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속 별처럼 빛나는 여러해살이풀

언제나 이즈음 우리 주변에 꽃을 피웠던 식물인데 왜 이제야 생각해냈을까. 이 식물을 처음 만난지는 기억할 수 없을 만큼 아주 아주 오래 전이고, 올해에도 처음 이 풀의 노랗고 귀여운 꽃과 잎새들을 만난지가 한달이 넘은 듯한데 언제나 보고도 특별하지 않게 지나쳤던 것 같다. 무심했다.

괭이밥은 괭이밥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길이든 밭이든 숲으로 들어가는 초입의 갈가 이든, 그 곳의 돌틈이든 풀밭이든 어디든 볼 수 있다. 줄기는 땅으로 기기도 하고 올라서기도 하며 그때 그때 자라는 장소에 맞게 자란다.

우선 특징적인 것은 잎이다. 3개의 잎이 모여 달리는데 각각의 작은 잎은 정확한 하트모양을 하고 있다. 그래서 더러는 이 괭이밥의 잎을 클로버로 착각하고 행운을 주는 네장의 작은 잎들을 찾아내느라 뒤적이기도 하고, 더러는 이 잎들을 이상하게 잘라 변형하여 열쇠고리같은 것에 넣어 네잎클로버라며 팔기도 한다. 클로버는 바로 토끼풀이라 하는 식물이니 요행을 바람으로 마음으로 달콤한 상술에 너머 가지 마시길 …

꽃은 오월부터 피기 시작하여 지금도 볼 수 있고 6월이 가도록 계속될 것이다. 노란 꽃잎들은 별처럼 5갈래로 갈라져 진하지 않은 잎새 사이에서 달린다. 여름이 가면 열매가 보인다. 잘뚱한 막대기 같은 열매는 잘 익으면 톡 터져 많은 씨앗이 퍼져 나간다.

괭이밥이란 이름은 왜 그리 붙었을까? 고양이가 소화가 잘 안될 때 이 풀을 뜯어 먹는 것을 보고 지어진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많다. 유력한데 확실한 근거를 찾진 못하겠다. 다만 괭이밥의 잎에는 ‘옥살산(oxalic acid:수산)’이라는 산 성분이 있어 씹으면 신맛이 난다. 이 식물의 학명중 속명인 Oxalis는 희랍어로 맛이 시다(oxys)는 뜻이다.

이즈음 야생의 꽃으로 음식을 하는 분들을 눈여겨 보면 전체요리에 괭이밥을 이용하시는데 신맛이 입맛을 돋우게 하는 것 같긴 하니 소화는 몰라도 이런 효과가 있지 않겠나 싶다. 달리 부르는 이름 중에 생약명인 초장초(酢漿草)역시 '신맛 초'를 쓰고 있고, 괴싱아. 괘승애 같은 이름 역시 신맛을 가지는 싱아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괭이밥에 대한 옛 추억중에 봉숭아 물들이기를 떠올리는 분들도 있다. 이즈음엔 손톱에 꽃물을 들일때 백반을 이용하지만 예전엔 괭이밥의 잎을 잉요하면색이 곱게 빨릴 들었단다.

괭이밥의 잎은 황동같은 것을 닦을 때도 사용했다는데, 예전에 쓰던 누런 10원짜리 동전만 문질러 보이도 이 효과를 금새 느낄 수 있다. 또 예전에는 벌레가 물려 가렵거나 피부병이 생기면 이 잎을 찧어 바르면 놀랍도록 잘 가라 안는다고도 한다. 이 처방은 지금도 활용하면 좋을 듯 하다.

이 식물의 꽃말은 "빛나는 마음"이라고 한다. 꽃말이란 것이 서양에서 들어온 문화인데다 근거를 찾기가 신화처럼 황당하기도 하지만 식물에 마음을 담는 일이니 좋은 일이긴 한듯하다.

잎에 정갈하고 고운 하트 3개씩을 수없이 달고 있으니 사랑하는 마음이 모여 곧 가장 빛나는 마음이 된 것은 아닐까. 괭이밥 잎은 햇볕따라 잎을 여닫는 수면운동을 하는데 아주 민감하게 움직인다. 사랑을 하게 되면 사소한 하나하나에 마음을 열고 닫는 이치와도 같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