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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권의 '바보', 영화와 만화… 그 상상력의 경계에서
강풀의 히트 만화 '바보'를 인기배우 통해 투영시켜
종이와 스크린의 감동 차이 실감







문학산 cinemhs@hanmail.net







원작은 시나리오의 밑그림이다. 원작은 원작자의 발자국이 곳곳에 묻어있다.

영화 감독은 소설이나 만화 원작을 토대로 영화작업 할 때 두 번의 장애물을 통과해야한다. 최초의 장애물은 원작에 충실하게 영화로 번역하는 것이다. 이야기가 있는 원작의 스토리를 옮기는 일은 과일을 보고 정물화를 그리는 일처럼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 관문은 영화적으로 해석하고 원작자와 감독이 서로 소통하여 원작에 담긴 메시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영화 언어로 옮기는 일이다. 좋은 번역은 원작에 담긴 조사의 의미를 살려내고 아울러 말과 말의 행간에 담긴 의미까지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원작에 충실한 영화도 원작자가 담아내는 주제와 의미를 영화의 한 컷 한 컷에 집어넣을 것이다.

여기에 감독의 연출력으로 원작에서 미처 덜 표현한 부분까지 보충해 내는 작업을 수행하면 금상첨화일 것이며 모든 감독의 희망사항이다. 하지만 감독들에게 원작은 늘 기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제약의 울타리이기도 하다.

김정권 감독의 <바보>는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삼은 순간 이 두 가지 문제에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영화 <바보>는 서울의 지가를 올렸던 강풀이라는 인기 만화가의 원작을 영화로 결정하면서 이미 위험부담을 안고 출발했다. 베스트셀러인 텍스트는 원작에서 이미 성공을 거두었기에 영화적 성공은 잘해야 겨우 현상유지에 머무는 위험한 모험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강풀의 만화는 여자 친구를 기다리고 헌신하는 승룡과 여동생을 보호하고 살리기 위해 헌신하는 캐릭터로 인해 독자의 심정적 지지를 충분히 얻어낼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물론 강풀의 만화 스타일에 매료된 일정한 지지 독자층이 형성되어있는 만화가 <바보>다.

김정권 감독은 <바보>에 매료된 한 사람의 독자임에 분명하다.



강풀의 입장에서 만화 <바보>의 적극적인 지지자인 김정권 감독의 존재는 분명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한국영화 <만화>를 보는 관객들은 원작의 확인도 중요하지만 차태현과 하지원이 등장하는 영화 <바보>를 기대하고 극장문을 들어간 것이다.

이들에게 영화 <바보>는 관객의 기대에 부응하는 영화였나라는 질문을 던지면 긍정적인 답은 얻을 수 있지만 열광적인 지지는 끌어내지는 못할 것 같다. 그 이유는 만화적 장점은 잘 살려냈지만 영화적 재미와 영화적 인물은 만화에 못미치기 때문이다.

영화는 그림으로 이루어진 만화적 상상력의 세계가 아닌 우리가 호흡하는 세상에 카메라를 세운다. 상상력은 구체적인 실체로 인해 일정부분 반감되는 것은 사실이다.

영화의 바보는 현실에 부재하는 존재이기에 캐릭터로 만났지만 독자의 상상력에 의해 한번 더 이상화라는 가공의 과정을 거쳤다. 만화의 바보는 무능력하고 양보만 하는 인물이지만 독자의 지지를 얻게된다. 하지만 영화의 승룡은 배우 차태현이라는 얼굴을 통해 전달된다.

여자 역시 때묻지 않은 첫사랑의 이미지 대신 하지원이라는 구체적인 연기자가 등장하여 상상속의 이미지가 현실화 되면서 많은 부분이 상상이 훼손될 수 밖에 없다. 두 배우가 연기력으로 원작의 바보와 그의 여자 친구 이미지를 소화했거나 능가했다면 긍정적인 평가가 내려질 것이다.

하지만 상상으로 가공되고 이상화된 캐릭터를 아무리 뛰어난 배우가 연기를 한다하더라도 상상의 힘 앞에 무력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라는 동화를 영화로 만든다고 하자.

이때 아무리 뛰어난 미모에 연기력이 우수한 여배우가 백설공주역에 캐스팅 되어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를 한다 해도 독자들의 상상력으로 가공된 백설공주 보다는 실망스러울 것이다.

여기서 김정권 감독은 상상과 현실의 격차를 수용하지 않고 무모하게 만화를 카메라로 옮겨적는 모험을 단행하는 무리수를 둔다. 이 모험은 감독의 보여준 패기의 발로이다.



분명 감독은 <바보>의 승룡에 대한 강한 인상과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될 만큼 성실하게 원작의 공간과 배다를 그대로 재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영화의 촬영장소도 만화 <바보>의 배경인 풍납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풍납동사무소가 등장하고 풍납토성이 실제 등장하여 사실성을 강조하였다.

만화 공간과 영화 공간의 일치는 성실성이기도 하지만 상상력의 훼손을 가져올 위험도 존재한다. 만화의 풍납동과 천호동으로 대표하는 한강변의 공간이 실제 지명의 그 공간으로 카메라에 잡히면서 환상의 세계가 현실의 얼굴로 탈바꿈하여 상상의 세계를 여행하려는 관객의 기대에 못미치게 하기도 한다.

원작에 충실하는 것과 원작을 잘 살리기 위해 재가공하는 것이 영화 <바보>를 위해 어떤 선택이 보다 유효한 지에 대해 눈치 빠른 관객은 알고 있었지만 만화 원작에 감명받은 감독은 다소 둔감했던 것 같다.

여기서 영화 <바보>는 대중의 지지에서 빗겨나고 원작과 다르거나 원작보다 아쉬운 또 다른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만화와 영화 <바보>는 왜 한국 독자와 관객을 사로잡았을까하는 의문이 고개를 든다. 바보가 보여주는 맹목적인 기다림과 타인에 대한 헌신은 이상적인 가치임에 분명하지만 요즘 많이 소멸되어가는 풍경이다.

영화와 만화는 소중하지만 부재한 가치를 잡아내어 관객을 흡입하고 설득하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원작을 읽은 관객은 원작이 주는 보다 강도 높은 당의정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다.

영화 <바보>는 만화 <바보>가 주는 순수함의 순도에 도달하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 이것은 영화와 만화의 차이인지, 원작자와 감독의 역량차이인지 그것은 관객이 판단할 몫이다. 분명한 것은 강풀과 김정권 모두 바보에 대한 지지는 열렬하다는 점이다.

■ 문학산 약력

영화평론가. 영화학 박사. 현 세종대 강사, 영등위 영화등급 소위원, 한국영화학회 이사.저서 <10인의 한국영화 감독>, <예술영화는 없다><한국 단편영화의 이해>. 영화 <타임캡슐 : 서울 2006 가을>, <유학, 결혼 그러므로 섹스>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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