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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홍진의 '추격자', 스릴러의 전율 극대화 시킨 편집의 마술
시계추처럼 반복되는 장·이완의 연속
살인자를 쫓는 전직 형사의 추적드라마
'폭력의 근원은 무엇인가' 메시지 던져







문학산 cinemhs@hanmail.net







영화는 씬과 씬이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든다. 거장은 씬을 쪼개는 것에 조심스럽다.

대중영화 감독은 씬을 많이 나누어 감정 살리기에 주력한다. <추격자>의 감독 나홍진은 컷을 많이 나누는 편에 속한다. 예를 들어 골목에 주차된 차는 차체와 바퀴와 창문과 헤드라이트를 쪼개서 보여준다. 한 씬에 대해서 색칠하듯이 연출적으로 개입한다.

나홍진의 영화는 그의 단편영화 제목처럼 잘들어진 ‘완벽한 요리’같다. 영화는 군살없는 배우의 몸처럼 잘 만들어진 매끈함을 보여주고 잘 포장된 명품 화장품처럼 관객의 관람욕을 당긴다.

하지만 잘 포장된 아이스크림이 건강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유해요소가 들어있을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미각과 후각과 시각에 대한 만족도는 최고이지만 몸에는 큰 도움을 주지 않을 것 같은 선입견을 주는 영화가 나홍진의 <추격자>이다. 하지만 그의 영화를 두 시퀀스만 보고 있으면 생각이 바꾸게 된다. 처음에 살인자와 동행하는 미진과 불안한 생각에 이들을 따라나서는 엄중호가 등장한다.

여기서 장면과 장면이 정교하게 맞물려 톱니바뀌처럼 굴러가는 장관을 보는 자의 경이로움과 인물과 인물이 뿜어내는 실감나는 연기와 거대한 수목과 숲에 덮여있는 살인자의 집에서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다가 콘돔을 가지러 간다고 나서다 잠긴 물에 놀라는 미진의 시선에 관객은 전율을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가공할 만한 교차 편집은 살인자의 집에 갇힌 약하고 착한 여자와 그녀를 찾는 전직형사의 초초함이라는 감정을 스크린에 팽팽하게 담아버린다.

이 순간 이 영화의 장르는 스릴러임을 표방하면서 스릴러가 보여줄 수 있는 공포와 긴장의 수치를 꼭지점으로 끌어올린다. 긴장의 연속만 있는 것이 아니다. 편집의 기본 법칙이자 영화 서사의 기본 리듬인 잡아매는 긴장과 풀어주는 이완을 좌우로 흔들리는 시계추처럼 또박 또박 수행한다.

<추격자>의 나홍진 감독은 몇 년 전에 영상원 영화제에서 <완벽한 도미요리>로 주목받았다. 필자는 시네포럼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보고나서 감독의 사진과 연출의 변이 실린 자료집을 급하게 읽어내려갔다.

<완벽한 도미요리>(2005)는 한편의 광고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연출의 변을 읽고나자 영화가 보다 선명하게 들어왔다. 그는 제법 길게 연출의 변을 썼던 것 같다.



아울러 자신이 만든 제품 설명서처럼 영화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사랑하는 여인이 바람을 피울 때 이를 알게 된 남자가 갖는 부글부글 끊는 감정, 이처럼 부글부글 끊는 열정을 지닌 장인은 안타깝게도 재능이 없다. 이러한 그가 완벽한 창조물을 만들기 위해 여생을 바친다.

자, 이제 그의 요리가 완성되었다고 치자, 입안에서 쫀뜩 쫀득하게 씹히며 단물을 쭉쭉 제공해 주는 맛난 요리일 것 같은가. 아니면 스티로폼처럼 우걱우걱 씹히다 결국 우웩하고 헛구역질을 유발하는 때려주고 싶은 요리일 것 같은가. 요리조리 생각해 봐도 맛을 본 극중의 인물이 없고, 제대로 보이지도 않기에 판단하기가 쉽지 않지만 그래도 악을 쓰며 생각해보라.

