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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코 블랑의 '가상현실(Dreamality)'전
대자연과 첨단미디어의 즐거운 만남






정영주 기자 pinplus@hk.co.kr



WOLKEN




작가가 말한다. “내가 작업하는 프린트나 애니메이션은 완전히 손으로 만드는 것들이다. 놀랍도록 정제되고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3D 프로그램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일이 너무나 신난다.”

이 사람은 회화작가인가, 사진작가인가? 답은 ‘아무도 모른다’이다. 장르와 장르의 벽을 허무는 해체작업이 세계 사진계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세계적 신진 주자들 대열에 엘코 블랑(Eelco Brand)이 서 있다.

전시회의 제목부터가 모호하지만 정직하다. <가상현실(Dreamality)>. 말그대로 현실같은 가상의 장면들이 걸려있다. 굳이 작가에게 이름을 붙이자면 디지털 아티스트라 부를 만 하다.

사진작업에 포토샵과 컴퓨터가 쓰인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된 구문. 그러나 그중 엘코 블랑처럼 3D 모델링을 하는 작가는 아직 드물다. 혹자는 그가 유일하다고 단언하기도 한다.

한 작품을 구상하는 시점에서부터 액자작업을 완전히 종료하기까지 시종일관 섬세함을 놓지 않는다. 작품이 던지는 시각적인 메시지가 또렷하고 대담하다. 최첨단 기술을 이만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창작의 자기의무 또는 야망’을 가진 작가들의 입장에서는 대단한 장점이다. 본인의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외국의 한 평론가가 말한다. “엘코 블랑은 메시지가 전달될 만큼만 작품을 사용한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긴 이야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저 관객으로 하여금 나머지 스토리를 직접 상상하게끔 만들어 줄 뿐이다” 엘코 블랑의 작품에 대해 기자가 하고 싶은 말을 미리 다 해버렸다. 전적으로 동감이다.

이번 전시회의 작품들은 대부분 자연을 소재로 했거나 자연을 배경으로 인간을 접합한 것들이다.

GRAS2, ROOK, VELD


뜨락의 풀더미 속에 엎드려 얼굴을 깊이 들이밀고 내부를 해부하듯 찍은 듯한 를 비롯, 웅장한 대설원과 숲 그리고 그 위 하늘에 점점이 자리한 구름을 한참이나 높은 상공에서 내려다보며 촬영한 듯한 느낌의 , 마찬가지로 드넓게 펼쳐진 장엄한 산림지대 한가운데 돌연 구름기둥이 회오리처럼 치솟는 듯한 장관을 연출한 등이 눈에 띈다.

한 산림지대 일부를 중심으로 마치 성난 양떼처럼 구름이 뒤덮듯 에워싼 도 시선을 정지시킨다. 는 ‘그림같은 사진, 사진같은 그림’이라는 장르 해체 또는 결합방식을 가장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작가 엘코 블랑은 1969년 네덜란드 태생으로, 1993년부터 유럽각지에서 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활동기 초입부터 회화와 컴퓨터 애니메이션 작업을 동시에 선보였다.

그의 작품들은 자연과 인류, 철학과 단순 이미지 등을 자유롭게 다루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대자연과 현대 미디어의 결합에 대한 새로운 생산적 도전으로 볼 수 있다. 비디오 작업에도 한 몫, 평론가들로부터 ‘움직이는 페인팅’이라는 극찬도 받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기계문명 속에 자신의 영혼을 완전히 함몰시키지 않은 것이 일면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컴퓨터는 계속해서 진화할 것이지만 사람은 사람이고, 자연은 자연이다”라는 그의 발언이 예술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한 그의 확고한 생각을 대변하고 있어 안도감과 공감을 준다. <가상현실-Dreamality>展은 4월 27일까지 서울 갤러리뤼미에르에서 계속된다.시간 : 2008/03/2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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