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루를 살아도 사자로 살고 싶다'팀 리플리 지음/ 김홍래 옮김/ 플래닛미디어/ 25,000원

IMF의 ‘트라우마’때문일까. 그토록 ‘굵고 짧게!’를 외치던 열정파 대신 ‘가늘고 길게 버티기’라는 안쓰런 생존철학만 남은 이때, 제목의 첫 마디부터 폐부를 찌른다.

제목은 책의 주인공이자 악동 전쟁광으로도 불리던 미 지휘관 패튼 장군이 평소 입버릇처럼 되뇌던 말 ‘양으로 100년을 사느니 단 하루를 살아도 사자로 살겠다’의 일부다. 자신의 바람 이상으로, 패튼은 세계 전쟁사의 주목받는 인물로 100년도 아닌, ‘영생’을 누리고 있다.

<나는 하루를 살아도 사자로 살고 싶다>는 천부적인 전쟁능력을 타고난 지휘관 조지 스미스 패튼 장군의 궤적을 비추고 있다. 단세포적이고 유아적인 심리를 가진 사납고 불손한 인물, 통제불가의 악동, 미국이 낳은 유일한 정복자, 환생한 군신, 전쟁광 등 그를 따라다니는 별명만도 숫자를 헤아리기 어렵다. 최대한 압축하면 ‘이해불가, 통제불능의 전쟁 리더’쯤 될까.

패튼은 20세기 미국 전투지휘관중 가장 유명한 장성으로 2차대전 당시 기갑부대를 이끌며 승승장구했던 전설적 주인공이다. 수많은 증언과 일화가 전해주듯이 극단적이고 돌출적인 캐릭터를 지닌 시한폭탄같은 인물이지만, 전장을 진압하는 그의 지휘력은 드라마급 위력을 발산한다. 전개와 장악, 반전과 절정 등 말이다.

역사상 어느 군대보다 빨리, 그리고 더 멀리까지 진격한 그의 휘하 군대는 프랑스를 횡단, 노르망디에 있던 독일군의 운명에 종지부를 찍었고, 기갑부대를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으로 남아있다.

패튼 장군의 활약기 중 최정점은 2차대전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던 1944년 8~9월 사이. 이 책이 발간된 것도 이때의 승리를 가능케 한 당시 패튼과 휘하 장병들을 기리기 위한 기념적 성격을 띠고 있다.

이 책에서는 당시 전쟁터를 사자처럼 내달리며 포효한 패튼의 ‘난해한’ 지휘력을 주도면밀하게 관찰하고 분석한다. 정교하게 계산된 ‘긍정, 부정이 혼재된 악동’ 이미지의 연출 등 패튼이 표출한, 그야말로 ‘야수적’ 리더쉽의 정체를 근원부터 파헤치고 있다.

카우보이를 재연한 듯한 별난 차림 등으로 미군뿐 아니라 영국군들에게까지 ‘연예인’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하고, 거친 태도와 험한 입, 상황에 따라서는 거침없는 폭력으로 수많은 비화들을 양산하고 다닌 ‘광적인 지휘관’. 실제로 이 책의 본문 첫 대목부터가 병원에 입원한 병사에게 욕설을 퍼붓고 따귀를 때린 사건의 내막으로부터 시작된다.

저자는 이같은 패튼의 외형적 면모 뒤에 감춰진 리더쉽의 성분을 세밀히 파헤친다. 실제로는 사려깊고 지적이며 고도화된 공격적 전술과 전략적 천재성이 맞물린 필연으로 귀결짓고 있다.

이 책은 자서전이 아니다. 전업 작가 겸 사진기자이자 전사연구자인 팀 리플리의 저작이다. 저자는 1990년대 이래 세계 각지의 분쟁지역을 다룬 저작물을 다수 발표, 직접 현장을 누비며 취재한 기사들을 국제 메이저 언론에 제공한 뉴스 공급자로도 이름나 있다.

그중 <나는 하루를...>은 한 역사적 인물사와 전쟁사를 동시에 꿰면서도 편안하고도 팽팽하게 엮고 있다. 쉽고 박진감있게 읽히는 것은 이론이 아닌 현장 중심의 서술과 비화, 생생한 자료사진들 덕이다.

그 어느때보다 강력한 리더, 고도의 리더쉽이 요구되는 이 시대, 어떤 조직에서든 리더의 역할을 맡고 있거나 또는 이를 기대하는 이들에게 한번쯤 권할 만 하다. 모범생 또는 교과서적인 위인전 형태를 답습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도 특히 색다른 호감을 느끼게 한다.

<저작권자 ⓒ 한국미디어네트워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영주 기자 pinplu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