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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섬마을서 자라는 늘푸른 덩굴 식물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





언제부터인가 식물을 사람과 빗대어 생각하는 습관이 붙었다. 우리 곁에 흔치 않은 그러나 아주 특별하고 멋진 멀꿀을 소개하려니 더욱 그러하다.

사람도 소문난 만큼 알차지 않은 경우가 있고 기대하지 않았다가 만나는 특별한 인연이 있듯 사람도 그러 한데 바로 멀꿀은 후자에 속한다는 이야길 하고 싶었다. 그렇게 말하려니 또 마음에 걸린다.

내 스스로 식물이야길 하며 누누이 강조했던 것이 “어떤 식물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좋은 식물, 나쁜 식물, 예쁜 꽃, 미운 꽃 등으로 구분하지 말자. 차근 차근 만나보면 소중하고 곱고 의미없는 식물이란 없다.” 인데 어느 새 “알차다”, “특별하다” 등으로 구분하고 있지 않은가.

그냥 어린아이처럼 순진무구한 마음으로 무궁 무진한 식물의 모습을 한껏 만나는 일을 언제나 제대로 할 수 있으려나. 하긴 이렇게 대해냐 하는 것은 식물이나 사람이나 마찬가지이긴 하다.

멀꿀 이야길 하려고 시작이 길었다. 멀꿀은 이름을 들어본 이도, 잎이나 꽃을 보고 알아보는 이들도 드물 만큼 흔치않은 식물이다. 특히 따뜻한 남쪽 그것도 섬지방에 주로 살고 있으니 중부지방사람들에게 당연하다.

하지만 이즈음엔 이곳저곳에 식물원이나 수목원이 생겨나고 이런 곳엔 의례 유리온실이 있으니 지금쯤 기둥을 타고 올라 꽃을 피웠을 멀꿀을 보고 그 이름을 궁금해 하는 이가 생겨날지 모르겠다.

멀꿀은 으름덩굴과에 속하는 늘푸른 나무이며 덩굴식물이다. 덩굴이 올라가고 잎만을 보면 으름과 아주 비슷하다. 모습도 분위기도 다만 으름보다 한쪽이 넓은 달걀형인 것이 다르고 무엇보다 언제나 푸른 잎을 달고 있는 상록성이란 점이 다르다.

꽃이 피면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자생지에서는 5월쯤 피지만 실내에서 이즈음 꽃들이 피기 시작한다. 꽃잎들은 나팔처럼 벌어지고, 꽃색은 흰 꽃잎(실제로는 꽃받침잎)에 자주색 줄들이 나 있다. 개체마다 좀 진하기도 아예 유백색의 꽃이 피기도 한다. 여러 개가 약간 늘어지듯 긴 꽃자루에 주렁주렁 달리는 듯 한 느낌이어서 꽃이 핀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다. 모두 같은 꽃 같지만 안을 들려다 보면 수꽃과 암꽃이 따로 이다.

가을이면 열매가 달린다. 으름보단 짧고 뚱뚱한 모습이며 갈색이 아니라 붉은 빛으로 익고 익어도 벌어지지 않는 다는 점이 크게 다르다. 맛을 본 이들은 모두 으름보다 맛이 좋다고 한다. 멀꿀이란 이름의 “꿀”이 열매가 달아서 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과일로 사랑받기에 으름과 같은 슬픔이 있다.

까만 씨앗이 너무 많아 이를 분리하여 과일 맛을 느끼기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씨앗을 씹어보면 과육의 단맛까지 망쳐버리게 된다. 하긴 이 슬픔이란 어디까지나 사람의 아쉬움이지 멀꿀의 입장에서 씨앗이 살아 남을 수 있는 의도적인 기획일지 모르겠다.

꽃도, 잎도 열매도 좋으니 덩굴을 올려 키우기에 아주 좋다. 파골라에 올려 그늘을 만들면 좋다. 나즈막한 담장위에 얹어 키워도 좋고, 커다란 분에 담아 모양을 만들어 키우기도 한다. 줄기는 질겨서 작은 바구니 같은 기구 등을 만들었다하고 한방에서 야모과(野木瓜)라는 이름으로 이용했다는 기록도 있다.

남쪽의 섬지방 사람들은 멀꿀을 ‘멍’ 또는 ‘멍나무’라고 한단다. 숨가뿐 일상의 한 가운데데 있다보니 멀리 바다가 보이는 마을의 평상에 한가로이 누워 머리위로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는 정겨운 이름의 ‘멍’의 그윽한 꽃향기를 느끼며 살고픈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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