다만 그 생각을 하는 동안 이 요리를 만든 이는 평생 온몸을 내던져 가며 요것을 완성했다는 것만 잊지 않으면 감사하겠다.” 이 글은 어느 영화 평보다도 재미있었으며 자신의 영화를 설명하고 싶은 연출자의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2007년 겨울에 필자는 또다시 나홍진의 작품을 만났다.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나홍진의 단편영화 <汗>을 상영했다. <汗>은 담을 흘리는 자와 땀을 누리는 자의 이분법을 군더더기 없는 편집과 피사체의 행위로 보여주었다.

1980년대를 관통한 386관객의 안경에는 노동과 착취, 자본가와 노동자라는 선명한 이분법적 대립구도가 보일 수 있다다. 하지만 영상세대가 만든 <汗>은 낡은 이데올로기적 생경함을 걷어차버리고 영화적 완성도가 주는 미학적 쾌감과 메시지의 강렬함과 무한하게 확장되는 의미의 장을 보여준 영화였다.

조금 과장하자면 창조적 텍스트는 구태의연한 이데올로기와 교조주의적 미학의 틀을 부수는 망치라는 사실을 실감나게 했다.

이때부터 필자는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접한 문제적 작가의 책을 접한 것 같은 기대와 설레임으로 나홍진이라는 신인감독에 대해 주목하게되었다. 그리고 비로소 충무로에서 만든 나홍진의 대중영화 <추격자>를 만나게되었다.



<추격자>는 나홍진의 스타일과 장르 영화의 관습이 일대일 격전을 벌인 전투기록같다. 나홍진 감독은 <완벽한 도미요리>와 <汗 >에서 구사한 메시지 전달 방식을 그대로 사수했다.

그것은 이미지와 서사는 서사대로 완결성을 갖지만 영화적 주제는 또 다른 곳에서 별도의 공간에서 완성되는 방식이다. <완벽한 도미요리>가 도미요리를 위한 요리사의 사투가 눈에 보이는 서사였다면 재능없는 열정의 무모함과 속절없음이 별도의 의미 공간에서 기입되고 있다. <추격자>는 전직 형사가 사라진 여자 미진을 찾는 과정과 그를 죽인 살인자를 찾는 추적드라마가 눈에 보이는 서사다.

하지만 메시지는 잘 감추어진 보물처럼 별도로 존재하고 있음이 선명하다. 범죄는 공권력의 무능과 방기에서 비롯될 수도 있으며 비리형사이며 성매매업자도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를 하려한다는 사실을 변죽 울린다. 착한 여자와 신실한 신자와 선한 수퍼마켓 여주인도 알 수없는 폭력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려운 세상이라는 사실을 섬뜩하게 보여준다.

이 영화는 스릴러 장르 문법에 교과서이면서 동시에 장르의 규칙을 뒤집는다. 미진이 숨어있는 수퍼마켓에서 주인이 살인자에게 그들의 보호를 부탁하는 장면이 만들어내는 서스펜스는 압권이다.

미진과 주인은 살인자의 정체를 모르기에 그를 붙잡았다가 결국 살해되고만다. 어떤 공간에 살인자의 존재는 평화로운 공원에 설치된 시한폭탄같은 서스펜스를 준다. 욕실에 묶여있는 미진과 그를 찾는 엄중호와 경찰의 교차장면도 교과서적 이면서 서사의 긴장을 잘 유지시켜준다.

이 영화는 대중영화이며 잘 만들어진 장르영화에 만족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메시지를 던진다. 그것은 착한 인간의 불행 혹은 죽음에 대한 책임에 대한 추궁이다. 즉 폭력의 근원은, 가해자는 누구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관객에게 내리게 한다는 점에서 성찰적 상업영화다.

■ 문학산 약력

영화평론가. 영화학 박사. 현 세종대 강사, 영등위 영화등급 소위원, 한국영화학회 이사.저서 <10인의 한국영화 감독>, <예술영화는 없다><한국 단편영화의 이해>. 영화 <타임캡슐 : 서울 2006 가을>, <유학, 결혼 그러므로 섹스>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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