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에 드는 콘텐츠로 나만의 초기화면 가능… 웹2.0시대 변화 선언

개방, 공유, 참여로 대표되는 웹2.0을 얘기할 때면 의례 등장하는 사례가 참여형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UCC 서비스 유튜브나 플릭커, 1인미디어 블로그 등을 꼽는다. 모두가 해외의 서비스 모델들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일찌감치 웹2.0 서비스로 꼽을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네이버의 ‘지식인(지식IN)' 서비스다. 웹2.0 이라는 말만 안썼을 뿐 이용자들이 직접 참여해 컨텐츠를 생산하고 그 컨텐츠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지식인은 웹2.0의 원조 모델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네이버에 물어봐’라는 말도 '지식인' 서비스 덕분이었고, 이로 인해 네이버 파워는 더욱 커졌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네이버를 웹2.0 기업이라고 말하는 이는 없다.

오히려 웹2.0 시대를 역행하는 주범으로 꼽는다. 네이버의 기본적인 폐쇄성 때문이다.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틀 안에서만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제한적 플랫폼’ 정책을 고수하는 동안 열린 플랫폼을 지향한 웹2.0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상대적 폐쇄성은 더욱 커져갔고 네티즌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다.

지난 1일 네이버가 의미있는 변화를 선언했다. 대대적인 ‘개방 선언’을 한 것이다. 네이버가 밝힌 개방은 ‘편집권의 개방’이다. 네이버 메인페이지의 편집을 이용자들에게 개방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네이버는 이를 개방형 정보유통 플랫폼 ‘오픈캐스트’라고 소개했다. 국민 거의 대부분이 이용하는 검색 포털 네이버가 새로 선보인 전략이니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네이버 첫 화면을 방문하면 누구나 똑같은 디자인에 똑같은 컨텐츠를 보게 된다. 네이버안에 쌓인 수많은 정보중에 네이버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선택한 일부 컨텐츠들만이 첫 화면에 뿌려지기 때문이다.

오픈캐스트는 네이버 첫 화면에 뿌려질 컨텐츠의 선택을 이용자들에게 맡기겠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이제 네이버 이용자는 네이버의 거대한 컨텐츠 가운데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선택한 컨텐츠들 만으로 구성된 나만의 네이버 첫 화면을 꾸밀 수 있다.

오픈캐스트 모바일정보

네이버가 밝힌 오픈캐스트의 구체적인 활용법은 이렇다. 네이버 이용자는 네이버의 컨텐츠 가운데 맘에 드는 것이 있으며 ‘마이캐스트’라는 자신만의 정보상자에 담아두고, 이 정보상자들을 이용해 나만의 네이버 홈페이지를 구성할 수 있다. 언제든 컨텐츠의 종류나 위치를 바꿀 수 있다.

이같은 열린 편집 서비스는 사실 네이버가 처음은 아니다. 구글은 아이구글이라는 이름으로, 야후는 마이야후라는 이름의 열린 편집 서비스를 이미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위자드닷컴(www.wzd.com)이 이같은 열린 편집 서비스 자체를 내세워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 최대 포털 서비스 네이버의 변신이라는 점에서 그 파장이나 의미는 남다르다.

첫 화면 편집권을 이용자에게 넘기고 네이버는 ‘컨텐츠 유통 플랫폼’이라는 포털 본연의 역할에 더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오픈캐스트가 활성화되면 중소 컨텐츠 사업자들에게 이용자들에게 눈에 띌 기회가 지금보다는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소수의 특화된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컨텐츠들도 노출될 기회가 더 많아질 수 있는 것이다. 네이버는 이를 두고 “다양한 정보의 선순환을 유도해 세분화하고 특화된 정보도 가치를 부여받는 롱테일의 특징을 띨 것”이라며 “중소 사업자에게 트래픽 이전을 통해 컨텐츠 비즈니스를 활성화하는 ‘네이버식 에코 시스템’으로 웹 생태계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오픈캐스트 식도락 여행

최휘영 NHN 사장은 ”네이버는 지난 10년간 정보와 플랫폼 강화에 역량을 집중해 왔으며 새롭게 선보이는 오픈캐스트가 네이버 플랫폼을 더욱 고도화하고 기술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러한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혁신적 서비스를 바탕으로 해외시장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거대한 컨텐츠 유통 플랫폼으로의 변신, 네이버의 이 새로운 선택은 환영할 일이다. 컨텐츠 생산자들과 이용자 모두에게 선택의 권한을 대거 이양한 것은 웹2.0 시대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편집권을 포기하는 만큼 그로 인해 쏟아지는 편향성에 대한 지적도 자연스럽게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네이버는 ‘오픈캐스트’ 서비스를 올 하반기중에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김상범 블로터닷넷 대표블로터 ssanba@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