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대화'심리학이 연애를 말하다' 저자 이철우 박사의 연애학 강의

인류 역사 이래 가장 진부하면서도 언제나 가슴 설레는 주제는?

이 모순덩어리 질문의 정답은 무엇일까. 아마 사랑 혹은 연애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 사람들은 저마다 사랑을 논하고, 연애를 하며 살아간다. 세상에 흔해 빠진 게 사랑인 셈이다. 그런데도 막상 사랑이 무어냐고 질문을 받으면 헷갈리기 일쑤다. 사랑은 익숙한 듯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오묘하고 복잡하고 난해한 것이다.

하지만 사랑이나 연애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마음이 움직여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따라서 마음을 읽을 줄 알면 사랑과 연애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현실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간파하는 데 심리학만한 학문이 없다. 그래서일까. 심리학에서는 연애심리에 대해서도 상당한 연구성과를 내놓고 있다. 만일 연애 때문에 밤잠 못 이루는 독자들이 있다면 심리학에 좀 기대보라.

심리학이라고 하니까 골치부터 아픈가. 걱정할 것 없다. 마침 한 심리학 박사가 아주 명쾌하고 쉬운 언어로 연애 메커니즘을 파헤친 책을 내놓았다. 저술작업과 블로그(http://umentia.com) 등을 통해 사회심리학을 알기 쉽게 전파하고 있는 이철우(50) 박사의 최근작 <심리학이 연애를 말하다>(북로드)가 그것이다.

이 박사는 연애를 권장하는 연애 예찬론자다. 단지 연애의 짜릿함을 즐겨라는 뜻이 아니다. 연애를 하게 되면 타인에 대한 배려를 익히는 등 인격정립의 계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를 만나 ‘연애학 강의’를 들어봤다.

-연애에 일가견 있으시겠다(웃음).

“사실 젊을 때 연애를 별로 못해봤어요. 제가 박통(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 대학에 들어갔는데, 알다시피 그 시대 대학생들은 술만 퍼 마시느라 연애를 못했어요. 게다가 연애나 결혼에는 ‘근접성 요인’이 굉장히 크게 작용합니다. 많은 경우 가까운 곳에서 짝을 찾는다는 거죠. 그런데 제가 다닌 사회계열 단과대학은 전체 530명 중에 여학생이 달랑 2명이었어요. 사람이 있어야 연애를 하지요. 하하. 연애를 처음 한 건 일본 유학 때였지요. 지금 아내(재일교포 2세)를 그 때 만났어요. 참 신기한 게, 나중에 알고 보니 아내를 소개받기 전에 이미 두 차례나 서로 스친 적이 있었던 겁니다. 그러고 보면 인연은 정말 가까운 데 있는 게 맞아요.”

-책을 쓰게 된 특별한 동기라도 있는지.

“외모에 집착하는 세태를 분석한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가 연관된 이슈인 연애문제로 확대됐어요.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쿨’한 줄 알았는데 의외로 연애로 인한 고민 상담을 청하는 이메일이 많이 오더군요. 오히려 우리 젊을 때보다 더 고민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걸 읽고 답변을 하다 보니 연애에 조언이 될 만한 책이 필요하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 거죠.”

-성공적인 연애에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지.

“너무 머리로 계산하지 말 것을 조언합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외모나 돈 같은 ‘조건’을 많이 따지는데, 조건은 결코 영속적이지 않습니다. 상대를 찾을 때는 가슴을 열고 ‘직관’과 ‘느낌’을 중시하세요. 연구결과에 따르면 흔히 말하는 ‘첫눈에 반한 사랑’과 결혼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특히 이들은 이혼율도 매우 낮게 나타납니다. 이는 그만큼 직관이 평생의 반려자를 찾아내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증거로 볼 수 있지요.”

-'연애공식'이 있다면, 그것은 시대를 초월하는 것인가.

“시대에 따라 연애를 바라보는 관점은 달라집니다. 가령, 고대 그리스에서 남성은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만 바라봤습니다. 당시에는 남녀간의 사랑보다 남성간의 우정이 더 중요하게 여겨졌지요. 성적(性的)인 감정은 본능적인 것이지만 연애 감정은 학습된 것입니다. 이른바 ‘연애학습설’이라고 하는 건데, 시대나 사회에 따라 연애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감안하면 타당한 주장이라고 할 수 있죠.”

-연애에서 사람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무엇인지.

“아무래도 실연했을 때 가장 힘들어 하지요. 혹시 돌아올지 모른다는 미련 때문에 추억을 지우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거죠. 하지만 떠난 버스는 결코 돌아오지 않습니다. 만약 실연했다면 혼자서 끙끙대지 말고 밖으로 나가 사람들을 만나세요. 또 상대를 좋아하기는 하는데 나중에 버림받을까봐 혹은 자기 본모습을 보여주기가 꺼려져 고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주로 완벽주의자들에게 이런 경우가 많은데, 사람들은 너무 완벽하게 보이는 사람과 친해지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연애를 잘하고 못하는 것은 타고난 능력과 관계가 있는지.

