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해가 길어졌다. 벌써 6월. 1년의 ‘정오 5분전’쯤 될까? 봄을 기다리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이젠 반소매 옷, 맨발이 어색하지 않다. 더위는 집요하고, 세상은 소란하다. 피한다고 피할 수도 없는 현실이지만, 잠시 한 호흡 쉬어서라도 가자. 휴식 속에 혜안이 뜨일지도 모를 일.

■ 시크릿 가든 내한 콘서트
노르웨이 뉴에이지 그룹 4년만에 내한

애잔함과 따뜻함을 특징으로 하는 노르웨이 뉴에이지 그룹 시크릿 가든(Secret Garden)이 한국 청중들 앞에 선다.

4년만에 내한공연을 맞는 이들은 롤프 러블랜드(작곡 및 프로듀서, 건반)와 피오뉼라 쉐리(바이올린)으로 구성된 듀오로, 오보에와 만돌린, 하프, 휘슬, 키-피들, 윌리언 파이프 등을 포함해 7인조 전통악기 세션들과 함께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1995년 연주곡 ‘녹턴(Nocturne)’으로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우승하며 데뷔해 서서히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데뷔음반 만으로도 플래티넘을 기록한 후, 이후에도 발매되는 앨범마다 빌보드 뉴에이지 차트를 석권하며 전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어쿠스틱 악기와 전통악기 세션을 통해 여성적인 섬세한 감수성 및 섬세함을 표현해내는 것이 특징.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TV 드라마나 CF 배경음악으로 많이 쓰여 친숙하다.

마니아층이 폭넓고 탄탄하게 형성돼 있다. 이번 내한공연에서는 감성을 자극하는 애조 띤 분위기부터 밝은 느낌의 멜로디까지 다양한 성향의 레파토리를 통해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을 선사할 예정이다. 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02) 599-5743

■ '바이올린의 여제' 45세기념 세계 투어
안네 소피 무터 & 트론하임 솔로이스츠 내한공연

‘바이올린의 여제’ 안네 소피 무터가 45세를 맞아 세계 투어에 나서면서 2년 만에 다시 한국 무대를 찾는다. 안네 소피 무터는 스위스 출신으로, 13세때인 1976년 세계적 지휘자 카라얀으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데뷔해 주목을 받았다.

15세가 되던 1978년에는 카라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과 함께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3․5번>을 녹음해 단번에 세계적 명성을 얻기도 했다. 도이치 그라모폰(DG)을 통해 수십 여 장의 음반을 냈으며 이중 90년대 초반 발매한 <카르멘 판타지>는 DG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음반이기도 하다.

솔리스트로 활동하며 베토벤, 모차르트, 브람스, 멘델스존 등 고전 및 낭만 음악에 치중해 왔으며, 이번 국내 공연에서는 트론하임 솔로이스츠와 함께 비발디의 <사계>, 바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 780-5054

■ 정조의 꿈과 사랑 그린 대형 역사 뮤지컬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

전방위 예술가 이윤택이 쓰고 연출한 창작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가 6월의 무대를 장식한다. <화성에서 꿈꾸다>는 초연 당시 스토리의 탄탄함과 음악성 등이 우수한 작품으로,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유산인 수원 화성과 이를 건축한 정조의 꿈과 사랑을 그린 대형 역사뮤지컬.

예술의 전당, 경희루 등에서 공연되며 관객과 평단의 고른 호응을 얻은 이 작품은 지난해 한국뮤지컬대상 6개 부문에 후보 지명돼 연출상과 음악상 등 2개 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문화게릴라’로 불리는 이윤택 특유의 노련미로 정조의 화성 축조 과정,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인 봉수당 진찬례를 재연하고, 작곡가 강상구가 국악과 양악이 어우러진 완성도 높은 음악을 더해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6일부터 11일까지. LG아트센터. (031) 230-3440

■ 멘델스존 오르간 전곡 연주로 시리즈 시작
박옥주 연주회 '내가 그리는 오르간 세상'

오르가니스트 박옥주가 멘델스존 오르간 전곡 연주를 통해 ‘내가 그리는 오르간 세상’ 시리즈를 시작한다. 박씨는 이화여대와 동 대학원을 졸업, 독일 유학을 마친 뒤 귀국해 후진을 양성하는 한편 개인적으로도 왕성한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는 촉망받는 음악인으로, 이번 시리즈를 통해 본격적으로 자신의 연주 빛깔과 소리를 선보인다.

