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번 듣는 것이 한번 본 것만 못하며 깊이 느껴보지 않은 일은 제대로 알기 어렵다. 내게 있어서 분꽃나무가 그러하다. 많은 이들이 분꽃나무가 아름답다고 하였고 그 향기가 특별하다고 하였건만 그냥 그러려니 했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분꽃나무를 알고 보고 느낄수 있는 기회가 제대로 찾아왔던 것이다.

대청도에서이다. 섬 이름만 들어도 설레인다. 마음만 크게 먹으면 못갈 것도 없으련만 뱃길을 따라 가는 조사는 왜 이리 인연이 닿지 않은지 10년 만에 찾아간 듯 하다. 그 시작은 아주 사소하다.

대청도 초등학교에서 근무하시던 하상교 선생님께서 모르는 곤충이름을 한 보따리 물으러 오셨고, 친절하고 정확하게 알려주신 옆 책상 박사님께 감동하여 그곳에 계시면서 모으고 정리하신 소중한 표본과 자료를 우리수목원에 기증하기에 이르셨다.

자식같이 애지중지 하시던 표본은 가장 좋은 시설인 표본관에 잘 보관하여 오래오래 연구에 이용할 터이지만 조사자료는 그냥 사장 시키기에 아까워 우리 연구실 팀들과 보완조사를 터나게 된 것이다.

선착장에 내려 건너보이는 시작에게 희고 둥근 꽃동어리들이 눈에 보인다. 서둘러 다가가보니 분꽃나무이다. 은은한 향기가 묻어난다. 섬에 내리면 변변한 교통편도 없다. 동사무소에서 빌려주신 작은 트럭을 타고 이동하며 섬의 곳곳을 조사하였다. 내려서 조사는 산자락, 바닷가 절벽, 마을 주변의 숲, 어디든 분꽃나무가 먼저 반긴다.

수없이 많은 분꽃나무 곁을 스쳐 지날때마다 어김없이 향기가 함께 번져온다. 향기좋은 꽃을 가지 나무들은 여럿있으나 아까시나무처럼 주체할 수 없을 만큼의 향기를 느끼게 되는 것은 많지 않은데 분꽃나무가 그러하다.

다른 지역에 비해 이곳 대청도에 많이 분포한 탓도 있을 듯 싶다. 아까시나무향이 달콤하다면 분꽃나무의 향은 맑고 아름답다. 주먹만한 꽃덩어리들은 아주 연한 분홍빛이지만 바닷가 절벽처럼 햇살이 좀 더 잘 비추는 곳에서는 꽃송이도 많이 달리고 꽃 빛더 좀더 진하다.

분꽃나무는 작은 꽃송이 하나하나가 마당 화단에 심는 분꽃을 닮아 붙은 이름이라 한다. 내 생각엔 꽃색이 얼굴을 곱게 하려 바르는 분을 닮아 그리 부르게 된데 한 몫을 한 듯도 싶다. 꽃은 이미 4월부터 피기 시작하여 5월까지 볼 수 있고 지름 1cm정도의 작은 꽃들이 공처럼 둥글게 모여 달린다.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톱니와 털이 빽빽한 잎은 마주 달린다. 키는 2m정도 자란다.

분꽃나무를 제대로 만나고 보니 관상용으로 개발해도 좋을 듯 하고, 그 그윽한 향기는 향료로 개발을 고민해 볼만 하다. 열매는 먹기도 한단다. 바닷가 모래사장에 나며 잎이 약간 좁고 길고 꽃이 작은 것을 섬분꽃나무로 구분하기도 한다.

아쉬운 봄은 그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이 봄은 바다절경과 함께 만나 분꽃나무 향기의 여운속에서 보내야 할 것 같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