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딩파워 송숙희 지음/ 다산라이프/ 12,000원국가정책에서 개인의 처신까지 표현의 전략 다룬 '언어의 사용설명서'

『2006년 1월 프랑스에서는 150만명이 참가한 시위가 대대적으로 벌어졌다. 프랑스 정부가 마련한 최초 고용계약 CPE때문이었다. 의회를 통과한 이 노동법은 ‘고용주가 26세 미만 직원을 채용할 경우 처음 2년간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거센 시위에 당황한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자유로운 해고 가능 기간을 1년으로 단축하는 등의 수정안으로 시위를 진압하려 했지만 결국 이 법은 철회됐다. 그런데 독일 메르겔 정부가 2005년 11월 같은 법안을 마련했는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단번에 통과한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바로 다음의 문장이었다. ‘임시직 2년 후 채용할 수 있다’ 』

<워딩 파워>는 요즘 같은 협상의 시대에 특히 요긴한 조언을 담은 대중서다. 국가나 정책 등 거대 차원은 물론 개인의 처신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 즉 말과 글에 대한 전략적 핵심을 다룬 지침서다.

클린턴, 생텍쥐페리, 힐러리, 오바마 등 국내외를 막론한 세계 유명 인사들의 연설 등 언어적 행보를 좇아가며 워딩, 즉 말과 글의 표현 차이가 얼마나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를 현실 속에서 보여준다. 그야말로 워딩의 고수와 하수, 그 위력과 주의사항을 집중 지적하고 있다.

책은 크게 ‘왜 지금 워딩파워가 필요한가’라는 주제 아래 정치가에서부터 문학가에 이르기까지 워딩 파워 게임의 진수를 다양하게 예시해 보여주며 독자를 워밍업시킨다. 이어서 워딩 파워 훈련편과 활용편으로 연결시키며 앞서 탐색한 사례들을 기반으로 본격적인 전문가적 실전대응법을 세세히 코치한다. 리더뿐만 아니라 일반 직장인들에게도 솔깃할만한 자기점검 사항이기도 하다.

현실 사례들이 간결하고 풍부해 쉽게 읽힌다. 동서고금을 드나들며 언급되는 유명인들의 비화나 어록, 관련 심리학자들의 구체적이고 흥미로운 실험과 연구 결과 등을 접하는 재미도 적지 않다.

좀처럼 그 붐이 식지 않는 자기 계발서의 마라톤 열풍속에서도 이같은 언어의 ‘사용설명서’를 실은 책은 흔치 않게 본다. 공연한 호기심 하나. 버락 오바마는 “결코 오지 않을 것 같은 날이 왔다”는 말 한마디로 어쩌면 자신이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는 복선을 미국 유권자들에게 단 한번에 각인시켜 놓았다.

만약 이와 또달리 “반드시 오리라고 믿었던 날”이라고 표현했다면 또 뭔가가 달라졌을까, 아닐까. 말이란 단순한 자․모음의 조합이지만, 어디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일생의 흥망이 좌우될 수도 있다는 점만은 연일 단골 종목으로 ‘유명인 아무개의 구설수 논란’이 끊이지 않는 우리의 현실만 봐도 어쨌든 틀림없는 진리다.

<저작권자 ⓒ 한국미디어네트워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영주 기자 pinplu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