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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세대 겨냥한 '영상소설'인기 상한가
한국인이 좋아하는 외국 번역 작품은…
오쿠다·히가시노·기욤뮈소 등 뚜렷한 개성 가진 작가들 최근 블루칩으로 떠올라
하루키·베르베르·에코 등 1세대 문인들 베스트셀러 쏟아내
90년대 후반부터 요시모토·코엘료 등 작품 잇달아 빅히트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



움베르토 에코, 베르나르 베르베르, 무라카미 하루키




40대 직장인 이지영(40) 씨가 주로 읽는 책은 외국 번역 작품이다. 파트리크 쥐스킨트 <향수>에서 시작된 그의 독서 편식은 아멜리 노통브와 하루키까지 이어진다.

“번역 소설은 80년대 후반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당시 국내 소설은 분단이나 독재와 같이 심도 깊은 내용과 무게 있는 메시지가 많았어요. 외국 소설은 이에 비해 내용이 가볍죠. 이국적인 환경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요.”

이에 반해 20대 대학생 장일호(25)씨가 ‘꽂힌’ 작품은 훨씬 감각적이다. 오쿠다 히데오와 에쿠니 가오리 등 2000년대 출간된 일본 소설을 거의 다 섭렵한 그는 다시 프랑스 작가 기욤뮈소에 푹 빠져있다.

“싸이월드, 블로그에 돌아다니는 ‘멋진 말’ 중 대부분이 외국 소설에서 발췌된 내용이거든요. 마음을 건드리는 멋진 말이 많아서 읽기 시작했어요. 한국문학과 달리 외서, 특히 일본 소설은 굉장히 사적인 주제, 소설이 안 될 것 같은 주제로 작품을 만드는 데 이런 점도 맘에 들었고요.”

앞의 두 사례는 ‘외서’라 불리는 번역 작품의 트렌드 변화를 그대로 보여준다. 40대 직장인 이지영 씨가 외국 작가로 알랭 드 보통을 기억하고 있다면, 20대 대학생 장일호 씨는 히가시노 게이고를 외친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외서에는 어떤 특징이 있는 것일까? 국내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외국 작가와 작품에는 시대별 특징이 있다.

■ 하루키부터 기욤 뮈소까지



80년대 하루키와 움베르토 에코로 주목받기 시작한 국내 번역 소설은 요시모토 바나나와 파울로 코엘료를 거쳐 현재 기욤 뮈소가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다.

영미문학이 주를 이루던 국내 외서시장에서 일본과 프랑스 등 다른 국가의 작품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이다. 가장 먼저 반향을 일으킨 것은 이탈리아의 기호학자 출신 작가 움베르토 에코. 1327년 멜크 수도원의 살인사건을 다룬 소설 <장미의 이름>이 86년 국내 출간되면서 그의 작품은 단숨에 ‘스테디셀러 목록’에 올랐다.

일본소설 열풍은 하루키가 원조다. 1989년 한국에서 <상실의 시대>가 출간됐고 ‘하루키 열풍’이 시작됐다. 이 작품은 전공투 세대(1960년대 후반 일본에서 일어난 학생 운동과 이 학생운동을 주동한 세대)가 18년 전을 회상하는 후일담 연애소설로 당시 개인주의로 향하고 있던 386세대의 트렌드와 맞아 떨어지면서 국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프랑스 작가 베르베르 역시 한국인이 편애하는 외국 작가 중 한사람이다. 93년 국내 출간된 <개미>는 지금까지 100만부 정도가 팔렸고 <뇌>가 70만부, <아버지들의 아버지><타나토노트>이 10만부, <천사들의 제국>이 8만부 이상 팔렸다.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한국사회에서 반향을 일으킨 이들 1세대 외서들의 특징은 전문성과 깊이, 전세계적인 감수성을 들 수 있다. 베르베르는 뛰어난 상상력과 치밀한 과학적 분석으로 철학적 주제를 추리소설처럼 쉽게 풀어낸다.

움베르토 에코는 미스터리 추적물을 엮어가며 철학과 기호학, 역사학을 넘나든다. 하루키 작품은 영화, 팝뮤직, 재즈 등 세계적인 문화코드를 사용하며 작품 속 주인공들은 각자가 가진 특성, 특히 상실감이 부각된다.

