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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 6집 '눈썹 달' 2004년 T Entertainment





가수 이소라에게는 음악성보단 인기가수로만 치부될 오류의 함정이 있다. 대중적 인지도 때문이다. 확실히 독특한 비음으로 재즈 풍의 발라드 곡들을 노래한 그녀의 음색은 많은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1992년 김현철과 함께 부른 영화OST <그대 안의 블루>와 1995년 솔로 독립 후 발표한 1집의 ‘난 행복해’ 그리고 연타석 히트퍼레이드를 벌인 1996년 2집의 ‘기억해 줘’, ‘청혼’은 무명의 껍질을 벗고 화려한 나비로 탈바꿈한 히트곡들이었다. 그런데 이소라는 가수로만 머물기를 거부하고 음악적 진화를 거듭했다. 2004년 발표한 6집 ‘눈썹달’은 가수 이소라를 '뮤지션'으로 확실하게 인식시킨 명반이다.

인천대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하고 1991년 보컬그룹 ‘낯선 사람들’로 음악생활을 시작한 그녀는 3집을 통해 음악적 홀로서기를 시도했다. 김현철이 프로듀싱한 4집의 음악적 실패 이후 달콤하지만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주류음악과 이별을 고하고 스위트피, 루시드폴 등 실력 있는 젊은 인디뮤지션들과의 작업을 통해 음악적 신선함을 공급받았다.

그런 점에서 2002년 발표한 5집 [Sora's Diary]은 음악적 터닝포인트였고 이후 프로듀서로서도 성공적 변신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주류 음악으로부터 그녀의 엑소더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됨을 알린 신호탄이었다. 이후 TV등 주류매체에서 그녀의 노래하는 모습은 뜸해진 아쉬움은 있지만 적어도 음악적으로 그 선택이 적절했음은 6집 ‘눈썹달’을 통해 증명되었다.

그동안 근작 CD임에도 희귀음반으로 대접받아온 6집 [눈썹 달]이 최근 재발매되었다.

디자인을 전공한 이력답게 파란 한지의 질감에 회색으로 디자인된 달과 별의 이미지는 재킷만으로도 이 앨범이 차별성을 소리 없이 웅변한다. 뮤지션의 기본덕목은 창작력임은 자명하다. 싱어송라이터가 아닌 이소라는 자신의 음악적 지향점과 보이스칼라에 적합한 '좋은 곡'을 선택하는 안목과 앨범기획 능력 또한 창작에 버금가는 좋은 뮤지션의 필요조건임을 이 앨범을 통해 확실하게 증언했다.

사실 이 방면에선 그동안 ‘한국 포크의 대모’ 양희은과 ‘소리의 마녀’ 한영애 정도가 탁월한 존재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좋은 곡을 선택하는 안목에 노래의 품격을 높이는 작사능력을 담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소라 6집은 스스로 탁월한 프로듀서임을 증명한다. 단순한 곡 채우기가 아닌 자신이 기획한 앨범 컨셉트에 적합한 곡들을 솎아내 하나의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곡 하나 쓰지 않았지만 앨범 전체를 완벽히 자신의 색채로 통제한 이 앨범은 그녀에게 새로운 지평의 평가를 가능케 한다.

타이틀 곡 <이제 그만>을 비롯해 <듄> 등 12곡의 수록곡들은 모두 슬픈 그녀의 사랑이야기다. 살아오면서 경험한 사랑과 이별에 대한 힘들고 비극적인 분위기가 전 곡에 담겨있다. 그래서 타이틀이 꽉 찬 보름달이 아니라 ‘눈썹달’인가?

우울한 멜로디와 꾸밈없는 가사들을 듣다보면 호탕한 이소라의 웃음 뒤에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의 존재가 느껴진다. 이건 경험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경지다. 마지막 트랙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시시콜콜한 주제가 이렇게 청자의 가슴을 시리게 할 수 있음이 놀라운 좋은 곡이다.

단출한 클래식 기타 선율에 얹은 애절한 목소리의 여운은 정말 굉장하다. 그녀에게 간택당한 작곡 편곡자들은 누구일까? 러브홀릭의 강현민, 스위트피, 정치찬, 시나위의 신대철, 불독맨션의 이한철, 그리고 가수 이승환과 동명이인 이승환이다.

아무리 좋은 음악일지라도 실제로 사람향내가 풍겨야 역겹지 않은 것 아닌가. 이소라의 앨범 부클릿을 보면 'Thanks To 김현철, 조규찬, 고찬용’의 대목이 항상 발견된다. 세 사람 모두 그녀에겐 음악적으로 소중한 인연들이다. 이는 노래를 떠나 고마움을 표현할 줄 아는 이소라의 따뜻한 인품이 느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그녀의 다음 음반 타이틀은 사랑으로 충분한 ‘보름달’이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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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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