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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인터넷의 우연성에서 탄생한 '금기의 사랑'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문학동네/ 11,000원







정영주 기자 pinplus@hk.co.kr







누군가에게 있었을 지도, 있을 지도, 일어날 법도 한 사랑이야기다. 장편소설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는 인터넷 문화의 우연성을 계기로 벌어지는 ‘금기의 사랑’을 담고 있다.

여주인공 에미는 자신의 잡지 정기구독을 해지하기위해 여러차례 해지 요청 이메일을 보내지만 계속 답이 없다. 점차 날카로와지는 편지 세례가 계속되던 어느날 레오라는 이름의 낯선 남자로부터 답신을 받는다. 에미는 그제서야 엉뚱한 사람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이를 계기로 기혼녀 에미와 심리학자 레오는 이메일 친구로, 사랑하는 관계로 서서히 빠져든다. 서로의 얼굴조차 모르는 사이. 가정을 가진 에미는 배려깊고 똑똑한 레오에게 끌려들면서도 절대 그와의 사랑에 빠지지 않겠다며 스스로 선을 긋지만, 힘들다.

심지어 자신의 친구까지 레오에게 연결시켜주며 스스로 금단의 벽에 보란 듯 맞서보지만, 오히려 자신의 사랑의 깊이를 더욱 고통스레 확인하게 될 뿐이다. 두 사람의 사랑이 깊어질대로 깊어진 즈음, 레오 앞으로 한 남자의 이메일이 날아든다.

두 사람의 관계를 오래전에 알고도 전혀 내색조차 않은 채 홀로 고통을 견뎌 온 에미의 모범 남편 베른하르트의 편지다. 아내 에미에 대한 절절한 사랑과 고통이 배인 이야기와 함께 한가지 제안으로 이메일을 맺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에미의 연정은 더욱 깊어지고, 레오는 에미와 베른하르트 사이에서 홀로 결단의 순간을 맞는다.

모티브 자체로는 인터넷 통신 시대가 시작될 때부터 애용돼 온 소재다.

그러나 독일 작가 다니엘 글라타우어가 쓴 <새벽 세시...>는 여러모로 특별하다. 이메일 문답체를 그대로 사용한 구성부터가 탁월한 선택이다. 간결하면서도 농축된 작가 특유의 문체 또한 주인공들의 심경변화와 반응을 민감하게 묘사하는데 큰 효과를 발휘한다. 가장 최소한의 단어로 내면을 압축한다.

회신과 회신간의 시간 간격까지 표시한 것도 작가의 치밀함을 드러낸다. 결말 처리는 더욱 탄복할 만 하다. 이 흔한 소재를 ‘3류 드라마’가 아닌 ‘문학’장르로 들어서게 한 결정적인 마무리다. 장편이지만 단편처럼 빠른 속도로 독자를 압도한다.

과연 누가 누구를 비난할 수 있을까? 여럿이 결부된 사랑이란 참 몹쓸 짓이다. 이성만으로 심판할 수도, 그렇다고 동조할 수도 없는, 참으로 처치불가한 신의 장난이다. <새벽 세시....>의 작가는 더욱더 이에 대해 함부로 입을 열 수 없도록, 독자를 착잡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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