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츠' 꼭 하고 싶고… 군대·얕은 관객층·부족한 재정은 문제
‘무엇’이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이들은 “돈이 아니라 작품을 선택한 것이다”라는 데 입을 모은다. “캣츠라는 걸작을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발레에 비해 노래와 말, 표정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뮤지컬의 예술도구로서의 장점도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군대’문제, ‘얕은 관객층’, ‘부족한 재정’ 등 발레에 전념할 수 없는 열악한 국내여건 역시 지적한다. 기대와 지원을 한몸에 줬던 발레계 스승이나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숨기지 않았다.
뮤지컬 배우가 된 발레리노 3인방을 18일 오후 3시께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들의 표정은 대체로 발랄한 뮤지컬처럼 밝았지만, 열악한 국내 순수예술계를 말할 때는 카페 조명처럼 약간 어두워졌다.
▲ 뮤지컬 배우로 전향한 가장 큰 이유는 뭔가
-정주영(이하 주영) : 작품에 대한 사랑이었다. 창작과 무대에 대한 동경이 나를 움직였다. 캣츠라는 작품을 한번이라도 본 적이 있다면 내 말을 이해할 것이다.
-유회웅(이하 회웅) : 캣츠라는 유명한 작품에 대한 열정이었다. 용기 내서 결정을 했다. 너무 해보고 싶은 작품이었다. 젊음의 패기나 열정을 좀 더 많은 수단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백두산(이하 두산) ; 관객들과 더 가까워지고 싶었고 소통하고 싶었다. 몸동작 뿐 아니라 노래와 표정 등 복합적인 방법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 뮤지컬의 매력에 빠졌다.
▲ 무엇이 뮤지컬의 매력인가. 발레와 가장 다른 점은.
-회웅 : 본래 성격이 외향적이다. 말은 안하고 몸으로만 표현하는 발레가 답답하게 느껴질때도 있었다. 나 같은 성격에는 뮤지컬이 더 맞는 것 같다. 뮤지컬을 보면 이해가 빠르고 재밌지 않은가. 표현범위도 더 넓어 대중과 소통이 잘 된다는 게 뮤지컬의 장점이다.
-주영 : (뮤지컬은) 몸 뿐만이 아닌 말과 노래로 섬세하게 연기하는 것이다. 발레 역시 매력이 있지만 더 많은 수단을 동원해 관객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게 뮤지컬의 매력이다.
-두산 : 대중이 좋아하고 관심 있어 하는 장르라는 게 뮤지컬의 가장 큰 매력이다. 발레 뿐 아니라 살사 등 다른 춤도 좋아하는데 뮤지컬에서는 모든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
▲ 돈 때문은 아니었나
-주영 : 나의 경우는 오히려 발레계에서 더 경제적, 사회적으로(웃음) 좋은 위치에 있었다. 뮤지컬쪽 사람들과 친했다. 분야와 사람에 대한 동경을 따랐다.
-회웅 : 돈 때문에 뮤지컬로 가는 것은 아니다. 캣츠라는 유명한 작품에 캐스팅되기 위해 1,000여명과 똑 같은 조건에서 경쟁한 31명이 뽑혔다. 고민도 있었지만 작품을 보고 용기를 냈다.
-두산 : 관객들과 더 가깝고 편안한 소통을 하길 원했다. 무대와 박수가 좋아 선택했을 뿐이다. 인생의 새로운 도전이라 할 만큼 용기를 냈다.
▲ 발레에 전념하기 가장 힘들었던 점은
-회웅 : 남자 무용수들의 경우에 군 문제가 가장 크다. 군 면제 혜택을 주던 몇 안되던 국내콩쿠르도 혜택 대상에서 제외됐다. 해외 콩쿠르 입상만 면제혜택을 볼 수 있는데 참가비용만 수천만원이다. 정말 열심히 하는 남자무용수들이 군대문제로 무대에서 사라지는 게 안타깝다. 제대 후 다시 몸 만들고 적응하려면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서른 다섯쯤이 정년이라고 보는 발레계에서 군대라는 기회비용은 너무 크다.
-두산 : 남자가 없으면 발레의 발전도 없다. 모든 작품에 발레리나가 30명이면 발레리노도 30명 필요하다. 스파르타쿠스 같은 작품은 남자배우가 여자배우보다 더 필요하다. 무대 스케일을 유지하려면 남자배우의 역할이 중요하다.
-주영 : 발레 관람객이 너무 적은 것도 문제다. 우리나라 사람중에 발레공연을 본 사람은 전체의 영점 몇몇 프로도 안될 것이다. 발레단의 운영비용 등 예산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순수예술분야에 정부의 지원이 부족하다.
▲ 왜 <캣츠>인가
-회웅 : 캐릭터의 매력이다. 31마리 고양이에 각각 다른 캐릭터가 있다. 도둑, 악당, 마법사 고양이 등 수많은 고양이가 나온다. 고양이 하나 하나가 중요하다.
-주영 : 박수를 따로 더 오래 받는 캐릭터가 없다. 커튼 콜 때 배역 중요도에 따라 박수 소리가 다른 발레와의 차이점이다.
-두산 :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 아닌가. 27년만에 15번째 언어로 공연하는 데 참여한다는 의미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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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자 캐릭터를 소개해달라
-주영 : ‘맥케버티’란 악당 고양이다. 자신의 부하인 쥐들을 동원해 젤리클의 리더인 올드 듀터로노미를 납치하기도 한다.
-회웅 : ‘미스터 미스토펠리스’라고 마법사 고양이다. 사물을 사라지게도 나타나게도 한다. 낮잠을 자면서 모든 소음을 없앨 수도 있는 놀라운 고양이다.
-두산 : ‘알론조’라는 이름의 수컷고양이다. 종족 내에서 가장 큰 놈 중에 하나다. 많은 어린 고양이와 암고양이를 보호하는 정의로운(웃음) 캐릭터다.
▲ 앞으로 각오는
-주영 : 뮤지컬에 첫발을 내디뎠는데 공교롭게 대작을 하게 됐다. 오리지널 팀 공연이 끝나자마자 공연을 한다. 오리지널 팀보다 더 나은 라이센스 팀 소리를 듣게 하겠다.
-두산 : 노래가 처음이라 많이 설렌다. 부담이 큰 만큼 더 신경을 쓰고 있다. 더 큰 도전인만큼 기대도 크다. 한번 해보겠다는 각오다.
-회웅 : 무대에서 공연으로 말하겠다. 멋지게 후회 없이 하겠다.
▲ 발레계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
-주영 : 사람은 자기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을 때 행복하다. 사랑해서 하고 있다면 그것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 어떤 분야인지는 중요치 않다.
-회웅 : 발레가 정말 싫지 않다면 경제적 부담 등으로 떠나는 것은 옳은 선택이 아니다. 나 역시 발레를 기초로 했기 때문에 원하는 작품을 얻을 수 있었다.
-두산 : 꿈을 잃지 않고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
김청환기자 ch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