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고기- 지방산 가득해 피부 보호에 최고양고기- 콜레스테롤 적고 무기질 풍부 보양식 딱고래고기- 부위·조리법 따라 12가지 색다른맛

고기 한 점 마음놓고 먹을 수 없는 세상이다.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논란과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쇠고기 닭고기 오리고기에 대한 기피 현상이 날로 증가하고 ‘서민 고기’였던 돼지고기는 수입 쇠고기값을 추월해 ‘귀하신 몸’이 됐다. 그렇다고 채식으로 전환하기엔 고기 맛에 너무 길들여져 버렸다. 그래선지 최근 들어 말고기 양고기 고래고기 등 웰빙 육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피부에 좋은 말고기

고래고기(뱃살 회), 양갈비 숯불 바비큐

말고기를 터부시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가까운 일본은 최다소비국이다. 일본인이 말고기에 열광하는 이유는 고기 맛뿐 아니라 건강에 좋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 난지농업연구소 이종언 박사에 따르면 말고기에는 불포화지방산, 특히 팔미톨레산이 쇠고기나 돼지고기에 비해 3~4배나 많다.

팔미톨레산은 혈중 콜레스테롤 함량을 낮추고 췌장 기능을 향상시키며 피부를 보호해준다. 말기름이 민간요법 차원에서 화상치유 등 피부보호제로 이용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말고기가 발달하지 못한 건 역사적인 이유가 크다. 조선시대 ‘말=국력’이라는 판단 아래 말 도축을 법으로 엄하게 금지시키면서 말고기를 터부시하는 문화가 자리잡게 된 것. 그래선지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일본의 경우 100g당 800~1,000엔(1만원)이지만 국내에선 1㎏당 2만원 내외로 판매된다.

일반적으로 말고기는 쇠고기에 비해 질기거나 텁텁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말 비육기술이 발달하면서 말고기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현재 제주에만 50여개의 말고기 전문점이 있으며 내륙지역에도 전문 식당이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 한복판에도 100% 제주도 조랑말로 요리를 하는 산새미(02-586-8242) 등이 있다.

■ 보양식 양고기

양고기는 중국의 겨울 보양식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건강에 좋은 음식이다. 특히 소고기나 돼지고기에 비해 칼로리나 콜레스테롤이 적고 칼슘 인 아연 등 무기질이 풍부하다. 예전엔 특유의 향 때문에 중동 사람이나 조선족 등 특정인을 대상으로 판매됐지만 해외여행으로 접할 기회가 늘면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조선족타운에만 있던 양고기 꼬치구이집을 지금은 동대문과 명동, 신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광우병 논란 속에 양고기 판매량이 부쩍 늘었다. 마장동 우시장에 있는 내쇼날푸드의 경우 양고기 월 매출이 무려 20%나 증가했다. 호텔, 레스토랑, 골프장 등이 주고객이지만 일반인 구매자들도 더러 있다. 업종이나 메뉴를 바꾸려는 각종 체인점에서 납품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이마트 일부점에서도 양고기를 판매하는 등 시중에서 구하기도 쉬워졌다. 호주산 쇠고기보다는 약간 비싼 편이지만 마장동 독산동 등 대형 축산시장에 가면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양고기 커틀렛 100g의 경우 2,700원 정도다.

■ 12가지 다른 맛 고래고기

미식가들이 으뜸으로 치는 고기는 역시 고래고기다. 바다에 사는 포유류인 고래는 부위와 조리법에 따라 12가지 다른 맛을 낸다. 고래고기의 으뜸인 우네 사시미의 경우 참치와 소고기의 맛을 모두 가지고 있는 ‘야누스적인’ 맛이다.

가격이 싼 돌고래나 참고래는 비린내가 조금 심해 초보들이 감당하기 쉽지 않지만 밍크고래는 맛이 부드럽고 깔끔하다. 고래고기는 고단백 저칼로리 저지방 식품일 뿐더러 특히 고래기름에는 다량의 오메가3가 포함돼 있어 동맥경화나 심장병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상업적인 고래잡이가 국제협약에 의해 금지돼 흔히 접하기는 어렵다. 간혹 쳐 놓은 그물에 걸려 잡히는 것들을 울산 등 바닷가에서나 즐길 수 있는 게 고작이다. 전국 고래고기의 80% 가량이 울산 지역에서 소비된다. 가격도 한우에 비해 2~3배쯤 비싸다. 고래고기 전문점의 경우 1인분에 5만원 내외다.

최근엔 온라인 쇼핑몰이 발달하면서 일부 고래고기 수육이 1㎏당 5만~7만원대에 유통되기도 한다. 고래고기는 다양한 식문화를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인 일이지만 고래를 불법으로 잡아 유통시키는 사례가 잇따라 적발돼 각별한 주의도 요구된다.


오미현 기자 mhoh25@sportshankook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