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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점균의 '경축! 우리사랑'
아줌마에게 허용된 자유연애 그리고 흔들리는 가부장제
일부다처제로 표출한 오점균 감독의 역공
박제된 아줌마에 대한 변론·반기 다뤄










한국사회에서 아줌마는 권력의 변방에 거주한다. 아줌마는 명절 때 가사노동에 시달리는 주부이기도 하지만 찜질방에서 건강을 위해 땀을 흘리는 유복한 사모님이기도하고 교통체증의 원인제공자로 질타당하는 죄없는 시민의 신분증도 소지하고 있다.

아줌마라는 용어는 강남의 고급주택가에 거주하는 중년여성에게 부여되는 말이기 보다는 강북의 다세대 주택에 살고 있는 여성에게 더 자주 사용되는 계급차별적 용어이기도하다.

또한 미혼의 여성이 아줌마라는 호칭을 듣게 되면 금방 기분이 엉망이 되고 마는 연령차별적 말이기도 하다. 아줌마는 한국 영화 관객 1000만 돌파에 주력군이며 선거철에는 바닥민심의 중심에서 당락을 결정하는 정치적 캐스팅보드를 행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에 출현하는 아줌마는 주인공이 기회가 박탈되고 관객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처지로 전락하기도 한다.

영화에서 중년여성은 주인공의 기회를 박탈당하기도 하지만 욕망의 표현이 더욱 더 제한된다. 영화에서 아줌마는 지나치게 말하자면 욕망은 이미 거세되고 가족의 부양이라는 최소한의 임무만 허용되는 용도폐기 직전의 인물이다. 가끔 성적 욕망이 허용되는 범위의 아줌마는 외도의 조연으로 등장하여 도덕적 비난을 받고나서 사라진다.

최근에 등장한 한편의 영화는 기존의 아줌마에 대한 편견을 뒤집어버렸다. 오점균의 <경축! 우리사랑>은 정서적 황혼기에 접어들려는 아줌마들에게 회춘제이며 기억이 가물거리는 연애 감정에 불을 점화시킨다. 어느 시인의 시처럼 “잊혀진 연애가 문득 신김치처럼 치밀었는데요. 암만 생각해도 헤어진 이유는 생각나지 않았는데요.”라며 느리게 읊조리던 아줌마에게 도둑처럼 연애가 쳐들어온 것이다.

오점균 감독은 장편영화계에서는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독립영화계에서는 확고한 자신의 입지를 다진 미래의 감독군으로 이미 주목받아왔다. 오점균은 노년의 사랑을 다룬 <단풍잎>에서 이미 성적 욕망의 타자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 바 있다. <단풍잎>은 사회적 편견의 벽을 무시하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연애를 하고 동침을 하는 장면을 통해 노년의 사랑에 대해 지지의 시선을 보냈다.



연애는 젊은 미혼 남녀의 전유물로 상업영화가 강조해왔다면 독립영화 진영에서 노년의 성숙한 연애 감정도 여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섬세한 연출력으로 설득한 이가 바로 오점균 감독이다.

<경축! 우리사랑>은 연애가 인간과 인생을 행복하게 해준다는 오점균 감독의 이데올로기가 강하게 개입된 영화다. 이 영화는 서사적 재미보다 이념적 충격이 인상적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하숙집 아줌마는 겉으로 보기에는 남편과 딸과 잘 살고 있다. 하지만 딸이 가출하고 우연과 필연이 공모하여 딸의 남자친구와 아줌마가 동침을 하게 된다.

동침은 일회적으로 끝나지 않고 아줌마의 잠자던 감정이 깨어나 함께 자던 남편을 버려두고 자신의 연인이자 옆방에 투숙한 남자의 방으로 들어간다. 연애의 불모지에서 생활한 아줌마에게 남자는 감정의 오아시스였다.

진화학자 데이비드 버스가 말한 여자가 한눈에 반하게 할 만한 ‘경제적 지위도 사회적 신분도 야망도’ 갖추지 않았지만 남자의 친절과 남자와 우연한 섹스는 아줌마의 생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아줌마의 연애 감정은 딸과 남편이 상식적인 방식으로 진정시키려하지만 실패한다. 아줌마는 임신을 감행하고 출산을 하고 연인을 가족으로 편입시켜 살아간다.

딸의 애인과 연애하는 어머니라는 상황과 자신의 연인을 한 가족으로 편입하여 일부 1처가 아닌 다부 일처의 가족 구성을 하고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가 가져올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대부분의 대중영화가 1부1처의 가부장제를 공고히 하고 유지한다는 이데올로기에 일제히 복무해왔다. 일부일처제에 대한 동의는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예쁜처녀를 필연적으로 밤잠 못 이루게 하여 결국 이별과 불운으로 불행에 빠뜨리는 멜로드라마에서 여성 불행의 서사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경축! 우리 사랑>은 유부녀가 딸의 남자친구와 한집안에서 정분이 나고 이를 당당하게 받아들이고 스스로 지켜가는 제도에 대한 감정의 승리담을 자연스럽게 풀어간다. 이 영화로 인해 한국의 아줌마는 스스로의 연애를 인정하거나 심지어 긍정할 수 있는 면책특권을 제공받게 될 지도 모른다.



물론 현실의 좌절을 영화는 상상의 힘으로 보상하기도 하는 매체이다. 현실의 제도는 영화적 설득으로 인해 근간이 흔들리기도 하고 예술적 도전으로 유연한 제도의 변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경축! 우리사랑>은 영화적 재미나 영화적 완성도 보다 영화가 갖는 이데올로기적 전복성과 아줌마의 욕망의 커밍아웃으로 인해 보다 더 주목받을 것 같다.

아줌마 김혜숙은 자연스런 연기로 아줌마의 욕망을 설득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관객들이 아줌마에게 기대할 만한 성적 표현의 과감함에는 주저한 흔적이 역력하다.

자신의 연애에 대한 무모한 뚝심과 성적 표현의 자제는 불균형이다. 한편으로 이 불균형은 일부일처 가부장근간을 뒤흔드는 이데올로기적 위반을 천연덕스럽게 처리하는 영화적 분위기와 잘 호응되기도 한다. 오점균은 성적 타자에 대한 관심과 연애 옹호론이라는 자신의 영화적 무기로 가부장제에 훅을 날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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