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6.25사변일’이 돌아왔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남북은 해방의 기쁨을 누려보기도 전에 서로에게 총시위를 겨눠야 했다. 잿더미로 변해버린 한반도. 3년에 걸친 전쟁은 끝이 났지만 5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쟁의 상처는 아물 줄 모르고 있다.

마을 어르신들의 참전 무용담을 들으며 자란 꼬마는 어느덧 희끗희끗한 머리를 하고 손자와 함께 ‘전쟁기념관’을 찾는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요즘 세대들에게는 ‘6.25’ ‘한국전쟁’보다도 이를 배경으로 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나 ‘한국전쟁게임’같은 것들이 더 친숙할 따름이다.

지금 소개할 세 권의 책들은 전쟁경험 세대들의 ‘끝나지 않은 6.25전쟁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들은 ‘그날의 역사’를 고스란히 털어놓는다. 더 늦기 전에 희미해져 가는 그날의 기억을 더듬고자 한다.

두 명의 전쟁전문가가 펴낸 <그때 그날>(삼우사 펴냄)은 독자 스스로 쉽고, 재미있게 읽어나가지만 마지막에는 어떤 묵직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전쟁이야기다. 한국전쟁의 원인에서부터 휴전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건을 총망라해 함축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더불어 결정적인 국면에서는 그 성공과 실패의 핵심 요소들을 분석해 일반인들로 하여금 역사적 진실과 전쟁의 교훈, 평화의 의미까지도 되새기게 한다.

<그때 그날>이 전쟁전문가의 눈으로 본 전쟁사라고 한다면 <돌아온 패자>(역사비평사 펴냄)는 6.25국군포로 체험기로 길고 긴 전장을 가로지른 33개월의 생생한 증언이다. 19살 어린 나이에 이등병으로 종군한 저자 ‘박진홍’이 도보로 산하를 걸으며 느꼈던 전쟁의 참상과 잊혀지지 않는 북에서의 포로생활에 대한 기억을 관련 사진과 함께 담았다.

무엇보다 국군 포로들의 참혹했던 하루하루와 인민군으로 재편입 되기까지의 과정을 필름처럼 그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군의 무차별 공습에 의한 국군장교 25명 사망사건, 평양공습사건, 소련군참전 목격 등 역사의 진실을 담담히 증언하고 있다.

한편 6.25전쟁의 참상을 작가들의 전쟁체험기와 함께 100장의 사진으로 담아낸 <나를 울린 한국전쟁 100장면>(눈빛출판사 펴냄)은 그 어떤 감각보다도 설득력 있게 한국전쟁의 아픔을 전하고 있다. 수록된 100장의 사진들은 전란기 미군이나 미군소속 종군사진가들에 의해 촬영된 것으로 현재 모두 미국국립문서기록보관청에 소장돼 있다.

‘서울에서 겪을 인공치하 석 달’(김원일 선생), ‘빨치산의 활동과 전란이 할퀴고 간 호남지역의 실상’(문순태 선생), ‘강원지역에서의 전쟁체험’(전상국 선생), ‘어처구니없는 전쟁의 실제 정황과 상흔’(이호철 선생) 모두 작가들이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직접 겪은 눈물겨운 증언들이다. 해방기, 전쟁 발발, 학살, 전쟁포로, 피난민, 휴전 등 전쟁의 슬픈 단면이 사진 속에 그대로 녹아있다.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