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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패션계가 주목하는 토종 디자이너는 누구?
창의성 인정받은 이상봉·장광효 등 외국 바이어들 눈독






전세화 기자 candy@hk.co.kr







한류열풍을 타고 드라마, 가요, 댄스, 공연, 음식 등 다양한 우리문화 콘텐츠가 세계로 진출하고 있다. 한류에 열광하는 세계인들의 반응을 보며 우리문화의 우수성에 대해 새삼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세계를 반하게 한 한국패션은 아직까지 드물다.

국내 패션에 대한 내국인 평가는 ‘창의성이 부족하다’, ‘디자인 감각이 떨어진다’, ‘수 백년 동안 브랜드가치를 쌓아온 해외명품을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등 부정적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국내 디자이너들은 샤넬, 아르마니, 프라다 등 해외명품 브랜드에 밀려 세계시장은커녕 국내에서조차 외면당하기 일쑤다.

이처럼 대다수 토종 디자이너 브랜드가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도 한류 패션의 가능성을 예감케 하는 디자이너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세계는 어떤 브랜드에 왜 반했을까? 지난 2008/2009 추동 서울컬렉션에서 외국 바이어들이 주목한 우리 디자이너와 그의 작품을 살펴본다.

10여년 전 파리에 진출해 국내보다 해외무대에서 더 맹활약하고 있는 디자이너 이상봉 씨의 작품은 지난 서울컬렉션에서도 단연 외국인 바이어들의 호평을 받았다.

지난 컬렉션에서 그는 다양한 한글프린트 의상을 선보였다. 또, 레드와 보라, 검은색 등 강렬한 색상으로 꽃 같은 여성, 낭만적인 여성, 도발적인 여성, 미스틱한 여성 등 다양한 여성의 비전을 제시했다. 95년 일본 오사카 세계 월드패션쇼에 참가를 시작으로 2002년부터 매년 파리 프레타포르테 컬렉션에 참가했고, 지난해에도 파리, 상하이, 모스크바에서 패션쇼를 가진 그는 한국적인 패션으로 세계에서 인정 받고 있다.

‘국내 최초의 남성복 디자이너’로 불리는 장광효 씨. 그가 1987년 설립한 남성복 브랜드 ‘카루소는 국내시장에서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데 이어 외국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1994년 국내 최초로 파리 국제 남성기성복전시회(SEAM)에 참가한 이래 그의 상품은 해외 바이어들의 러브콜을 받고 세계로 수출됐다. 이번에도 많은 외국 바이어들이 그의 브랜드 카루소에 관심을 보이며 상담을 요청해왔다. 그는 “지금은 아시아 중에서도 중국이 어필하는 시대”라며 “이번 쇼에서도 중국을 모티브로 전통성을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였다”고 말했다.

역시 국내 대표급 패션디자이너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김동순 씨는 단순한 디자인에 대담하고 다소 엉뚱한 배합을 더해 '부조화'라는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눈길을 끌었다.

장광효, 김동순


그의 디자인은 전통적인 편안함과 현대적인 세련미를 모두 갖추고 있으며, 화려하지 않은 디자인으로 여성의 인체 곡선과 내면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한 그는 미술적인 요소를 패션에 도입해 독특한 실루엣과 색감을 표현하는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아방가르드하면서도 전통적이고, 자유로면서도 절제된 디자인을 선보인 루비나. 그는 영화 '색계'의 주인공 탕웨이의 달콤한 얼굴 속에 감춰진 치명적인 사랑, 즉 겉과 속이 다른 두 가지 이상의 맛에서 이번 컬렉션의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의 패션은 전체적으로 화려한 것이 특징이다.

루비나 씨는 세계무대 중에서 특히 일본을 중심으로 대만, 러시아, 중국 등 아시아시장 진출을 목표로 많은 활동을 해왔다.

최근 홍콩,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 한국 패션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아시아시장에서의 패션 한류의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게 패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데무' 디자이너 박춘무 씨는 권위적인 모습 속에 감춰진 감성적인 내면을 표현했다. 블랙&화이트의 모노톤을 기본으로 아방가르드적이며 쿠튀르적인 정교함을 겸비한 디자인으로 데무 만의 개성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데무는 또한 고감도의 소재를 사용해 제품 퀄리티를 한층 업그레이드한 것이 장점이다. 그는 파리 프레타포르테를 시작으로 트라노이, 아트모스피어 전 등 해외 전시회에 매년 참가해 1년 내내 해외 바이어들의 주문을 받고 있다.

젊은 디자이너 가운데 중견 디자이너 못지않게 적극적으로 글로벌화를 꿈꾸는 이들이 많다.

'엠비오'의 장형태 씨는 지난해 추동 서울컬렉션에서 '엠비오'를 본격적인 디자이너 브랜드로 도약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제일모직에서 전개하는 남성복 브랜드 엠비오는 현대적이고 세련된 감각과 편안한 스타일을 추구한다.

지난 컬렉션에서 60~70년대의 복고 분위기를 미니멀리즘과 결합시켜 재해석 했다. 20~30대의 감각적인 취향을 지닌 젊은 남성층을 대상으로 하는 그의 의상이 세계 남성복 시장에서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뉴욕에서 패션을 공부한 디자이너 김소연 씨는 '클럽 모나코', '폴로진', 'DKNY' 등 미국을 대표하는 패션브랜드에서 15년 동안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실력을 인정 받았다. 그가 고국에 돌아와 런칭한 브랜드 'S.Y.K. 스몰 프렌즈'는 국내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은 물론 2년 전 홍콩 패션위크에 참가했을 때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패션쇼에서 그는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으로 다시 한번 외국 바이어들의 호감을 샀다.

이처럼 역량 있는 몇몇 국내 디자이너가 패션쇼를 통해 해외 바이어들의 관심을 샀다고 해서 패션 한류를 낙관하기에는 이른 감이 없지 않다.

디자이너 장광효 씨는 "아직까지 국제시장에서 한국 패션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외국 바이어들이 싼 가격으로 주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을 어려움을 성토했다. 수출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남는 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디자이너가 판매까지 담당하는 현 체제로는 국제화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패션업계의 중론이다. 디자이너는 제품 생산에만 전념하고, 상업화는 전문 상품기획자(MD)가 맡아 해야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재능 있는 디자이너와 유명 패션그룹이 손잡고 일할 수 있는 기회도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마크 제이콥스, 존 갈리아노 등의 유명 디자이너들이 루이뷔통, 크리스찬디오르에 스카웃돼 마음껏 기량을 펼치고 세계시장에서 반향을 일으키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국내 유통 환경도 한국 디자이너의 글로벌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 명품을 선호하는 소비자 취향 때문에 백화점 주요 매장은 외국브랜드들이 독차지하다시피 하고 있다. 게다가 백화점에선 외국브랜드보다 한국브랜드에 더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며 한국브랜드를 차별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국내 디자이너들은 세계화의 꿈을 접지 않고 있다. 지난 서울컬렉션에서 외국 바이어들의 러브콜을 받은 국내 디자이너들을 비롯해 일부 디자이너는 세계시장 진출에 성공해 조금씩 마니아 층을 확보해 가고 있다.

머지 않아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우리 디자이너가 탄생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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