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 범죄에 대한 미국사회의 심각성 표출빠른 스토리 전개와 반전은 흥미진진… 내용은 권선징악 틀에 머물러 '유감'

한 철인과 대문호가 동시에 의견일치를 본 사항이 하나 있다. 그것은 악마와 싸움에서 착한 영웅도 결국 악마를 닮아간다는 사실이다.

악마와 싸움에서 가장 주의해야할 것은 악마의 술수가 아니라 착하다고 생각하는 자신이 악마의 방식을 닮아가는 것이다. 친하거나 갈등하거나 일정한 관계가 형성되고 생활을 공유하게 되면 상호 영향은 조류 독감같은 무서운 전염성을 갖는다. 그래서 말라리아를 치유하는 의사가 말라리아에 걸리는 경우가 많으며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은 어린 학생을 닮아간다.

경찰과 조직폭력배도 마찬가지다. 범죄와의 전쟁을 벌이는 강력반 형사와 조직폭력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장 많이 하는 농담으로 경찰과 조직 폭력배는 다른 것 보다 닮은 것이 많다고 한다.

경찰은 봉급을 받고 공권력을 행사하지만 조직폭력배는 폭력을 행사하여 돈을 번다. 다른 것은 복장이고 같은 것은 폭력을 행사하여 생계를 유지한다는 농담이 있다. 경찰 공무원이 듣기에 거북한 농담이지만 액션 영화와 느와르 영화에서 보여주는 조직폭력배와 경찰의 이미지는 모두 폭력 과잉이라는 점에서 일치한다.

실제 비리 경찰의 악행이 조직폭력배의 악행 못지 않다고 고발하는 영화들이 수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경찰과 범죄 집단의 유착 범죄는 영화의 가장 중요한 소재와 서사로 자주 등장한다.

스콜세지의 <디파티드>도 경찰서로 잠입한 범죄 집단의 조직원과 범죄조직에 위장취업 한 형사의 대결이 서스펜스를 만들어낸다. 제임스 엘로이가 각본을 쓴 도 범죄자와 결탁한 비리 경찰관과 이에 대항하는 인물의 서사다. 이 영화에서 러셀 크로우의 마지막 대사인 “어떤 남자는 세상을 얻고 어떤 남자는 전직 창녀와 애리조나로 여행을 가죠”라는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제임스 엘로이가 시나리오를 쓴 <스트리트 킹>은 거칠게 야전을 질주하는 형사 톰(키아누 리브스)이 영화를 끌고 가는 엔진이다. 톰은 자신의 총과 경찰 신분증으로 갱들에게 무차별 폭력을 행사하고 범죄 집단의 아지트를 초토화시키는 냉혈 형사다.

그는 자신의 직분을 충실히 이행한다는 명분으로 경찰 신분이 주는 공권력의 국가 폭력을 과다하게 집행한다. 톰은 미국사회 범죄의 청소부를 자처한 인물이다. 톰의 캐릭터는 영화적으로는 경찰 내부비리를 일소하는 적임자로서 자리 잡게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관객의 관심을 사로잡아 영화의 대중성에 기여한다.

감독은 “모든 사람들은 총과 뱃지를 가지고 싶어하거나 극장에서 두 세 시간 정도 그런 힘을 지닌 사람들의 기분을 느낀다”는 점을 강조했다. 톰은 관객의 권력과 폭력에 대한 욕망의 대리인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는 기존의 액션영화와 같은 점은 선과 악의 대결구도이지만 다른 점은 경찰과 갱스터의 대결이 아닌 경찰과 경찰의 사이의 전쟁이다.

톰은 유색인종과 소수 민족으로 구성된 마약 밀매 집단을 무자비하게 소탕하고 즉결 처리한다. 그의 과격한 행위는 경찰 내부의 견제세력을 형성하게 되고 흑인 형사 워싱턴은 그에게 적대적 태도를 취한다. 톰은 워싱턴이 청부살인자들에게 습격을 받게 되는 편의점에서 속수무책으로 방관하게 된다.

워싱턴의 죽음으로 톰은 용의자가 되고 스스로 자책감으로 살해자를 찾아 나서게 된다. 톰은 자신의 혐의를 벗어나야한다는 책무와 워싱턴에 대한 복수의 일념으로 범인을 찾아 나서게 된다. 하지만 톰이 생각했던 단순한 경찰과 폭력조직 간의 밀거래의 문제에서 멈추지 않고 경찰의 내부 비리 척결이라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톰과 그의 동료 디스칸트는 워싱턴을 살해한 범인을 찾으나 그들은 이미 암매장 되었으며 그들의 DNA를 현장에 의도적으로 남긴 음모가 개입되어있다. 그 배후를 추적하던 톰은 엄청남 사실을 알게 되며 이 반전이 바로 이 영화의 서스펜스를 유지하게 하는 힘이다.

주인공이 워싱턴을 살해한 범인을 찾고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려는 노력이 부패한 경찰의 청소작업으로 귀결되면서 공권력 범죄에 대한 미국사회의 우려를 드러낸다. <스트리트 킹>은 관객의 지지를 받아낼 만한 장르적 장치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지루함을 제거하고 긴장과 스릴을 지속시키며 주인공이 꼭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임무를 결말에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해소감도 맛보게 해준다.

선과 악의 싸움에서 선한 주인공은 목숨을 잃을 뻔 한 위기를 이겨내고 반드시 승리한다는 장르의 원칙을 지키고 있다. 마지막 위기는 톰이 발과 손이 묶인 상태에서 암매장할 구덩이로 들어서는 순간 두 명의 납치범을 동시에 해치우는 극전 반정이 일어난다.

대부분의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는 주인공이 가장 큰 위기에 처하게 되고 거의 제의적인 죽음의 상태에 도달한 다음 다시 탈출하거나 살아나는 것 장면으로 채워진다. 주인공의 위기는 관객의 불안감과 위기감을 극도로 높여주면서 반전을 통해 다시 영웅으로 태어나기 위한 일종의 통과제의다.

선이 악을 이기기 위해서는 올바른 신념과 함께 지녀야할 덕목이 바로 죽지 않고 지지 않는 불멸의 영웅신화가 필요하다. 이는 로저 애버트가 <용서받지 못할 자>를 평하면서 말 한 바 “웨스턴의 심장부에는 선이 결국 악을 침묵시킨다는 화해할 수 없는 도덕적 균형감”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선한 영웅의 힘이 요구된 것이다.

이 영화는 장르의 룰을 모범적으로 준수하면서 성경에서 말한 “완전한 자는 그 의로 인하여 그 길이 곧 곧게 되려니와 악한 자는 그 악을 인하여 넘어지리라”는 것을 설득한다. 그 설득의 방법은 경찰 조직의 부패에 대한 응징과 이를 응징하기 위한 조직에서 자동인형처럼 조종한 인간 병기인 톰의 영웅적 힘에 의존했다.

영웅의 힘은 모든 관객들이 현실에서 소유하지 못한 것이며 선의 승리 역시 현실에서 드물게 만나는 것이기에 스크린에서 우리는 발견하고 보상 받으려 한다. 대중영화의 관객은 결핍의 보상과 영웅의 갈망이라는 두 가지 희망을 유사 이래 버리지 않고 있다.

■ 문학산 약력

영화평론가. 영화학 박사. 현 세종대 강사, 영등위 영화등급 소위원, 한국영화학회 이사.저서 <10인의 한국영화 감독>, <예술영화는 없다><한국 단편영화의 이해>. 영화 <타임캡슐 : 서울 2006 가을>, <유학, 결혼 그러므로 섹스>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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