“연애는 ‘스킬’을 배우면 누구나 잘할 수 있습니다. 또 사회 분위기가 요구하는 가치를 잘 발휘하는 것도 필요하지요. 가령 남자의 경우 예전에는 과묵하고 무게 있어 보이는 게 덕목이었다면 요즘에는 유쾌하고 말 잘하고 당당한 모습이 여자들에게 어필하지요. 개그맨들이 미인 아내를 얻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봐요. 여자의 경우에는 적극적인 태도가 연애의 성패를 결정짓습니다.”

-연애를 잘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팁을 준다면.

“결혼 등을 고려하는 진지한 교제 단계에 들어가면 외모는 큰 변수가 아닙니다. 처음부터 외모를 따지지 말라는 겁니다. 또 연애에 대한 환상부터 깨야 합니다. 다음 단계에서는 ‘자기제시’(self-presentation)가 중요합니다. 자신의 긍정적인 모습을 상대에게 보여주는 것이죠. 여기서 더 깊은 관계로 발전하려면 적절한 타이밍에 ‘자기개시(開示)’(self-disclosure)를 해야 합니다. 자기개시란 자신의 속마음, 단점, 가정환경 등을 솔직하게 열어보이는 겁니다. 명심할 것은 너무 일찍 또는 정색하고 자기개시를 하게 되면 역효과를 낸다는 점입니다. 서서히, 친밀감을 나누는 시점에서 해야 합니다. 이것 잘못해서 연애가 깨지는 사례가 참 많습니다.”

◇ 책 소개

<심리학이 연애를 말하다>는 연애의 시작과 전개, 파국에 이르기까지 어떤 심리법칙이 작용하는지를 명쾌하게 밝히고 있다. 현대 심리학에서 실험을 통해 증명한 법칙들이어서 눈여겨볼 만하다. 그 중에는 우리가 어렴풋하게 알고 있던 사실을 분명하게 확인해주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일반적 통념을 실증적으로 뒤집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새겨두면 결코 손해보지 않을 몇 가지 대목을 추려본다.

▦큐피드의 화살은 멀리 날아가지 못한다

남녀가 맺어지는 데는 ‘근접성’이 매우 중요한 변수다. 미국 사회학자 보사드는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34%에 달하는 사람들이 5블록 이내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과 결혼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일본 내각조사부의 2005년 출생기본동향 조사에 따르면 초혼 부부의 29.9%가 직장 및 일 관계로 처음 만난 것으로 나타났다.

▦생리적으로 흥분해 있을 때 연애는 시작된다

흥분해 있거나 불안정한 상태에서는 이성에게 매력을 느끼기 쉽다. 생리적으로 흥분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조깅, 등반, 테니스, 롤러코스터 등등. 물론 두 사람이 함께 해야 한다. 스페인에서는 “사랑을 속삭이려면 투우장에서”라는 속담이 있다.

▦어둠 속에서는 처음 보는 사람과도 사랑에 빠진다

인간은 누구나 어둠 속에서 공포를 느낀다. 그 상황에서 옆의 사람은 심리적으로 상당한 의지가 된다. 어둠 속에 있다는 공통점이 두 사람의 심리적 유대를 강화시켜주는 것이다. 또한 어둠은 사람들의 심리적인 방어기제를 약화시킨다. 모든 것을 가려주는 어둠 속에서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 덕에 자연스레 신체적 접촉으로 발전한다.

▦늘 확인하는 사랑은 오래가지 못한다

항상 사랑을 확인하고, 상대가 적극적으로 사랑한다고 말해주지 않으면 불안해 하는 사람들은 ‘자기 정체성’이 확립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 정체성을 자신이 아니라 상대에게서 구한다. 때문에 상대가 덤덤한 반응을 보이면 불안해 하고 감시의 눈길을 보낸다. 상대를 부담스럽게 하는 이런 관계는 결국 오래가지 못한다.

▦이별하기 직전에는 이런 증후들이 나타난다

실연은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실연은 미리 예고되기 때문에 조금만 주의 깊게 살펴보면 그 증후들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마음이 식으면 대화 내용도 단편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질문에 건성으로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 일이 바쁘다”, “몸이 피곤하다”라는 핑계가 부쩍 많아졌다면 변심 가능성이 높다.

◇ 이철우 프로필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일본 동경대에서 사회심리학 석ㆍ박사 학위를 받았다. 광고ㆍ디자인 전문지 편집장과 한국방송광고공사 광고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사회심리를 대중적으로 풀어내는 저술작업을 하는 한편, 방송활동, 칼럼연재 등도 하고 있다. 블로그(http://umentia.com)도 네티즌들에게 인기가 높다.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심리의 법칙>, <세상을 움직이는 착각의 법칙>, <인간관계가 행복해지는 나를 위한 심리학> 등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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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현 기자 unyon@hk.co.kr