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롭 민코프의 '포비든 킹덤-전설의 마스터를 찾아서'
중국의 '서유기' 콘텐츠와 미국 테크놀로지가 만나다
새 장르를 위한 끝없는 도전… 성룡·이연걸 '투톱'의 활약 관심집중







문학산 cinemhs@hanmail.net







한국 문단의 큰 별인 작가 박경리 선생님이 영면하셨다. 작가 박경리는 “행복했으면 문학을 하지 않았을 것”이며 ‘불행에서 탈출하려는 소망’에서 출발하였다고 담담하게 술회한 적 있다.

불행에서의 탈출이라는 절박함은 1969년부터 연재하기 시작하여 25년 동안 4만 매를 집필하게 한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거장의 칭호를 받은 임권택 감독도 10대에 가출을 하여 부산의 부두에서 하역작업과 미군군화 판매 행상을 하다가 영화 일에 뛰어든 이력을 갖고 있다.

그는 자신의 파란만장한 개인사를 회고하면서 ‘밥 먹고 살기 위한 직업’으로 영화를 택하였다고 토로한 적 있다. 생존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영화 작업에 임한 임권택 감독도 1960년대부터 시작하여 2007년까지 결국 100편의 영화를 남겼다.

두 분의 대가는 ‘불행에서 탈출과 생존의 수단’으로 각각 다른 문학과 영화를 선택하였지만 지향하는 것은 동일했다. 그것은 은유적으로 말하자면 척박한 세상에 꽃밭을 일구는 일이 예술이 수행해야할 숭고한 책무임을 몸소 실천하는 일이다.

박경리 선생님은 노후에 환경 운동에 적극 관여하시면서 “우리는 자연의 이자로만 살아야지 원금을 까먹으면 끝”이라고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자연은 하염없이 혜택을 주지만 인간은 그 혜택을 생명 전체에 균등하게 배분하지 않고 독점하거나 인간중심으로 개편하려는 욕심에서 재앙을 야기한다.

자연은 인류의 정신적 자산인 고전 텍스트와 같다. 고전은 현재 창작의 자양분과 급수원이 된다. 블라디미르 프로프는 모든 이야기에 근원적인 서사가 존재하며 그 변주만 시대에 따라 반복된다고 했다.

한국영화도 판소리 춘향가를 모태로 한 <춘향전>은 수십 차례 제작되어왔다. 고전 텍스트는 영화의 급수원이며 인류 문화의 이자와 같다. 현대 영화와 소설은 인류가 축적한 고전이라는 원금의 이자같은 작품들로 무수하게 채워졌다. 세익스피어의 작품은 거의 매년 세계 각국에서 서로 다른 매체로 재생산되고 신화의 서사는 영상콘텐츠의 뼈대 역할을 한다.

중국의 전통적인 고전인 <서유기>라는 소재와 할리우드의 테크놀러지가 결합한 상품이 <포비든 킹덤-전설의 마스터를 찾아서>이다. 원작 <서유기>에서는 손오공과 옥황상제라는 인물을 제공해주었고 중심 서사는 할리우드 모험영화의 틀을 차용했다. 손오공은 자신의 오만함에 대한 징벌과 제이드의 음모로 석상이 되고 만다.

손오공은 황금색 봉을 소유한 제이슨과 그를 돕는 루얀(성룡)과 란(이연걸) 그리고 부모의 복수를 꿈꾸는 여전사 골든 스패로우 일행에 의해 주술이 풀리고 악의 세력인 제이드를 처단한다. 손오공을 구하기 위한 네 사람의 여정은 와이어 액션과 컴퓨터 그래픽으로 시각적 재미를 잘 살려냈다.



롭 민코프 감독의 <포비든 킹덤: 전설의 마스터를 찾아서>가 <서유기>라는 중국 고전을 참조했다는 것보다 동아시아를 대표했던 홍콩 영화 스타 성룡과 이연걸의 동반 출연이라는 사실에 관객들의 관심이 집중되었을 것이다.

성룡은 1980년대 홍콩의 무협영화와 운명을 함께 한다. 이소룡이 탄탄한 몸과 무술의 재현으로 프레임을 채웠다면 성룡은 정통 무술을 교란하고 유머와 변형을 꾀하여 대중적 지지를 끌어냈다.

무협영화의 비장함은 성룡의 시대로 넘어가면서 많은 부분이 희석되고 코미디와 무협영화가 결합한 아류무협영화의 폐해를 낳기까지 하였다. 성룡이 교란시킨 무협영화의 전통을 다시 전통 무술연기를 통해 복원시킨 이가 이연걸이다. 이연걸은 유년시절부터 수련한 무예를 기반으로 하여 <소림사>와 <황비홍>시리즈로 스타덤에 오르면서 무협영화 관객을 재결집하는데 지대하게 기여했다.

이연걸의 등장은 홍콩 경찰 영화에 식상해하던 관객들에게는 김치찌개로 잃어가던 입맛을 전통 한정식으로 되살리는 기분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성룡과 이연걸은 무예를 기반으로 한 연기자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으나 활동하던 전성기가 서로 달라 동일한 작품에서 연기대결을 펼칠 기회를 얻지 못했다.

홍콩을 대표하는 두 명의 스타가 전성기를 지나 미국에서 투톱으로 출현한 사실 자체 만으로도 관객의 관심을 끌만한 이슈였다. 이들은 인터뷰에서 “동양 문화를 서양에 전파하기위한 동반자”라고 성숙한 발언을 하였다. 중국 문학작품이라는 양질의 콘텐츠와 중국 무협영화라는 전통 장르, 할리우드 시스템에 의한 최강의 테크놀로지라는 삼자 결합의 산물이 이 작품이다.

가장 좋은 요소의 결합이 최고의 생산물을 반드시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은 기존의 실패사례에서 빈번하게 만날 수 있었다. 이 영화는 중국 문화와 미국의 산업이 효과적으로 융합한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안의 <와호장룡>과 호금전의 <협녀>가 보여주었던 무협의 정신은 결핍된 것 같다. 성룡의 무술 연기와 이연걸의 손오공 연기는 세월의 연륜에 힘입어 자연스러웠고 할리우드의 특수효과도 훌륭했다. 그러나 제작자는 홍콩 스타와 중국 고전과 할리우드의 이야기 구조를 이용해 구매력 좋은 상품 생산을 지향했지만 미국청년의 과거 모험을 통한 삶의 성찰이나 무협 정신이 발현된 예술 작품을 겨냥하지는 않았다.

여기서 이 영화의 정체성은 상품임이 분명해지며, 고전이 지닌 주제적 깊이는 뒤로 밀리고 고전의 명성만 차용한 것이다. 성룡과 이연걸의 전성기 이름만 빌려와 동아시아 관객을 흡입하려는 향수 마케팅이라는 혐의를 지우기 어렵다.

연암 박지원은 “얻은 명성은 송곳 끝만 한데 쌓인 비방은 산더미 같다”고 했다. 이 영화에 빗대어 말하자면 ‘관람 수익은 산더미 같겠지만 관객 감동은 송곳 끝 정도’에 머물 것 같다. 아니 재미는 공룡 같지만 의미는 계란만 하다고 하는 편이 보다 적절할 것 같다.

■ 문학산 약력

영화평론가. 영화학 박사. 현 세종대 강사, 영등위 영화등급 소위원, 한국영화학회 이사.저서 <10인의 한국영화 감독>, <예술영화는 없다><한국 단편영화의 이해>. 영화 <타임캡슐 : 서울 2006 가을>, <유학, 결혼 그러므로 섹스>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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