속에서 한참 멀어져있던 사람들에게는 ‘저 많은 초를 누가 사줬는지’ 배후가 궁금한 불법 시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시선의 차이, 해석의 차이도 분명 역사다. 6월16일 하루, 네티즌들은 그 무엇을 역사로 만들지 궁금해진다. 촛농이 가득 쌓일지 모르겠다.


김상범 블로터닷넷 대표블로터 ssanba@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