정격연주인 멘델스존의 오르간 작품을 택한 것은 다른 작품에 비해 편안하며 선율선이 선명하여 일반인 누구라도 쉽게 친숙해 질 수 있다는 점 때문. 신앙을 넘어선 대중과의 교감을 목적으로 한다. 자신이 반주자로 활동 중인 민간합창단 ‘음악이 있는 마을’ 주최로 마련된 이번 연주회 시간은 평일 낮 점심시간대.

이 파격을 택한 것도 직장인 누구나 부담없이 찾아와 연주를 감상하며 지친 영혼과 마음을 달래고 문화의 흥취에 흠뻑 젖을 수 있도록 한 연주자의 따뜻한 배려에서 나왔다. 지난달 28일 첫 회에 이어 4일, 11일, 18일 낮 12시에 공연.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010-4642-8973

■ 395명의 화가 예술의 '우연과 필연' 표현
춘계예술대전

인간의 예술에 대한 욕망과 예술의 정형성을 주제로 다룬 이색 기획전이다. 다방면에 걸쳐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작가 최정화가 아트 디렉팅을 맡아 총괄한 가운데, 공모전에 참여한 아티스트 395명의 작품들을 통해 예술의 ‘우연과 필연’을 표현하고 있다.

올해로 열 번째를 맞는 이번 춘계예술대전은 지난 2월말에 개최된 인터내셔널 영아티스트 춘계예술대전에 출품된 1,032점의 작품에서부터 출발한다.

전시구성은 크게 공모전 당선작들을 모은 ‘살롱전’에 이어 낙선작들로 구성된 ‘낙선전’, 지명 작가들이 활약한 ‘설치전’, 비디오 아트로 꾸민 ‘게릴라 영상회’, 작가와 관객이 함께하는 토론회와 워크샵 등으로 다채롭게 이뤄져 있다. 그중 1,026점에 이르는 ‘낙선작 전시’를 포함해, 공모전 작품이 모두 전시된다는 점에서도 이례적이고 독특한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8일까지. 스페이스씨 코리아나미술관. (02) 547-9177

■ 나라의발전·풍년기원 하는 한마당 잔치
2008 단오 극중대회

나라 굿으로도 불리는 국중대회가 음력 5월5일 단오맞이 축제마당으로 펼쳐진다. 국중대회는 부여, 고구려, 삼한의 제천행사인 영고나 동맹, 오월제와 같은 제천행사를 총칭하는 것으로, 나라의 발전을 기원하고 온 백성의 화합을 도모한 고대 의식이다.

단오는 이 아득한 고대 제천행사와 매우 밀접한 날로, 예로부터 선조는 이때 모내기를 끝내고 잠시 쉬어가며 풍년을 기원하는 기풍제를 하늘에 올렸다. 이같은 단오와 국중대회의 뜻을 살려 국립국악원에서는 새로이 부활시킨 단오 국중대회를 통해 한마당 잔치를 벌인다.

전통 음악과 춤, 이야기, 풍속 등이 한데 다채롭게 어우러진 흥겨운 축제. 행사는 북의 대합주로 시작해 제관이 하늘에 바치는 축문을 읽는 '하늘 부름'에 이어, 우리의 소망을 담은 비나리 소리와 연주로 하늘과의 소통을 시도한다. 하늘과 땅, 인간이 일심합치하는 '합일'의 무대도 이어진다.

녹음이 우거진 야외 공연장에서 즐길 수 있어 더욱 아름답고 신명나는 행사다. 국립국악원 무용단의 '북의 제전' 무용으로부터 출발한 이날 국중대회에는 국립국악원의 원로사범이자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준보유자인 최충웅씨가 제사의 제관으로 함께한다.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의 장엄한 대규모 연주, 민속악단의 젊은 명창 강효주, 김민경, 장경애의 소리와 구히서 작시가 함께 빚어내는 '우리 비나리'가 선보인다.

경서남도민요 '추천 단오놀이','휘어능청'와 이천거북놀이보존회의 별신놀이도 빼놓을 수 없는 인기공연. 이와 함께 여름맞이 단오부채 만들기와 수리취떡, 오미자 화채 맛보기 등 관객들이 직접 참여하는 행사도 나란히 마련된다. 8일 오후 5시. 국립국악원 별맞이터. (02) 580-3300, 3333

■ 문화 단신

△ 공개 누드 크로키대회 - 7일. 월산미술관. 참가비 4만원. 대한민국 누드 공모대전 부대행사로 전화나 인터넷으로 신청접수. 입상자 발표는 8일, 시상은 11일 오후 6시. 경기도 분당 월산미술관. (031) 717-7266 △ 둥샤오밍 수묵:광주展 - 4일부터 22일까지. 광주 의재미술관. (062) 222-3040 △ 황명주展 - 3일까지. KBS 본관1층 시청자광장.


정영주 기자 pinplu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