한편,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 대 초반에는 요시모토 바나나와 에쿠니 가오리, 파울로 코엘료 등 가볍고 감각적인 성향의 작품이 사랑받았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은 99년 한국에 출간되며 그해 30만부가 팔렸다. 2000년 출간된 에쿠니 가오리의 <냉정과 열정 사이: 깬내>의 경우 4년간 베스트셀러 순위에 머물렀다.

2000년대 외국 작가군에 파울로 코엘료를 빼놓을 수 없다. 2001년 12월 출간된 <연금술사>는 120만부 이상이 팔리며 밀리언셀러를 기록했고 이어 출간된 <11분><오 자히르><포르토벨로의 마녀>등이 연이어 히트행진을 했다.

이들 2세대 외서의 특징은 감성적인 성향의 작품이 주를 이룬다는 점이다. 에쿠니 가오리와 요시모토 바나나는 감각적이고 감성적인 문체로 젊은 여성의 인생과 연애를 말한다.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은 우화로 된 자기계발서를 읽는 느낌이다. 단순한 문장과 인생의 동기를 불어 넣어주는 희망찬 메시지로 20대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문학평론가 강유정 씨는 이들 소설에 대해 “문체가 아주 단순하다. 그리고 무거운 주제를 감각적으로 다룬다. 양가적 감정을 요구하는 순수문학에 비해 이 소설들은 한 가지 감정, 즐거움과 슬픔을 깊이 있게 표현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 영화 같은 소설이 대세



오쿠다 히데오, 히가시노 게이고, 기욤 뮈소
최근 국내에서 인기 있는 작가로 오쿠다 히데오, 히가시노 게이고와 기욤뮈소를 들 수 있다. 2005년 국내 소개된 <공중그네>가 30만부 이상 판매고를 올리며 단숨에 인기 작가 대열에 오른 오쿠다 히데오는 <걸><남쪽으로 튀어> 등을 잇달아 히트 시켰다.

<레몬><호숫가 살인사건><게임의 이름은 유괴>등 추리소설로 이름을 알린 히가시노 게이고는 치밀한 구성과 대담한 상상력, 속도감 있는 스토리 전개로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세련된 영상기법을 선보이며 10대에서 20대 여성독자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기욤뮈소는 <구해줘><사랑하기 때문에><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까지 연달아 3권이 성공하며 올해 최고의 블루칩 작가로 떠올랐다.

이들 작가는 각기 뚜렷한 개성을 갖고 있다. 오쿠다 히데오는 유머, 히가시노 게이고는 추리, 기욤뮈소는 영화 같은 전개가 특기다. 이들은 독자의 기대치를 잘 알고 이를 충족시켜 주는 작품을 꾸준히 발표한다. 새로운 작품을 발표할 때 마다 조금씩 다른 느낌을 보여준다.

3세대 외서의 특징은 ‘영상소설’이란 점이다. 기욤 뮈소의 <구해줘><사랑하기 때문에>를 펴낸 출판사 밝은 세상의 신선숙 외서팀장은 “영상세대라 불리는 요즘 사람들은 한 시라도 지루한 전개가 끼어들면 책을 끝까지 붙잡고 있지 않는다. 기욤 뮈소의 작품이 성공한 것은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듯한 ‘영상 소설’이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공감하는 화해, 사랑 등 감동코드가 영화적인 서사방식으로 전개된다”고 설명했다.

속도감 있게 읽히는 문장 역시 최근 인기 있는 외서의 특징이다. 예스 24의 문학담당 이지영 대리는 “히가시노와 오쿠다 히데오는 쉽고 빠르게 읽히는 작품이다. 전문성 보다는 대중성이 강세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상적, 감각적인 외국 문학의 인기는 국내 문단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문학평론가 이명원 씨는 “최근 국내 문학에서도 사회적 메시지를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전개하는 오쿠다 히데오식의 문학 작품 경향이 나온다. 이런 경향은 중견 작가보다는 신인작가 또는 예비 문인에게서 많이 보여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전 한국문학과 외국문학의 경향이 달랐지만 라이프스타일이 전 지구화되고 유사해지면서 문학의 경향도 유사해지고 있다. 획일화, 규범화된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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