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빵 베이커리' 쫀득쫀득 촉촉

‘쌀로 빵을 만든다고? 밀가루가 아니고…!’

서울 양재역 인근 한 베이커리. 주민들은 물론 행인들도 수시로 들러 빵을 고르고 있는 모습이 유리창 밖으로도 내비친다.

그런데 외부인들은 미처 눈치채지 못하지만 손님들이 공통적으로 알 고 있는 한 가지 사실. 바로 모든 빵이 쌀로 만든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 해 가을 문을 열었는데 벌써 1년째 단골들이 넘쳐날 정도로 반응도 뜨겁다. 그래서 간판에 적힌 이름이 ‘쌀마루’였구나!

이 곳은 이름하여 ‘쌀 빵 베이커리’. 말 그대로 밀가루가 아닌 쌀가루로 만든 빵과 과자들만을 파는 제과제빵점이다. 식빵이나 바게트부터 패스트리 롤케이크 카스텔라는 물론 쿠키와 비스켓 화과자까지 모두 쌀을 반죽해 만들었다. 종류를 어림잡아 세어 봐도 무려 100여가지는 넘을 듯.

‘쌀이 어떻게 빵이 될 수 있지? 밥이라면 모르겠는데.’ 비결은 ‘특별한 쌀가루’에 있다. 다름아닌 ‘골드 강력 쌀가루’. 쌀을 용도에 따라 입자를 다르게 빻아 놓은 가루인데 여기에는 특별한 공정과 노하우가 들어가 있다. 그리고 약간의 글루텐과 전분류가 첨가된다. 밀가루에는 원래부터 함유돼 있는 글루텐은 쌀가루에는 없지만 빵처럼 부풀어 오르고 모양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쌀가루로 만든 빵의 질감은 과연 어떨까? 무엇 보다 식빵을 하나 집어 먹어 보면 금세 확인할 수 있다. 한 조각을 잡아 찢어 버리듯이 늘여 뜨려 보면 ‘찰지다’는 것이 느껴진다. 마치 공기 속에 담아 놓은 밥의 ‘찰기’ 그대로다. 밀가루처럼 가볍게, ‘확’ 뜯어진다기 보다 길게 늘어지는 것이 ‘당겨지는 힘’을 품고 있는 듯 하다.

한 입 베어 먹어 볼 때도 마찬가지. 밀가루 빵에서 처럼 어딘가 푸석푸석하다기 보다는 쌀밥이나 떡처럼 쫀득쫀득 ‘실한’ 감촉이 전해진다. 한국 사람은 역시 ‘밥심이야’라고도 할 만 하다. 또 촉촉한 감이 느껴지는데 이는 밀가루 빵 보다 더 많은 수분을 품고 있어서다.

쌀 식빵이라고 그외 다른 차이점은 별로 없다. 모양도 늘상 보던 빵 그대로다. 건조한 밀가루 빵에 비해 수분 함량이 더 높은 편이라 상온에서 건조해지기 쉽다는 정도만이 유의점이다. 하지만 포장 상태에서 보관하면 보습성이 좋아 일반 밀가루 빵 보다 맛 보존기간이 2배는 더 길다고 한다.

앙금이 들어가는 단팥빵이나 슈크림빵, 버터, 소시지 등을 함께 넣는 패스트리, 케이크 등은 쌀로 만들었지만 밀가루 빵과 거의 차이가 없다. 맛이건 향이건 구분하기 힘들 정도. 버터나 앙금 등의 맛이 더 강하게 다가오는 탓도 크다. 하지만 쌀로 만든 쿠키나 과자류는 밀가루 보다 더 바삭바삭하다는 것이 정평이다.

쌀 빵을 만드는 과정은 옆에서도 지켜볼 수 있다. 오픈된 주방에서 옥대모 공장장이 수시로 반죽을 하고 빵을 구워낸다. 빵 종류는 당일 생산 판매가 원칙. 반죽 과정에서 온도와 시간 조절이 관건이지만 밀가루 보다는 발효 숙성시간이 더 짧다는 것이 그의 귀띔이다.

■ 찾아가는 길

지하철 양재역 인근 한전아트센터 정문 건너편. (02)582-9240


글ㆍ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