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다 음반·신곡 발표로 기네스북 빛낸 엘레지 여왕국내 최초 개인뮤지션 박스앨범 기록… 300만원 넘는 희귀한 보물

대중가요의 대명사 이미자에게 무수한 기록들이 있다.

이 기록들은 그녀가 왜 한국 대중가요를 대표하는 가수임을 확실하게 증명해준다.

가수 인생 50년 동안 6000여장의 음반과 2,300곡이 훨씬 넘는 노래를 발표한 가수가 있던가? 한국 최다음반, 최다 취입 곡 가수로 기네스북에도 오른 그녀다. 노래가 수록된 앨범이 600여장이라 하지만 그녀의 발매 음반 숫자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2,000곡이 넘는 다고 세간에서는 추측하지만 이 또한 본인은 물론 그 누구도 정확하게 알고 있지 못하다. 음반 발매와 취입 곡 여부에 대한 기록이 부실한 국내 대중음악계의 관행 때문이다. 이 같은 기록들은 앞으로도 도저히 깨질 수 없는 전인미답의 영역임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이게 끝일까. 소소한 것 까지 따진다면 끝도 없겠지만 2002년 남쪽 가수로는 처음으로 '평양 특별공연'을 남북 동시 생중계로 방영한 기록도 그녀의 몫이다.

또 있다. 500편에 가까운 영화, TV드라마, 라디오 연속극 주제가를 취입한 최다 취입 가수라는 사실도 있다. 오늘은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에 한 가지를 더하려 한다.

전혀 알려지지 않은 놀라운 기록이다. 또한 대표 곡 ‘동백아가씨’가 수록된 OST음반은 국내 최초로 35주간 가요차트 정상을 고수하며 100만장 음반판매시대를 연 불후의 명반임은 거론자체가 새삼스런 일이다.

상업적인 목적으로 수많은 가수들의 히트곡들을 모아 발매하는 옴니버스 시리즈와 박스의 역사는 LP의 역사와 궤를 함께 할 정도로 장구하다. 그러나 개인 뮤지션이 발표했던 노래들만으로 박스음반을 발표한다는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최근 자신의 음악인생을 박스 형태로 정리해 발표하는 거장 급 뮤지션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우선 2008년 데뷔 40주년을 맞은 신중현이 2개의 엔솔로지 박스음반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한대수도 2007년까지 발표한 모든 음반을 모아 음악인생을 중간 정리하는 개념으로 ‘THE BOX'를 발표했었다. 그리고 전설적인 포크 뮤지션인 김민기와 김의철도 음반의 숫자는 많지 않지만 박스 음반을 발표했었다.

그렇다면 국내 최초로 개인뮤지션의 박스음반은 언제 누가 발표했을까? 그리고 주인공은 누구일까? 당연히 이미자다. 이 음반은 일부 대중가요 음반 콜렉터 사이에만 회자되는 진귀한 보물이다. 실물 구경도 쉽지 않지만 300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는 초 희귀음반이기 때문이다. 이제 숨겨진 이 놀라운 음반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을 시간이다.

1967년 11월 국내 최초의 개인 뮤지션 박스음반 ‘이미자 히트곡 선집’이 발표되었다. 놀랍게도 40년도 넘은 옛날에 말이다. 4장의 음반과 책자로 구성되어 나무박스로 제작된 한정 본 음반세트다. 1968년 이전까지의 이미자의 히트곡이 총 망라된 희귀 음반이다. 이 박스음반은 당대에 이미자의 위상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극명하게 증명해준다.

흥미로운 것은 28페이지짜리 책자다. 총 72곡의 수록곡 중 무려 40곡의 노래 악보가 실려 있고 나머지 32곡도 가사를 수록했다. 이미자 개인의 각종 진귀한 사진은 물론 박정희대통령과 악수하는 청와대 사진은 이 책자의 가치를 더해준다.

사진으로 남겨진 두 사람의 거의 유일한 기록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자에는 “6살 때 동네에 서커스단이 들어와 노래를 잘한다는 이유로 무대에서 노래를 불렀다.”는 대목이 있다.

신문, 방송, 잡지에 그녀를 서커스단 출신 가수로 한동안 오해하게 한 주범이다. 1999년 자신의 자전 에세이 ‘인생 나의 40년’을 통해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했던 것은 이 책자에 기술된 내용 때문이었다.

국내 최초의 개인 박스앨범의 존재의미는 분명하다. 당대 최고의 가수를 넘어 그가 왜 ‘한국대중가요의 대명사’임에 대한 공증서다.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