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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완전정복] 필승 ver2.0 연영석
가수 연영석 통해 생존권 투쟁 현장 소개
노래가 사회적 갈등 과시에 일조했지만 공고한 연대엔 소홀










후배는 청계천에서 촛불을 들었다고 전화했다. 필자는 촛불보다 카메라나 펜을 들어야한다고 농담했다. 불현듯 청계천이 떠올랐다. 청계천은 기억과 역사에 기입된 수많은 이미지다.

최초의 청계천은 소설가 구보와 함께 떠오를 것이며 헌책방에서 오래된 잡지를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팔았던 대학시절도 덩달아 기억될 것이다. 최근에는 관광버스 타고 상경한 시골 노인들이 찾는 서울의 명소이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 문화제가 열리는 인터넷 세대의 현실 정치 참여의 장이다.

청계천은 서울시의 행정구역으로 존재해왔지만 역사적 맥락과 개인적 체험에 따라 큰 편차를 두고 각인된다. 다큐멘터리도 같은 현실을 어떤 입장에서 어떻게 재현하느냐에 따라 수많은 얼굴과 의미를 갖게된다.

다큐멘터리는 카메라 앞에 존재하는 현실의 맨 얼굴을 보여준다. 하지만 등장하는 실제 인물인 사회적 배우와 존재하는 현실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따라 청계천 이미지보다 더 많은 경우의 수를 발생시킨다.

다큐멘터리는 존 그리어슨의 정의인 ‘현실의 창조적 재구성’이거나 빌 니콜스의 주장처럼 ‘우리가 이미 점하고 있는 세계의 재현’이거나, 현실의 사실적 재현을 위해 카메라와 피사체를 사이에 두고 사투하는 감독들의 몸짓에 따라 천차만별의 작품이 생산된다.

태준식 감독은 문화노동자임을 자칭하는 가수 연영석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필승 ver 2.0 연영석>은 <다큐멘터리 한대수>처럼 단지 한 개인의 삶에 집중하지 않는다. 그는 사회적 개인 연영석의 움직임이라는 셔틀버스에 관객을 태워 동시대의 생존권 투쟁의 현장으로 안내하는 힘이 있다.

다큐멘터리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빌 니콜스는 다큐멘터리를 한 문장으로 집약하였다. 그것은 “나는 당신에게 그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이다. 나는 제작자이고 당신은 관객이며 그들은 사회적 개인이다.



이 영화의 주어인 태준식 감독은 자신이 밝힌 연출의도를 초등학교 모범생처럼 잘 지키고 있다. 그는 “깨지고 터지고 끌려 나가는 노동자들의 처절한 현실을 기록하면서 어줍잖은 희망을 발언하기보다는 고단한 현실을 이겨나가는 노동운동가들을 통해 그들이 가진 희망을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싶다”고 했다. 이 영화는 역사나 미래의 전망이라는 문제보다는 고통과 인내로 점철된 몸짓에 시선이 더 오래 머문다.

그의 영화적 발언은 희망의 모색과 최소한 관객의 성찰에 대한 권유 정도에서 소박하게 그친다. 그래서 이 영화는 연영석이 부르는 노래와 자기 성찰은 보이지만 노동 현장에서 노래로 연대하려는 적극적인 참여는 별개의 문제로 처리된다.

KTX 비정규직 여승무원의 복직 투쟁과 15년 동안 산동네 삼양동의 작은 방에서 명절 휴가만 보내는 네팔 출신 외국인 노동자의 열악한 근무조건과 체불된 임금으로 인한 고통은 우리 사회의 생존권 투쟁이라는 공통점으로 묶이기는 하지만 강한 연대와 현재의 질곡, 어둠을 돌파하려는 저항성에는 미약하다.

감독 스스로 구체적인 당파성을 견지하기보다는 생존권 투쟁을 벌이는 한국 노동자와 외국인 노동자라는 사회적 개인들의 사실적 텍스트 전시에 손을 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가수 연영석이 자신의 노래와 투쟁현장의 참여행위에 대해 특별한 밑줄을 긋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면 그게 필승이다. 나는 그게 필승이야”라는 개인적인 결론으로 인터뷰의 종지부를 찍는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감독은 ‘세상을 보여주는 것’과 ‘특정한 단체나 개인에 대한 변호나 옹호하려는 것’ 사이에 서 있다. 니콜스의 말대로 다큐멘터리 감독은 주목받는 영화 제작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갖고 있으며 출연자는 자신의 권리와 인간적 존엄성을 존중받는 것을 강조하기에 긴장이 발생한다. 태준식은 주목받는 영화제작보다는 보여주고 싶은 현실을 포착하는 정도에 만족한 것 같다.

이 작품에서 연영석의 노래는 사회적 갈등을 과시하는데 일조하였지만 생존권 투쟁 현장과 문화노동자와의 공고한 연대에는 소홀했다. 문화노동자 연영석 개인에 집중하지 않은 균형감각과 이주노동자의 희망과 여승무원의 생존권 투쟁의 정당성을 부각하지 않은 카메라의 객관적 거리가 차갑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조영각의 평가는 되새길만하다. 조영각은 리뷰에서 “몇몇 음악 다큐멘터리가 있지만 투쟁의 현장에서 노래하는 사람의 모습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은 별로 없었다.

가난한 사람들의 편에서 노래와 카메라의 힘이 결합될 때 그 효과는 강렬할 수 있다.

역시 태준식의 카메라는 우리 사회에서 소외받으면서도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하는 이주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모습을 꾸준히 비추고 있다. 그런데 연영석의 음악은 그들에게 어떤 활력을 불어넣어줄까? 그리고 그런 활동 속에서 연영석은 어떻게 지치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라고 모두에게 질문을 던졌다.

극영화는 배우에게 인물에 걸맞는 연기를 원한다. 다큐멘터리는 인물 대신 카메라에게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 피사체를 담아내기를 요구한다. 다큐멘터리의 윤리성과 당파성은 피할 수 없는 근본적 숙제라는 사실을 이 영화는 극명하게 보여준다.

■ 문학산 약력

영화평론가. 영화학 박사. 현 세종대 강사, 영등위 영화등급 소위원, 한국영화학회 이사.저서 <10인의 한국영화 감독>, <예술영화는 없다><한국 단편영화의 이해>. 영화 <타임캡슐 : 서울 2006 가을>, <유학, 결혼 그러므로 섹스>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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